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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口蹄疫)은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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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 20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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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이따금씩 들을 수 있는 돼지 멱따는 소리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소리였습니다. 회갑이나 혼례 잔치를 하게 된 집에서 자기 집에 키우던 돼지를 잡든지 아니면 이웃집에서 기른 돼지를 사서 잡든지 죽는 돼지는 처절한 고통으로 생의 마지막 단말마적 비명을 질러대지만 그 소리는 갓 시집온 새댁에게조차도 죽음의 비명으로 들리지 않고 잔치를 알리는 가슴 설레는 소리로 들였습니다.

이웃집 잔치라고 해야 아이들이나 여자들은 돼지고기 한 점 얻어먹는 것이 행운이던 시절이었지만 잔치를 알리는 돼지 멱따다는 소리는 고향의 추억과 낭만이 깃든 소리였습니다. 고향을 떠나 서울서 살다가, 일이 있어 시골에 갔다가 금방 잡아 삶은 돼지고기를 김치에 싸서 먹었던 기억을 아내와 나는 잊지 못해 이따금씩 추억하곤 합니다. 아이들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돼지 비개가 아직도 내게 그렇게 맛이 있는 것은 그 가난하던 시절에 인박혔던 미각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집에서도 소 돼지 개 염소 닭 등을 키웠지만 잡아먹기 위해 키운 것이 아니라 팔아서 돈을 얻기 위해서 키웠습니다. 그런 가축들은 사람들의 보다 나은 경제적 윤택함과 식욕의 충족을 위해 사육되었지만 요즘처럼 기업화 되지 않았기에 전염병이 돌아 가축이 떼죽음을 당해도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았습니다. 어느 해에는 돌림병으로 닭이 몰살(沒殺)하여 이듬해 봄에는 시장에서 씨암탉을 사오기도 하였습니다. 닭이 몰살해도 아쉽기는 하지만 닭고기 안 먹으면 그만입니다. 닭이 죽어 없으면 닭고기 안 먹으면 그만이고, 돼지가 죽어 돼지고기 안 먹으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작금의 한국적 상황은 소, 돼지, 닭이 많이 죽어 고기 덜 먹으면 그만인 상황이 아닙니다.

구제역의 문제는 그 옛날 농촌 마을 사람들이 겪던 가축전염병 피해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가축이 많이 죽었으니 고기 덜 먹으면 그만인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 시대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구제역 청정국 이미지 손상으로 국가 경제 전체가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구제역의 치사율은 5-70%라고 하지만 다 자란 가축의 경우는 높게 잡아도 10%를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2000년 파주, 2002년 안성, 2010년 1월 포천, 2010년 4월 강화까지 구제역 파동으로 살처분 된 가축 21만 8,200여 마리 가운데 실제로 구제역 양성 확진을 받은 마리 수는 64마리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64마리 때문에 멀쩡한 21만 8,100여 마리를 생매장 한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구제역의 확산 속도와 간접적 피해가 상상할 수 없이 크기 때문입니다. 구제역의 문제는 구제역만의 문제가 아닌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한 국 정부는 구제역의 확산을 막기 위한 마지막 비상대책으로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방백신 접종이 구제역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확산을 가속화 시킬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또한 예방백신을 접종한 가축이 모두 도태되기까지 한국은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 사실을 감안하고서도 예방접종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심각한 것입니다.

국가적 명절인 구정을 앞두고 길거리에 내걸린 “모이지도 말고, 만나지도 말고, 해외여행도 하지 맙시다!”라는 현수막은 마치 군사독재 시절 정부가 국민의 집회의 자유를 통제하려는 것과 같은 묘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원래 구제역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과 예방 접종된 가축을 지금의 수의학 기술로는 구별해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방접종은 사실 현실적으로 부작용이 큰 대책인 것입니다.

1992년 유럽연합은 가축 전염병에 예방접종 대신‘소각(매몰)전략’을 채택하면서 발병 시‘도살’을 통해 바이러스를 ‘소멸’할 것을 그 대체해법으로 내놓았습니다. 이는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주변 가축을 모두 몰살함으로써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여긴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산업적 타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기에 근본적인 대안일 수 없다는 것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구제역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1년 2월에 영국의 번사이드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여 주변 농장으로 확산하여 1만여 농장에서 1천만여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하였습니다. 그 결과 농촌 생활이 피폐해진 것은 물론 60명의 농부가 자살을 하였습니다. 한국에서도 몇 년 전 강화도 구제역 발병 때, 소를 잃은 여성농민이 자살하였습니다. 구제역 예방에 동원됐던 공무원이나 관계자들 중에는 정신적 충격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받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1934년 처음 구제역이 발생했으며, 그 이후 66년 만인 2000년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다시 발생했습니다. 나아진 국민 경제로 인한 사람들의 잦은 해외여행이 구제역의 수입통로가 되기도 하였을 것이고, 중국이나 구제역 발생국인 동남아 지역으로부터 들어오는 산업근로자들이 농축산장에 일터를 잡고 정착한 것과 백만이 훌쩍 넘어버린 이민자들이 구제역 확산의 통로가 되었다면 해결책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실업률은 점점 높아가는 데 저임금 노동력 확보가 어려운 비정상적인 자본주의 경제구조가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돈과 고기를 탐하는 사람들의 욕심이 더 근본적인 원인일 것입니다.

구제역이 이렇게 엄청난 국가적 재난의 공룡으로 자라게 된 배경에는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려는 국가적 목적과 돈과 고기를 과도하게 탐하는 사람들의 욕심이 있습니다. 맛있고 값싼 고기를 찾는 소비자 수요와 그것을 경제적 이익의 기회로 삼는 기업인의 의욕과 거기에 맞춰 유전자 조작으로 돕는 생명공학도들의 헌신과 그 결과를 경제적 성장지표로 내세워 잘 사는 나라를 만들었다고 선전하는 정치인들의 공치사는 가축들의 면역력을 극도로 쇠약하게 하고 구제역을 활성화 시키는 가장 알맞은 토양이 되었습니다. 

인도인들은 육식을 좋아하는 이들을 천하게 여기고 채식하는 사람들을 귀하게 여긴다는데,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고기 먹는 사람은 잘 사는 사람, 고기 못 먹는 사람은 못 사는 사람으로 분류하기까지 하였으니 이것으로 구제역의 원인을 역 추적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냥 두어도 가축 스스로 구제역을 이겨내어 강한 면역력으로 살아남을 놈들이 상당수 있을 텐데, 그러기엔 구제역이 구제역 자체보다 더 중대하고 급한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멀쩡한 가축까지 살처분합니다. 사람들이 가축 스스로 면역력을 길러 구제역을 이길 수 있도록 기다려 주지 못하는 것은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입니다.

길게 보면 고기를 덜 먹는 것이 구제역 예방의 궁극적 해결의 길인데 현실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고기를 많이 먹어 주는 것이 구제역으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니, 구제역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없을 만큼 총체적이고, 그 원인 또한 너무나 복잡하며, 그 위력은 인간의 능력을 조롱하고 있으니 구제역은 확실히 딜레마이고 재난입니다. 지금까지는 하나님께서 구제역이 사람의 생명을 해치지 못하게 하심에 감사하며 우리 모두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기보다 죄의 욕망을 좇은 데서부터 구제역까지를 역추적 할 수 있는 영적 안목과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회개해야 할지를 깨닫게 되기를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가 만일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하지 아니하여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하는 그의 모든 명령과 규례를 지켜 행하지 아니하면 이 모든 저주가 네게 임하며 네게 이를 것이니...  네 소와 양의 새끼가 저주를 받을 것이며” - 신 28:1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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