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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과유불급(過猶不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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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1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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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천재 이세돌이 슈퍼컴퓨터인 알파고와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한 판 승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영국 런던에 있는 구글 소속 인공지능 연구기관인 Deep 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기사 알파고를 내세워 이세돌에게 도전한 것입니다.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중국의 프로 바둑 기사 판후이가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다섯 번이나 패하였습니다. 지금까지 프로 바둑 기사가 컴퓨터와의 대결에서 패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인간과 컴퓨터와의 바둑 대결에서 최초로 인간이 패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지난 1월 20-23일 3일 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제46차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렸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은 1971년 독일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에 의해 설립되어 운영되는 경제 분야 민간회의로, 매년 각국의 정치, 경제계의 유력 인사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개최되어 일명 다보스포럼으로 불립니다. 지난 2015년에는 분권화 된 세계화, 지역 간 갈등, 글로벌 저성장, 비정상적 통화 정책의 정상화, 에너지 헤게모니, 이상 기후, 소득 불평등, 청년실업 등이 논의의 주제였습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기후변화, 저성장 기조의 세계경제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며, 핵심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였습니다.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물리학, 생물학, 디지털 분야의 기술이 융합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에 전적으로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고 극적인 충격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올해 연차총회의 목적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공유하고 앞으로 미래를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슈밥 회장의 ‘미래를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이미 여러 해 전부터 관심을 갖게 된 문제였지만 2016년 다보스 포럼을 통해 새로운 주목을 받게 된 것입니다. 미국은 셰일 가스(Shale gas) 채굴 기술 성공 등에 자신을 얻어 제조업의 부활을 선언하면서 미국 내 주요 제조 산업체들이 전통적으로 강한 유통과 서비스 그리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결합시켜 제조 산업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리학 박사 출신인 독일의 메르켈 수상은 산업 4.0(Industrie 4.0)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시작하여 4차 산업혁명을 선점한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영역은 역시 컴퓨터기술과 인터넷환경입니다. 3차 산업혁명의 영역도 컴퓨터와 인터넷환경이었지만, 주로 공장자동화, 사무자동화, 금융과 물류시스템 혁신 등에 집중하여 개별 기업, 개별 산업, 개별국가단위에서 이루어진 반면에,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컴퓨터에 로봇기술, 인공지능, 감지기술, 무제한적인 데이터 저장, 사물인터넷(IOT)의 등장, 인터페이싱과 인터넷 네트워크 간의 커뮤니케이션 등과 새로운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결합되면서 개별적 영역에 머물던 제3차 산업혁명의 영역이 높은 수준의 통합된 형태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모든 산업이 디지털화, 자동화, 전기전자가 중심 기술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를 석권한 금융 산업과 지구적 차원의 생산거점과 시장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들에 의해 미래의 비즈니스는 국가적 경계와 산업별 장벽을 넘어서 전 세계를 기반으로 한 조건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무인 자동차나 컴퓨터와 인간의 바둑 대결이 보여주듯이 4차 산업혁명은 거의 모든 생산제조공정에 사람이 직접 개입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 부품 하나의 수명과 현재 상태와 적정 교환 시간 등 모든 정보가 생산 라인에 자동으로 전달되고 필요한 부품은 자동으로 생산되고 배송되고 수리되기까지 합니다. 이런 공정이 자동차, 철도, 항공, 농업, 식품, 스포츠, 가사 일에까지 적용됩니다. 미국은 이미 세계적인 독점을 형성한 소프트웨어 및 정보산업을 기반으로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GE를 중심으로 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IIC)을 형성하기 시작하였고, 애플사도 무인 자동차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독일, 일본, 중국까지도 4차 산업혁명에 뒤질세라 전력을 경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금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 융합이 만드는 산업혁명입니다. 인공지능로봇, 사물인터넷, 모바일, 3D프린터, 무인자동차, 나노 바이오기술을 응용한 새로운 제품이 고난도 문제 해결사로 등장합니다. 산업과 사회, 통치시스템은 물론이고 사는 방식까지 혁명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전대미문의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1차 산업혁명은 농업 중심에서 공장 제조업 육체노동으로, 제2차 산업혁명은 육체노동에서 사무나 관리직 업무로, 제3차 산업혁명은 서비스와 지식산업 중심으로 이동시키면서도 과거보다 더 많은 일자리들을 만들어냈었습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일자리 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500만 개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예고합니다. 그 대신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효율과 성과를 낼 것이 분명합니다. 문제는 그 성과가 모든 국가와 개인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 분배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적 대안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부(富)가 소수의 부자들에게 집중되는 것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한데 다보스 포럼은 머지않아 상위 1% 부자가 부의 99%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습니다. 인간의 의식이 진보해도 가장 어려운 것은 권력과 부를 나누어 갖는 것입니다. 역사를 돌아볼 때 개인이나 국가는 경쟁과 탐욕으로 상호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높습니다. 인간의 창조적 문화 예술적 활동 등은 지속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쩌면 지금과 같은 학교 교육이 필요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의사나 교수나 판검사나 과학기술자가 하던 일까지도 컴퓨터에게 빼앗길지 모릅니다. 목회까지도 컴퓨터가 하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지 모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들은 남아도는 여가 시간은 노인이나 장애인이나 아이들을 돌보고 여행을 즐기는 데 쓸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러한 주장은 1%의 부자가 99%의 부를 독식하는 상황에서는 도무지 가능하지 않은 허황된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데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게 되는 때에는 결혼하지 않는 인구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인구는 급속도로 줄어들어 4찬 산업혁명으로 생산한 양질의 상품을 소비할 수요가 없어 스스로 붕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버니 샌더스의 주장이 예언 같기도 한데 그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방식을 취하는 혁명에 가까운 것이기에 현실적으로 실현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부의 창출은 인류의 미래에 예측 불가능한 재앙이 될지도 모릅니다. 궁색하지만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그러한 것을 예측하고 진지하게 토론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은 자연이 가진 힘을 제어하여 사람들의 삶에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여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수많은 부작용도 발생시켜 수많은 사람에게 엄청난 고통도 주었습니다. 핵무기를 비롯한 살상무기, 환경오염, 대형사고, 인간소외 등의 문제는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생겨난 문제들입니다. 이제 과학은 지나친 발전을 지양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개발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과학기술의 부산물인 부작용들을 제거하거나 치료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더 부요하고 더 편리하게 사는 데 과학이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환경오염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아직 기초 과학이 미흡한 분야에서는 계속 발전해야겠지만 과학 발전이 지나쳐 인류에게 재앙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많이 가진 자들에게 이로운 기술 개발이 아니라 병들고 가난한 이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계발에 기여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아무래도 상위 1%의 부자들을 위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발과 진보는 자본주의 사회의 이데올로기입니다. 어느 정부나 집단도 심지어 교회까지도 계발과 진보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끝없는 성장을 추구한 세계가 4차 산업혁명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버나드 맨드빌의 ‘사적인 악 공적인 이익’이라는 책은 흄이나 애듬 스미스 같은 학자들이 자본주의의 부작용까지도 정당화 하는 이론을 세우는데 기여하였고, 4차 산업혁명을 낙관하는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이나 빌 게이츠 같은 이들 역시 아직까지 맨드빌의 사적인 악이 공적 이익이라는 논리에 편승하고 있는 셈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나친 것은 모자라는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영어에도 ‘Too much is as bad as too little.’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아무래도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욕심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파멸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딤전 6: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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