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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오피니언

교회의 영적 엔트로피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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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07-12-03

본문

물리학에서 열역학의 제2의 법칙을 엔트로피(entropy) 현상이라고 합니다. 엔트로피란 변화를 뜻하는 그리스어 트로페(τροπη)에서 온 단어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구에 존재하는 에너지가 자연적 상태에서는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자연을 역행하는 경우에는 감소하는 성질이 있다고 보는 이론입니다. 대부분 자연현상의 변화는 어떤 일정한 방향으로만 진행하면서 엔트로피를 증가시킵니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은 우주가 질서에서 무질서로 이동해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맞닿은 두 개의 방이 있는데 한 방의 온도는 따뜻하고 다른 한 방의 온도는 낮게 한 상태에서 서로의 방으로 통하는 문을 열면 더운 공기는 찬 방으로 이동하고 찬 공기는 따뜻한 방으로 이동하여 얼마 후에는 두 방의 온도가 같아지는 것을 엔트로피 현상이라고 합니다. 자연의 모든 현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며 그 반대의 현상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현상은 언제나 비가역적(非可逆的)인데, 비가역적이란 역이동이 불가능한 것을 말합니다.

즉 석유를 태워 열을 발생시킨 후에 그 열을 다시 석유로 바꿀 수 없는 것을 비가역적이라고 합니다. 자연 상태에서 모든 것은 비가역적으로 변화하여 엔트로피를 증가시킵니다. 결국 이 우주는 오랜 세월이 흐르면 엔트로피 최대의 수준, 다시 말해서 열적 평형의 상태에 도달하게 되고 그것이 바로 우주의 종말이라는 이론입니다. 모든 생물은 죽어 흙이 되고 음식물이나 배설물도 썩어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며 인간도 죽어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이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이른바 「빅 뱅」으로 우주가 생겨난 이후 지금까지 계속 팽창하면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우주 전체가 점점 식어가고 있으며 별이나 가스 같은 물질들도 서서히 우주공간에 흩어져가고 있어 미래에 엔트로피가 최대치가 될 때 이 우주는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온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구 환경문제는 바로 이 엔트로피 이론의 정당성 위에 근거하여 제기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 이론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폐쇄된 세계 안에서만 적용되는 이론입니다. 그릇의 물은 그냥 두면 점점 온도가 내려가겠지만 열을 가한다든가 기온이 올라간다든가 하는 외부의 영향이 있으면 온도가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우주도 만약 닫힌 세계가 아니라 열린 세계라면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예측하게 하는 이론이 있는데 그 이론의 근거는 자연 가운데 반(反)엔트로피를 만들어내는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존재들이란 바로 생물체들입니다. 생물체는 반엔트로피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물론 어떤 생물은 엔트로피 현상에 의해 멸종되기도 하지만 어떤 생물은 반엔트로피를 만들어 더 강력한 생존력으로 살아남습니다. 특히 인간은 엄청나게 강력한 반엔트로피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각종 자원들을 가공해서 인공적인 형태로 바꾸어 놓습니다. 이런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것이 바로 가이아이론 (Gaia theory)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구는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1978년 영국의 과학자 J.러브록이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A New Look at Life on Earth》이라는 저서를 통해 주장함으로써 소개된 이론입니다. 가이아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을 가리킵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대양, 토양까지를 포함하여 지구가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입니다. 즉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생명체로서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지닌 하나의 유기체라는 것입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지금 제기 되고 있는 지구 환경 문제도 엔트로피 현상 이론을 근거로 제기되는 문제인 만큼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떤 물고기는 수가 감소하면 수놈이 암컷으로 성을 바꾸고 수가 너무 많아지면 반대로 성을 바꾸는 것이라든가, 자연 발화의 산불은 생태계에 필요하다는 주장도 가이아 이론의 정당성을 뒷받침해 줄듯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들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섭리하시고 또한 인간에게 잘 다스리고 관리하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배제하고, 나타난 현상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가정(假定)에 따른 한 측면만을 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론들은 상당할 정도로 지구환경 오염에 대한 원인 설명과 거기에 대한 인간의 책임에 대하여 설득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 아래 있는 인간과 우주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주의 미래와 지구환경의 오염의 이유를 설명하는 이와 같은 과학적 이론을 통하여서도 우리가 하나님의 섭리하시는 손길을 배우게 되는 것은 역시 계시의 말씀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을 계시 의존적으로 사색하고 해석하고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따라서 거듭남이라는 것도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우주까지를 포함한 폭넓은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의 타락으로 뒤틀어진 질서를 인간 스스로 힘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은 제로 상태가 되었지만 하나님의 구속 안에서 가능성이 열려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는 하나님과 미래로 열려있기 때문에 소진되어가는 에너지와 같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인 유기체입니다. 그 안에 생명이 있습니다. 따라서 얼마든지 영적으로 도덕적으로 마치 열역학에 있어서 에너지 평준화 작용인 엔트로피 현상과 같은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교회가 영적 엔트로피 현상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교회 자체에 생명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세상에서 불러냄을 받은 구별된 공동체이지만 또한 세상을 향하여 열려 있어서 그 사명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교회가 세상을 향하여 열려 있음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도록 함인데 세속적인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문을 열어놓아 교회와 세상이 평준화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를테면 교회의 영적 엔트로피 현상이 최고조에 달한 것입니다. 가치관과 예배 형식과 문화에 있어서 교회와 세상이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과 교회가 이름과 주장하는 말만 다를 뿐이지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동일합니다. 이것은 교회가 영적으로 반엔트로피를 일으킬 능력이 없다는 증거인데 그 요인은 생명력의 상실 때문이며 생명력의 상실은 하나님 말씀의 부재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천지가 주의 규례대로 오늘까지 있음은 만물이 주의 종이 된 연고니이다/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나니” -시 119:91;요 1:4;히 4: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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