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넘어선 마지막 질문, 병원 원목이 마주한 임종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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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6-03-1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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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요약] 펜실베이니아대 병원 원목 수므린 초드리가 공개한 임종 환자들의 내면. 이들은 신학 교리 대신 사랑·용서·기억을 이야기하며, 완성하지 못한 관계와 건네지 못한 말 한마디를 가장 깊이 후회한다.
▲ 펜실베이니아대 병원에서 하루 200여 명의 환자를 돌보는 수므린 초드리 원목이 임종을 앞둔 이들의 영적 갈망에 대해 입을 열었다. (AI사진)
병실 문을 열 때마다 초드리 원목의 예상은 빗나간다. 암 투병의 고통이나 죽음의 공포를 마주할 것이라 짐작하지만, 침대에 누운 80대 노환자는 20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쏟는다. 고립된 병실이라는 공간이 오래도록 닫아두었던 마음의 빗장을 열어버리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병원 소속 원목 수므린 초드리는 최근 종교 전문 매체 '릴리전 언플러그드'와의 인터뷰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후회와 영적 갈망의 실체를 공개했다. 미술사학을 가르치던 교수 출신인 초드리 원목은 다종교 환경의 의료 현장으로 삶의 방향을 틀어, 현재 매일 200여 명의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
2022년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 4명 중 1명이 원목과 만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그 절반이 바로 이 같은 의료 현장에서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종교의 언어를 넘어선 임종의 언어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슬퍼하는 대상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다. 미처 완성하지 못한 관계, 억눌러온 자아에 대한 회한이 병실을 채운다. 가족과의 연결을 끊어낸 업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 걱정들이 거대한 후회로 쌓이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건네지 못한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장 무거운 짐이 된다.
의료진을 놀라게 하는 사실이 있다. 환자들이 전통적인 종교의 언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나님', '천국', '교리' 대신 '사랑', '아름다움', '용서', '기억'이라는 단어가 병실을 채운다. 자신이 평생 쌓아온 의미의 그물망에서 지워질지도 모른다는 소멸의 두려움이, 육체의 고통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환자들을 흔든다.
소위 무종교인으로 불리는 환자들도 다르지 않다. 에너지가 되었든, 끝나지 않는 사랑이 되었든 자신보다 더 큰 우주적 질서의 일부가 되기를 열망한다. 초드리 원목은 이 지점에서 환자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아이와의 연결을 시도한다. "내면의 아이가 무엇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환자들은 예외 없이 같은 단어를 내놓는다. '사랑'이다.
죄책감을 내려놓는 자리
때로는 왜곡된 신앙관이 환자의 또 다른 짐이 된다. 과거 주일학교나 성당에서 배운 엄격한 율법주의 탓에 자신을 끝없이 죄인으로 여기며 자책하는 환자들이 있다. 초드리 원목은 이들의 감정을 논리로 반박하거나 교정하려 들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하나님의 본질이 사랑과 자비임을 조용히 일깨우고 불필요한 죄책감을 내려놓도록 이끈다.
원목의 자리는 특정 믿음을 주입하는 곳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았음을 확인받고자 하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열망을 곁에서 지켜보는 자리다. 초드리 원목은 말한다. "병실 안의 대화는 철저히 환자의 필요에 이끌려 간다. 두 사람이 깊이 연결되고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바라볼 때, 그 대화는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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