소리의 벽 너머 고국으로… '주님의식탁선교회' 39번째 귀향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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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6-01-2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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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 멈춘 여권, 쪽지에 담긴 사랑으로 다시 열리다
"들리지 않아도 갈 수 있습니다" 뉴욕 쪽방서 여주까지 이어진 동행
[기사요약] '주님의 식탁 선교회'가 진행하는 영구 귀국 프로그램을 통해 39번째 대상자인 김윤제(77) 씨가 28일 한국에 안착했다. 심각한 난청과 신분 문제로 고립된 삶을 살던 김 씨는 '21희망재단'의 후원과 이종선 목사의 도움으로 27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들리지 않는 그를 위해 비행기 탑승부터 정착까지의 모든 과정은 '손으로 쓴 쪽지'를 통해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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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 멈춰버린 낡은 여권을 갱신하고, 필담으로 꾹꾹 눌러쓴 안내에 의지해 김윤제 씨가 28일 한국 여주에 무사히 안착했다. 공항에서 이종선 목사와 함께.
"비행기 안에서는 이 종이를 승무원에게 보여주세요. 당신이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영어로 적어두었습니다."
지난 1월 27일 뉴욕 JFK 공항, 출국장 앞의 소음 속에서도 김윤제(77) 씨의 세상은 고요했다. '주님의 식탁 선교회(대표 이종선 목사)' 이종선 목사는 그 적막을 뚫기 위해 말 대신 펜을 들었다. 종이 위에 꾹꾹 눌러쓴 글씨는 단순한 안내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난 수십 년간 이방인의 땅에서 '소통의 섬'에 갇혀 지낸 한 노인을 고국으로 인도하는 나침반이었다. 선교회가 진행해 온 서류미비자 영구 귀국 프로그램의 서른아홉 번째 주인공은 그렇게 소리 없는 작별을 고하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소통이 단절된 외딴섬, 그리고 1999년의 여권
주님의 식탁 선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김윤제 씨는 늘 가장자리에 머물렀다. 심각한 난청은 그를 타인과의 대화에서 소외시켰고, 자발적인 봉사마저 어렵게 만들었다. 이종선 목사는 "형제들 틈에 섞이지 못하고 외딴섬처럼 지내는 뒷모습이 늘 안쓰러웠다"고 회고했다. 투박하지만 정 많은 성정을 가졌음에도, 닫힌 귀는 마음의 문까지 걸어 잠그게 했다.
고국행을 결심했을 때 마주한 현실은 더욱 냉혹했다. 그의 여권 속 시간은 1999년에 멈춰 있었다. 20년 넘게 갱신되지 않은 신분증은 그가 겪었을 세월의 무게를 방증했다. 선교회 측은 즉시 뉴욕총영사관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 11월 순회 영사 업무를 통해 여권 발급을 신청했고, 해를 넘긴 1월에서야 비로소 새 여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21 희망재단'이 놓아준 귀향의 다리
여권 문제는 해결되었으나 항공권과 정착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벽이 남았다. 이때 '21 희망재단(이사장 김춘택)'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당초 2월 이후에나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김윤제 씨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김춘택 이사장은 지원 일정을 앞당기는 결단을 내렸다.
이 목사는 "재단의 배려 덕분에 김 씨가 혹한의 겨울을 뉴욕에서 더 견디지 않고, 1월 27일 가장 빠른 비행편으로 떠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선교회는 재단이 후원한 항공권 비용 중 남은 잔액을 현금으로 인출해 김 씨의 손에 쥐여주었다. 한국 도착 후 정부 보조금이 나오기 전까지 끼니를 거르지 말라는 당부 또한 종이 쪽지에 적혀 전달되었다.
여주에서의 새 출발, 그리고 남겨진 과제
28일 새벽, 김윤제 씨가 경기도 여주 '십자가 선교회'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이 뉴욕으로 전해졌다. 인천공항 입구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찾았을 때, 그리고 휠체어 서비스를 통해 비행기에 올랐을 때, 그는 비로소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확인했을 것이다.
이종선 목사는 이번 39번째 귀향을 마무리하며 여전히 음지에 있는 한인 서류미비자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신분 문제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국행을 포기한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소리의 장벽을 넘어 고국으로 향한 김윤제 씨의 여정은, 뉴욕 한인 사회에 '연결'과 '동행'의 의미를 다시금 묵직하게 던지고 있다. (문의: 이종선 목사 347-559-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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