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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 신학교는 가지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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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흥용 200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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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아 목사가 되겠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로부터 신학교(원)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듣는다. 그 때마다 나 자신의 과거 경험을 되살리게 된다. 필자가 미국에서 대학을 마칠 무렵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대학원 과정의 신학원을 알아보고 있었다. 당시 형편상 뉴욕을 떠날 수 없었기에 뉴욕 일원의 학교들만 알아보고 다녔다. 그리고 물론 어느 학교가 좋은지를 알아 보기 위해서 안면이 있던 여러 목사님들께 조언을 들으러 다녔었다. 그리고 그 당시 내게 좋은 충고를 해주신 분들의 덕으로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당시 지금 생각해도 듣기에 거북하기도 하고 이해가 안되던 것이 하나 있었다. 몇 목사님들께서 내게 신학원들을 추천하시면서 “아무개 학교는 사탄 신학교야!” 혹은 “그 곳은 기독교의 진리를 떠난 악한 학교지!” 라고 하셨다. 사탄 신학교라니? 기독교의 진리를 떠난 신학교가 있나? 어찌 목사님들을 양성하는 신학교들 중에 사탄 신학교가 있나? 하는 생각에 충격이 컸다.

그런데 진짜 큰 문제는 그 사탄 신학교도 말씀하신 목사님들에 따라서 한 곳만 빼고는 전부 달랐다. 어떤 분은 좋은 학교라고 추천하신 곳을 어떤 분은 사악하다고 가지 말라고 했다. 이로 인해서 당시 나는 무척 혼란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좋은 학교라고 추천하신 곳은 자기 교단 학교들이었다.

지금 와서 보면 그것이 각 목사님들의 신학 노선과 관계 있다는 것을 이해 한다. 하지만 ‘사탄 신학교’라고 하는 표현은 하나님의 우주적인 교회의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아무개 학교는 보수적 신앙 노선을 가지고 있고, 아무개 학교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그 근거와 함께 설명하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 물론 말하는 목회자에게 그러한 인성이나 판단 능력이 없다면 기대도 할 수 없지만 말이다.

남의 (교단 혹은 무소속) 신학교(원)를 함부로 개인이나 교단의 생각이나 신학과 다르다고 사탄 학교 운운 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남을 함부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 것이야 말로 하나님께서 슬퍼하시며 금하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우주적인 신앙 공동체의 연합을 깨뜨리는 일을 함으로써 사탄에게 그 스스로가 오히려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는 근본적으로 자기 (개인 교단)만 진리를 가지고 있다는 오만과 교단 이기주의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며, 복음 안에서 각 개인이나 교단이 가지는 성서 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편협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는 분명히 기독교의 진리의 수호와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볼 때 신학(교)원 중에는 너무 한다 생각되는 곳도 있다. 그러나 그런 곳은 하나님의 종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 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목회자가 되려는 사람들을 바르게 인도하는 것은 분명히 목회자들의 몫이자 책임이다. 하지만, 자기 (혹은 소속 교단)와 신학 노선이 다르다고 해서 아무 곳이나 “아주 악하다”느니 그러니까 “사탄 학교”라는 등의 막가는 식의 표현은 삼가 해야 한다. 이는 하나님의 우주적인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서로를 함부로 판단하는 언어 폭력의 한 단면으로써 교회들이 그리고 특히 목회자들이 고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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