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생각하기를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다 예정하셨으면 우리가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모든 것을 하나님의 예정에 맡기고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우리가 어떤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는 것을 불신앙이라고까지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기는 하지만 성경적이지는 않습니다. 신앙적이지는 않습니다. 합리적인 것이 신앙에 방해가 되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이 모두 비신앙적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진리는 합리성과 논리성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예정에 있어서도 합리적인 반응은 인간 편에서 아무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신앙적이고 성경적인 반응은 하나님께서 예정하셨기 때문에 인간 편에서 계획을 세우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믿음의 사람들에게는 하나님께서 예정하셨다는 사실이 우리의 행동의 원인과 이유가 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예정하신 일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고 애를 씁니다. 우리가 애쓰고 노력하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일을 이루시겠지만 하나님께서 일을 다 끝내기 전에 그 일에 참여하기를 힘쓰는 것이 믿음의 자세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 감각에 있어서 가장 심오한 윤리적 중요성을 지닌 두 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첫째는 구속적 측면입니다. 하나님께서 과거에 그의 백성에게는 해방을, 적에게는 심판을 행하셨다는 믿음입니다. 따라서 그 은혜에 감사와 순종의 반응을 강조하여 고취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이 그들의 윤리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십계명은 바로 출애굽의 구속 사건을 순종의 이유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모든 행동도 결국은 우리를 구속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동기에게 출발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둘째는 종말론적 측면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에는 지속적 목적이 있다는 믿음입니다. 즉 하나님께서는 악을 억재하시고 의를 옹호하시며, 정의와 평화를 확립하시고, 하나님과 인류와 자연 간의 조화를 회복하심으로서 구원을 완성시키실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은 이 두 가지 측면에서의 역사적 감각으로 인하여 그들의‘현재’는 윤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즉 내가 지금 여기에서 행하는 일은 하나님께서 과거에 하신 일과 그분이 미래에 하실 일 때문에 중요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구원하시려고 과거에 그 크고, 중요하고, 놀라운 일을 많이 행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태도는 마땅히 감사를 나타내야 합니다. 나는 또 그분이 마지막으로 행하실‘그 날’을 기다리며 그의 나라를 세우도록 힘쓰고 그의 나라 법에 통치를 받으며, 의로운 사람으로 사랑을 실천하며 살기를 소원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할 때 운명론은 기독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예정은 바로 우리의 윤리적 행동을 촉구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예정에 의해 우리가 구속함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그 구속의 은혜에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받은 구속은 종말론적입니다. 즉 우리의 구속에는 지속적인 목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악을 억제하시고 의를 이루시며 평강을 이루시기를 원하십니다. 그 목적을 위해 우리가 구속함을 받았습니다. 그 일을 하나님께서 이루어 가실 때 우리는 발 벗고 그 일에 참여해야 합니다. 한 발이라도 들여 놓아야 합니다.

이런 깨달음과 자세는 운명론을 극복할 수 있는 신앙의 자세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어떤 말씀이든지 우리는 윤리적 결단으로 반응해야 하는데, 우리의 윤리적 동기는 구속적 측면과 종말론적 측면이 잘 조화된 역사 이해에서 나타나야 합니다. 이 두 측면에 대한 이해는 결코 우리를 운명론적이나 숙명론적이 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요셉이나 다윗은 이 둘을 잘 조화시켜 좌절하거나 하나님의 뜻을 거슬러 행동하지 않으려고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믿음이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것입니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으므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 앞서 보내셨나이다.”- 칭세기 45:5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