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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게 하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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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05-08-22

본문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은 자의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미드(G.H. Mead)는 인간의 자의식을 사회심리학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즉 사람은 내가 나를 바로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응을 통하여 자신을 의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질투심이나 호기심 때문에 열쇠 구멍을 통하여 방 안을 들여다보고 있을 경우, 그 상황에서 나는 “나”를 전혀 의식하지 못 합니다. 그 순간은 마치 “나”라는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 때 나의 의식은 나의 행위, 나의 질투 혹은 내가 보거나 듣고자 하는 대상으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복도 저쪽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음을 느끼게 되면 나의 의식에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내가 보고 듣는 것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나의 관심이 자신에게로 쏠립니다. 부끄러움을 의식하는 반작용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정죄하고 심판하므로 나는 “나”를 의식하게 되고 또한 나는 “나”를 숨기려고 자신을 정당화 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타락된 모습이며 또한 나를 윤리적으로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은 하나님의 눈길 앞에서 벌거벗었음을 깨닫고 옷을 입기 시작하였습니다. 다른 사람이 실제로 나의 뒤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지 않더라도 나는 다른 사람의 눈길을 의식하는데 어떤 철학자는 이것을 하나님의 눈길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인간이 스스로를 느끼게 하는 것이 타자와의 관계 가운데서만 가능하다고 하는 이론입니다.

그러나 나의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하여도 나를 느끼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고통입니다. 기쁨은 자신을 망각하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통은 아무리 자신을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게 합니다. 아무리 약한 고통이라도 그것을 느낄 때 그것을 느끼는 자신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고통을 느끼는 자신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고 또 그 고통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없어지지 않는 것이 고통입니다. 그리고 고통은 철저히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합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서 동정심을 가지고 위로를 한다 해도 고통은 옮길 수도 나누어 줄 수도 없습니다. 그 순간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고 누구와도 다른 “나”라는 존재가 있음을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나와 너의 경계선은 고통을 느끼는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나의 손을 잡고 동정할지라도 내가 아픈 만큼 그가 아플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고통은 철저히 나만의 고통이고 홀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기쁨은 다른 사람이 함께 기뻐해 주면 더욱 기쁠 수 있으나 아픔은 항상 “나”의 아픔이요 “나만”의 아픔입니다. 따라서 고통은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점에서 사람이 철저히 책임적인 존재임을 깨닫게 합니다.

사람이 스스로 책임적인 존재인 것을 깨닫게 하는데 있어서 고통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고통은 사람을 책임적인 존재로 성숙하게 합니다. 인격적이라는 말은 책임적인 존재라는 뜻입니다. 고통은 비록 저주의 결과로 주어졌지만 인간이 자신을 책임적인 존재로 깨닫고 성숙하게 하는 면에서는 매우 유익하기도 합니다.

“고난당하기 전에는 내가 그릇 행하였더니 이제는 주의 말씀을 지키나이다.” - 시편 119:67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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