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어머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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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ㆍ2003-09-03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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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한 중년 여성이,"<중앙일보 칼럼>의 '정신 질환 치료 서비스 소개'를 읽고, 또 <가족사랑상담센터>의 소개를 받아 아들 B의 문제로 전화를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한다.
아들의 정신질환
이 어머니는 아들 B가 오랫동안 정신질환 증세로 고생 한단다. B는 자기가 먹는 음식에 어머니가 독을 넣고, 자기에게 자동차 번호판이 메시지를 주며 쓰레기들이 욕을 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또 FBI가 자기를 계속 추적하여 자기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하고, 이곳 저곳을 정처 없이 여행 하려 하며, 크레딧 카드를 많이 사용한다. 무엇이 보이는지 아니면 들리는지 스스로에게 중얼중얼하며 이야기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자꾸 자기를 괴롭히면 총이나 무기를 사서 어머니를 괴롭히겠다는 발언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언젠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 약을 처방 받았으나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믿음으로 이겨야 한다며 약병을 버렸다고 한다.
필자는 B를 정신과 응급실(Psychiatric Emergency Room)에 데리고 갈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B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부인(Denial)하여 정신 치료를 거부한다고 한다. B는 자신에게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집으로 방문하는 정신과 서비스 팀을 소개해주었다. 그러나 별로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B 자신이 자기 병에 관한 이해 부족으로 치료를 거부하니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급기야 앰뷸런스를 부르도록 권유했다. 앰뷸런스가 와서 저항하면 경찰이 와서 도와준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망설인다. 아들이 경찰에게 인도되어 가는 것을 어떻게 눈을 뜨고 보겠느냐고 한다.
며칠 후 B의 어머니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앰뷸런스를 불러야 할 것 같다고 한다. B가 한 5∼6일 잠을 자지 않고 여러 증상들을 보인다는 것이다.
앰뷸런스 불러 병원에 입원
다음 날 오후 다시 전화가 왔다. 어머니의 목소리에 심한 동요가 있다. 아주 긴장되고 당혹한 것 같다.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한다. 긴급하고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할 수가 있다. 전화 수화기에서 영어로 “누가 앰뷸런스를 불렀어요 ”라고 계속 묻는 B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들의 소란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급히 전화한 것이다. 결국 경찰이 와서 사태를 수습했다. B는 앰뷸런스에 실려서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것이다.
다음 날 B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B의 어머니는 계속 울기만 한다. 말을 잇지 못한다. 필자가 조금 단호하게 마음이 좀 차분해지면 다시 전화하라고 당부한다.
그 다음 날, B가 실려 간 병원 정신과 응급실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미리 B의 어머니로부터 B의 증상들을 다 받아놓았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응급실에서 B의 담당 의사가 나에게 전화해도 좋다고 이야기해 두었다. 정신과 응급실 의사에게 B의 증상을 이야기해 주었다. 응급실 의사도 환자의 상태가 아주 심각함을 인식하는 것 같다. 입원 치료가 필요함을 언급한다. B가 혼자서 스스로 자기를 돌봄이 불가능하고 가족 등 주위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B가 어떤 일을 저지를지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날, 그 쪽 병원의 정신 병동에 병실의 여유가 없어서, B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게 됐다. B가 옮겨진 정신과 병원의 소셜 워커(Social Worker)와 담당 의사(Psychiatrist)와 미팅을 예약했다. 며칠 후에 B의 어머니와 병원을 방문하여 B의 병력(History)과 증상(Symptoms)에 관해 이야기 해주었다.
병동을 떠나기 전에 B를 소셜 워커와 같이 만났다. 표정이 좋지 않다. 누가 앰블런스를 불렀는지를 자꾸 묻는다. 성경 등 읽을 것을 전달해주고 돌아온다.
자기 병 인정, 새 삶 찾아
일주일이 지났다.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들의 소식이 궁금해서이다. 필자가 치료 경과를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전화를 했으나 담당 의사와 소셜 워커와 연결이 안 된다. 간호사가 B를 직접 바꾸어 준다. 그런데, 내가 만났던 B가 아니다. 아주 상냥하고 예의를 갖추고 이야기 한다. 자기의 병에 관한 이해도 많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B와 직접 통화해 볼 것을 권했다. 어머니가 B와 통화한 후에 B가 아프기 전의 모습으로 많이 회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퇴원 후에 B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을 만났다. B가 아주 정상적으로 대화를 한다. 자기 병에 관한 이해도 보인다.
아주 감사한 것은 소셜 워커를 통해서 정부로부터 생활비 보조를 신청하였다는 것이다. 재활을 위한 외래 통근 치료 프로그램도 소개를 받았다고 한다.
미주 뉴욕 중앙 일보 [전문가 칼럼] 2003년 9월 3일자
아들의 정신질환
이 어머니는 아들 B가 오랫동안 정신질환 증세로 고생 한단다. B는 자기가 먹는 음식에 어머니가 독을 넣고, 자기에게 자동차 번호판이 메시지를 주며 쓰레기들이 욕을 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또 FBI가 자기를 계속 추적하여 자기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하고, 이곳 저곳을 정처 없이 여행 하려 하며, 크레딧 카드를 많이 사용한다. 무엇이 보이는지 아니면 들리는지 스스로에게 중얼중얼하며 이야기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자꾸 자기를 괴롭히면 총이나 무기를 사서 어머니를 괴롭히겠다는 발언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언젠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 약을 처방 받았으나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믿음으로 이겨야 한다며 약병을 버렸다고 한다.
필자는 B를 정신과 응급실(Psychiatric Emergency Room)에 데리고 갈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B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부인(Denial)하여 정신 치료를 거부한다고 한다. B는 자신에게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집으로 방문하는 정신과 서비스 팀을 소개해주었다. 그러나 별로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B 자신이 자기 병에 관한 이해 부족으로 치료를 거부하니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급기야 앰뷸런스를 부르도록 권유했다. 앰뷸런스가 와서 저항하면 경찰이 와서 도와준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망설인다. 아들이 경찰에게 인도되어 가는 것을 어떻게 눈을 뜨고 보겠느냐고 한다.
며칠 후 B의 어머니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앰뷸런스를 불러야 할 것 같다고 한다. B가 한 5∼6일 잠을 자지 않고 여러 증상들을 보인다는 것이다.
앰뷸런스 불러 병원에 입원
다음 날 오후 다시 전화가 왔다. 어머니의 목소리에 심한 동요가 있다. 아주 긴장되고 당혹한 것 같다.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한다. 긴급하고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할 수가 있다. 전화 수화기에서 영어로 “누가 앰뷸런스를 불렀어요 ”라고 계속 묻는 B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들의 소란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급히 전화한 것이다. 결국 경찰이 와서 사태를 수습했다. B는 앰뷸런스에 실려서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것이다.
다음 날 B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B의 어머니는 계속 울기만 한다. 말을 잇지 못한다. 필자가 조금 단호하게 마음이 좀 차분해지면 다시 전화하라고 당부한다.
그 다음 날, B가 실려 간 병원 정신과 응급실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미리 B의 어머니로부터 B의 증상들을 다 받아놓았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응급실에서 B의 담당 의사가 나에게 전화해도 좋다고 이야기해 두었다. 정신과 응급실 의사에게 B의 증상을 이야기해 주었다. 응급실 의사도 환자의 상태가 아주 심각함을 인식하는 것 같다. 입원 치료가 필요함을 언급한다. B가 혼자서 스스로 자기를 돌봄이 불가능하고 가족 등 주위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B가 어떤 일을 저지를지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날, 그 쪽 병원의 정신 병동에 병실의 여유가 없어서, B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게 됐다. B가 옮겨진 정신과 병원의 소셜 워커(Social Worker)와 담당 의사(Psychiatrist)와 미팅을 예약했다. 며칠 후에 B의 어머니와 병원을 방문하여 B의 병력(History)과 증상(Symptoms)에 관해 이야기 해주었다.
병동을 떠나기 전에 B를 소셜 워커와 같이 만났다. 표정이 좋지 않다. 누가 앰블런스를 불렀는지를 자꾸 묻는다. 성경 등 읽을 것을 전달해주고 돌아온다.
자기 병 인정, 새 삶 찾아
일주일이 지났다.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들의 소식이 궁금해서이다. 필자가 치료 경과를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전화를 했으나 담당 의사와 소셜 워커와 연결이 안 된다. 간호사가 B를 직접 바꾸어 준다. 그런데, 내가 만났던 B가 아니다. 아주 상냥하고 예의를 갖추고 이야기 한다. 자기의 병에 관한 이해도 많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B와 직접 통화해 볼 것을 권했다. 어머니가 B와 통화한 후에 B가 아프기 전의 모습으로 많이 회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퇴원 후에 B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을 만났다. B가 아주 정상적으로 대화를 한다. 자기 병에 관한 이해도 보인다.
아주 감사한 것은 소셜 워커를 통해서 정부로부터 생활비 보조를 신청하였다는 것이다. 재활을 위한 외래 통근 치료 프로그램도 소개를 받았다고 한다.
미주 뉴욕 중앙 일보 [전문가 칼럼] 2003년 9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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