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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학교 (?) 나오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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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흥용 20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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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도사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교회 교육 전도사직을 찾고 있을 무렵, 어느 큰 규모의 한인 교회에서 전도사를 구한다는 안내를 보고 전화를 했습니다 . 그 때 교회측은 관심이 있으면 제 이력서와 더불어서 아내의 이력서도 함께 제출해 달라고 요구 했습니다. 교역자만큼 그의 배우자의 배경도 중요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력서를 제출한지 얼마 지나서 언제쯤 저와 인터뷰하자는 요구가 왔습니다. 아내도 물론 같이 와달라고 했습니다 . 인터뷰 당일 기대와 긴장 속에서 아내와 함께 그 교회에 가서 담임 목사님 되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우리 부부는 그 교회의 담임 목사님의 사무실에서 그 분과 단독으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 분은 당시 한국에서 오신지 얼마 되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이 목사님께서는 책상에서 이력서를 꺼내서는 우리가 앉은 접대용 소파 맞은 편에서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눈으로 읽어 내려가셨습니다 . 그 동안 저와 아내는 목회의 대 선배 되시는 분 앞에서 긴장해 있었습니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있은 후, 그 분의 입이 열렸습니다. " 좋은 학교 나오셨군요!" 의외의 말에 당황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좋은 학교 ?내가 미국에서 졸업한 대학을 뜻하나? 아니면 한국에서 나온 고등학교를 말하나 ? 하면서 의아해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의 다음 말이 걸작이었습니다. "나도 그 대학교 나왔는데 !" 그 순간 저는 너무 어의가 없었습니다. 저는 대학이 미국에서 나왔으니 그 분은 제 이력서를 읽어 본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 아내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결혼해서 저와 같은 신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다른 교회를 섬기고 있었으니까 그 분은 처음부터 제 아내의 이력서를 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 분은 저에게는 한 가지도 묻지 않은 대신 제 아내에게 여러 가지 질문 아닌 질문 (주로 그 분이 그 대학교를 다닐 때의 자기 경험담)을 하시더니 이제 됐으니 나가보라고 하더군요 . 참으로 기가 막힌 순간이었습니다. 저보고 인터뷰하자고 불러 놓고는 저에게는 한 마디도 묻지도 않은 채 끝내버리면서도 다른 교회를 이미 옮길 생각 없이 잘 섬기고 있는 사람은 붙잡고 면접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전에 세상의 직장을 구하러 다닐 때에도 이런 황당한 경험은 없었습니다 . 그 순간 저 속에서는 긴장과 기대가 분노와 수치심으로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들아 오는 길에 저와 저의 아내는 너무나 큰 수치심과 공허함으로 힘이 빠져 왔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주에 그 교회의 부목사님으로부터 저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교회측 (장로님들) 에서 모두 좋아하신다고, 그러니까 곧 오셔서 본 교회에서 사역 같이 하시라고. 그러나 제가 아니고 제 아내를 사역자로 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또한 번 기가 찼습니다 . 그 학교 출신 전도사들은 제 아내가 유일했나 보군 하는 생각도 같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그 말로도 모자라서, 그 부목사라는 분이 한마디 더하더군요. 아내가 사역을 하는데 지장이 있으면 안되니까 같이 오셔서 우리 부부의 갓 태어난 아기를 직접 베이비 시팅을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옆에서 전화 내용을 듣고 있던 아내도 이런 상식 이하 수준의 요구에 어이가 없어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요구이고 그 곳에 갈 생각이 없다고 아내가 답하자 그 분이 오히려 제게 아내를 설득해 달라고 말하더군요. 교회로부터 이런 내용의 전화가 올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던 순진했던 전도사 시절의 어이가 없는 전화였습니다 . 하지만 우리는 정중하게 통화를 끝냈습니다. 하지만 전화기를 내려 놓은 후 또 다시 큰 교회의 예상 못한 횡포에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나도 분명한 인격체인데 아무리 큰 교회라고 해도 그 교회의 담임 목사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해도 되는가 하는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 그 담임 목사의 자기과시적인 태도와 욕심 때문에도 기분 나쁜데 그 교회의 부목사에게까지도 무시당한 꼴이었습니다.

벌써 십 년이 훨씬 지난 일이지만 늘 제 기억 속에서 떠나지 않고 종종 생각납니다. 그때 마다 나 혼자 많은 질문을 생각해 봅니다: 아무리 신학원에서 공부 중인 전도사라고 하지만 큰 담임 목사라고 해서 사람을 이런 식으로 마구 대해도 되나 ? 아무리 실력 있는 전도사를 뽑고 싶어도 신학교의 교단 배경이나 경력과 타인의 추천이 아닌 세상의 출신 학교, 그 것도 자기가 나온 학교 출신자를 선호하고, 그 것도 다른 잘 교회를 섬기고 있는 사람을 자기 교회로 빼 오는 것이 과연 성경적일까? 이 분이 강단에서 설교할 때는 그리스도의 능력과 은혜가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고 소리 치겠지 ? 예수님의 학력이 어떻게 되더라? 예수님도 제자들을 고를 때 학력이나 출신 배경을 보고 뽑았나? 아니면 예수님 자신이 자신의 박식함이나 출신 배경을 제자들에게 자랑 삼아 뽐내신 기록이 있는가? 아니면 제자들이 세상 학문과 가문을 뽐낸 것이 있던가 ?

아무리 교회 안에서도 자기 과시, 위선, 멸시, 무감각한 독선적의 자세, 세상 간판 중시, 박사학위 취득의 열풍 등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제가 언제나 내리는 결론은 이건 정말 제대로 된 일이 아니다, 결코 아니다 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생각할 때 마다 신분과 학력에서 철저하게 사회의 주류와는 거리가 먼 분이었음을 상기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 예수님은 높은 보좌에서 영광 받기에 합당하신 절대자께서 낮고 천한 목수의 아들로 이 땅에 오신 분이셨습니다. 진정, 전지전능하고 무소 부재하신 그 분께서 시간과 공간의 제한이 너무나 분명한 이 땅에서 화려한 천국의 영광의 찬송 대신에 인간들로부터 멸시와 천대를 받으시면서 가장 고통 속에서 돌아가신 그 분의 이미지는 명문 대학 , 명문 가문을 따지는 세상의 상식과 이미지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입니다. 그 분 또한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학력과 배경에 따라서 등급과 평가를 하신 분이 아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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