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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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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0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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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만해도 Organic food는 일부 부유층이나 관심을 가지는 식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Organic food 시장이 엄청나게 확대되어 대형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월마트 같은 곳에서 대량으로 Organic food를 취급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정말 Organic food가 대량으로 공급될 만큼 생산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갖습니다.

그리고 가공하지 않거나 덜 가공한 Organic food는 사실 거칠고 맛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옛날에는 다 건강식품을 먹었습니다. 보리밥이나 보리개떡 같은 것들이 전형적인 건강식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리밥도 요즘은 보리를 찧을 때 도정을 잘해서 쌀처럼 부드럽지만 옛날 디딜방아에 찧은 보리는 거칠었습니다. 그 거친 보리쌀로 밥을 해 놓으면 맛이 없습니다. 그것도 따뜻할 때는 덜하지만 식으면 더 거칠어집니다. 보리도 햇보리를 찧어서 밥을 하면 부드럽지만 묵은 보리는 아주 거칩니다. 그리고 보리를 찧을 때 나오는 겨를 가지고 보리개떡을 해 먹었습니다. 그리고 밀을 빻을 때 나오는 겨를 가지고 밀기울 개떡을 해 먹기도 했습니다.

보리개떡, 밀기울 개떡, 수수개떡 참 맛 없습니다. 그 때는 쌀밥 한 번 실컷 먹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Organic food Store에 가면 그런 거친 곡식 가루를 팝니다. 가공을 덜하여 거친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그 때는 그것이 건강에 좋은 줄 몰랐기도 했지만 부드러운 음식이 없던 때라 거친 음식이 그렇게도 싫었습니다. 보리개떡 같이 거친 음식에 지쳐 있던 사람들에게 부드러운 밀가루에 우유 계란 설탕 이스트 넣어 만든 카스테라는 환상의 맛이었습니다.

70년대에는 달고 부드러운 맛에 살림 거덜 낸 주부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그 달고 부드러운 맛에 건강을 망치고 말았습니다. 요즘은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기도 했지만 가공식품이나 지나치게 부드러운 음식 때문에 잃은 건강을 되찾으려고 너도 나도 유기농산물을 선호합니다. 유기농산물은 건강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요즘은 유기농산물을 친환경 식품이라고 합니다. 유기농산물이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지구환경을 살리는 데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그것이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되기도 하고 이웃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 부드러운 것, 편한 것, 깨끗한 것, 편리한 것만 좋아하면 그만큼 자원을 낭비하게 되고, 자원을 낭비하면 환경이 그만큼 오염되고, 환경이 오염되면 온갖 공해병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거칠고 맛이 없는 유기농산물을 먹으면 지구환경을 그만큼 보호하는 것이 되고, 또한 설거지와 빨래를 할 때 세제를 덜 쓰는 것도 공해를 방지하는 것이 되고, 물건을 아끼고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공해를 줄이는 것이 되니까 공해병을 예방하게 되어 그것이 결국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출애굽기 12장은 유월절의 유래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매년 유월절을 지키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40년 광야 생활에서 유월절을 지키지 못하다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유월절을 지키게 됩니다. 유월절 때는 불에 구운 양고기와 “누룩 없는 빵과 쓴 나물”을 먹었습니다. 누룩 없는 빵은 옛날 우리나라의 보리개떡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누룩 없는 빵은 가장 질이 낮은 먹을거리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최고의 먹을거리이기도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최악의 음식이지만 실제로는 최고의 음식입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최저가 최고입니다. 성경은 바로 이것을 우리에게 가르칩니다. 이 교훈을 믿는 것이 신앙입니다. 요즘 영성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것이 우리가 배워야 할 참 영성입니다.

유월절은 이스라엘이 애굽의 생활을 끝내고 광야로 들어서야 할 바로 그 순간에 하나님이 자신들의 생명을 지켜주셨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절기입니다. 그때 그들이 누룩 없는 빵을 먹었다는 것은 생명이 오직 하나님으로부터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신앙고백입니다. 그들은 이제 광야로 들어서야 합니다. 더 이상 먹을 것이 정기적으로 공급될 수 없는 상황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으로 먹고 사는 법을 배워야합니다. 그게 바로 누룩 없는 빵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누룩 없는 빵을 먹은 것이 아니라 만나를 먹었습니다. 만나는 그날그날 하나님께서 내려주시는 양식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먹을 것이 만나밖에 없다고 불평을 많이 하였습니다. 만나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먹을거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만나는 누룩 없는 빵입니다. 입맛으로만 생각하면 참 견디기 어려운 음식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이 불평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것이 아닙니다. 그 거칠고 맛없는 누룩 없는 빵, 40년 동안이나 먹었던 만나는 입맛으로만 생각할 음식이 아닙니다. 그것이 없었으면 그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을 생명의 양식이었습니다. 그들이 농사해서 얻은 양식이 아니라 농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공급해 주신 양식입니다. 그 양식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생명을 보존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나는 은총의 양식입니다. 생명의 양식입니다. 건강의 양식입니다.

부가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성인병을 일으킬 염려가 없는 최고의 organic food입니다. 이보다 고급한 음식이 없습니다. 이보다 질이 좋은 음식이 없습니다. 이보다 풍성한 식탁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베푼 식탁입니다. 그래서 여기 이 유월절 식탁에 감사가 있고 감격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하나님 나라의 윤리가 있습니다. 환경문제가 21세기에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로 제기된 지금 누룩 없는 빵이나 만나는 절제된 식탁, 풍성한 식탁, 생명의 식탁임과 동시에 하나님께 대한 감사와 이웃 사랑의 새로운 개념이 있는 하나님 나라의 식탁입니다.

“너희로 내 나라에 있어 내 상에서 먹고 마시며 또는 보좌에 앉아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다스리게 하려 하노라.”-눅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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