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뉴욕 중앙일보 2003년 5월 9일---전문가 칼럼

자아실현

힘들고 고달픈 이민 생활이다. 재정적인 안정을 위해서 몸부림을 친다. 성공적인 자녀 교육을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허탈함을 호소한다.‘사는 것이 무언지 ’라는 회의적 질문을 의외로 많이 한다. 생활의 무질서함도 호소한다. 도대체 스트레스가 줄어들 날이 없다고 한다.

힘들고 고달플 때 자아를 정립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삶의 목적이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갈등이나 문제의 본질을 진단하는 데 도움도 될 것 같다. 다시 말해 건강한 자아 의식 형성은, 문제를 정확히 분석하게 하는 통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것 같기 때문이다.

자아 실현이란,‘내가 누구인지’와‘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자기의 성숙이나 발전을 위해 뜻있는 활동을 추구하는 삶의 단계를 말한다. 즉, 진정한 자기 존재의 의미를 인식하고 삶의 가치 목표들을 성취하려고 노력한다. 결국 이들에게는 삶의 수준의 향상이 있고 만족과 보람으로 삶을 만끽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고난과 환경에 굴복하지 아니하며 의연하게 대처하는 초연한 모습도 있다.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A. Maslow)는 성격이 발달 형성되는 과정으로 다섯 가지의 심리 욕구 동기들을 제시하였다. 신체적이며 욕구 본능적인 것, 위험으로부터의 안전 보호, 사회적 활동, 자존감(Self-Esteem) 유지, 그리고 자아 실현의 욕구들이다. 일반적으로 신체와 관련된, 예를 들면 배고픔처럼 기초 본능 욕구가 가장 우선 충족되어져야 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순서대로 다음 순위의 욕구를 추구하게 된다. 다시 말해 굶주리는 환경이나 안전 위협의 상황에서는 사회적인 가치나 자기의 가치 등을 생각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괜찮게 여기는‘자존감 유지’에까지는 도달하지만, 자아 실현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자아 실현은 개인이 존재하는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높은 사고의 단계인 때문이다. 즉,‘왜 사는지’를 깨닫는 등으로 뚜렷한 삶의 철학이 형성된 단계이다. 여기에는 세상의‘통념적 가치의 삶’의 굴레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도전적 의식이 있다. 그래서 자유적이며 자기 선택과 결정으로 의미있고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게 된다.

매슬로 박사는 삶의 여러 면에서 질이 나아지기를 바라는‘향상의 욕구’가 우리들에게 있다고 한다. 더 잘 살고 잘 되려고 하는 이유가 이러한 심리적 동기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지위 확보를 통해서 자존감을 향상하고 자기 만족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아 실현을 한 단계 더 성숙한 삶의 과정으로 여긴다. 생계의 안정과 안전의 욕구와 자존감을 초월하여 자아 실현의 단계에 도달한 위인들이 좋은 예이다. 테레사 수녀가 그렇고, 슈바이처 박사가 그렇고, 마틴 루터킹 목사가 그렇다. 그들의 업적이 생계 본능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위험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함도 아니었다. 단지, 신이 주신 사명을 깨닫고 인식하여 사랑과 희생으로 헌신하며 자기들의 삶의 목적과 가치를 추구한 것이었다.

우리 주변에도 겸손과 사랑과 희생으로 곳곳에서 사회의 꽃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면 장애인과 노인 복지를 위해 애쓰는 자원 봉사자들이 그렇다. 비록 여유 있는 경제적 수입은 없지만 말이다. 사랑 나누기를 삶의 가치로 여기며 만족과 보람을 가진다. 남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다. 아마 사회의 진정한 빛과 소금이 되는 종교인들도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한편 개인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그냥 좋아서 도전하고 스스로 도취하여 몰두하는 정신적 경지가 있다. 건강 증진 등으로 자기 관리를 하는 이들이 그렇고 배움의 열정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이 그렇다. 이들은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정신으로 성취감을 맛본다. 결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성숙이 그들에게 있다.

삶이 바쁘고 고달프다 보면 생각을 포기하기가 쉽다. 그래서 삶의 목적과 의미를 아예 상실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울해지기도 한다. 희망적인 생각이 없다. 미래의 건설도 없다. 자기를 체념하는 생각도 있다. 한 마디로 지쳐서 생각을 하기 싫다고 한다. 심지어 도움을 받을 수조차도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즉, 스스로 구제 불능이라는 것이다. 삶의 의미와 방향을 아주 잃어버린 것 같다. 한마디로 자아 개념과 통찰력 상실이다.

자아 실현! 의식 있는 삶의 경지이다. 삶의 가치와 의미의 추구! 삶의 목적 의식은 우리의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중요한 열쇠이다. 이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게 하는 가치의 근원이다. 그래서 자아 실현을 통한 목적 의식적인 삶은 우리의 생활에서의 문제와 갈등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삶의 목적이 정확히 인식되면, 그것에 따른 목표 설정이 가능하기에 말이다. 단기 혹은 장기적으로 성취 가능한 목표들 말이다. 결국 의식의 안정으로 삶의 체계가 확립될 것 같다. 무질서한 삶에서 질서있는 생활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