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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피는 알고 땅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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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 2007-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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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8년 5월 5일 독일의 트리에에서 한 유대인 변호사에게 총명한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당시는 유대인들에 대한 차별이 심했기 때문에 이 유대인 변호사는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였습니다. 그의 아들은 매우 영리하여 17세에 김나지움을 졸업하였고 본과 베를린에서 법학과 철학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는 라인 지방 신문 편집인으로 있으면서 당시 권력자들의 심기를 상하게 하는 아주 예리한 비판의 글을 썼습니다. 그 이유로 그 신문은 폐간되었고 그는 불란서 파리로 망명하게 되었으며 거기서 그의 평생 동지인 프리드리치 엥겔스(Friedrich Engels)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가 바로 저 유명한 공산주의 이론인 『자본론』을 쓴 칼 마르크스입니다. 그는 생의 대부분을 벨기에의 부류셀에서 살았으며 말년에는 런던에서 살았습니다. 그는 1867년에 그 유명한 자본론(Das kapitel)을 런던의 도서관에서 썼습니다. 그 자리에 지금의 대영박물관이 세워졌습니다.

칼 마르크스가 태어난 21년 후인 1839년 9월 2일에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스코틀랜드와 영국 계 부모에게서 역시 총명한 한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그의 가정은 중산층이었으나 점점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서 그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센프란시스코와 뉴욕과 필라델피아에서 광부생활을 하였으며 돈을 벌기 위해 배를 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독학으로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어려운 생활 형편에서 생계를 위하여 어떤 기술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자유와 평등과 경제와 민주주의와 도덕 같은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며 공부하였습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모든 것을 성경적 관점에서 생각하였습니다. 1789년에 그는 그의 사상과 이론을『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이라는 책에 담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인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 미국의 경제사상가)입니다. 헨리 조지의 책은 매우 탁월한 경제이론서이지만 그 당시에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영향력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약 140여년이 지난 지금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역사적 임상실험 결과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론으로 폐기처분되었습니다. 그러나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은 세계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최적의 대안으로 경제학자들과 개혁의지가 있는 기독교 지도자들에 의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곳에는 헨리 조지의 연구회가 결성되어 그의 경제 이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문제 제기에 있어서는 칼 마르크스와 헨리 조지가 다르지 않습니다. 그 당시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도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은 그 사회가 풀어야만 했던 수수께끼였습니다. 칼 마르크스나 헨리 조지는 다 같이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이 토지 사유제 때문이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군사독재 시절에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함께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은 대학에서 금서로 분류되어 열람이 불가능하였습니다. 그러나 헨리 조지의 이론을 칼 마르크스의 이론과 동일하게 취급한 것은 헨리 조지에 대한 오해입니다. 헨리 조지의 이론 체계와 경제운영 방법은 칼 마르크스와는 달리 자유시장제와 사유재산제를 옹호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산업발전과 더불어 발생한 빈부격차 문제가 토지의 투기문제와 맞물리면서 그의 주장은 경제학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이 이론은 미국보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덴마크와 같이 실제로 그의 이론을 일시적이나마 실천한 국가도 있었으며, 孫文을 통하여 중국에까지 영항을 끼쳤습니다. 그의 이론이 한 때 인기를 끌며, 영향도 끼쳤으나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 것은 주류 경제학에서 외면당하거나 밀려나 버렸다는 뜻입니다. 거의 같은 시대에 일어난 주류 경제학의 한계이론과 마르크스 이론의 영향 때문에 헨리 조지이론은 이 틈바구니에서 밀려나 버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정통파 경제학자들에게는 헨리 조지가 정규 경제학도가 아니라는 배경적 선입관으로 인하여 사이비 경제학자로 보였을 것입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땅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경제의 기초도 모르는 단순 발상으로 경제 문제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헨리 조지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며, 하나님과 성경의 귄위를 믿고, 토지의 사유제가 성경적 기본정신에 위배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경제적 생산의 3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 중 토지를 우선 요소로 강조합니다. 칼 마르크스 경제학은 노동만을 지나치게 중시하여 토지를 노동에 종속시켰고, 주류 경제학은 자본을 중시하여 토지를 자본의 부속물로 보았습니다. 헨리 조지는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제를 적극 옹호하고, 경제에서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고 중시하였습니다. 또한 사상적 입장도 사회주의적 철학과 집산체제를 부정하며, 자본재의 국공유화와 생산물의 배급제를 아주 비효율적인 제도로 보았습니다. 그가 경제법칙(효율)과 도덕법칙(정의)이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논증하려고 하였던 것은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신앙적 확신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그의 신앙은 개인의 구원만을 지향하고 경제와 사회에는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사회개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정의로운 하나님의 법이 이 땅 위에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 신앙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예수원의 대천덕 신부가 한국을 위해서 평생을 바쳤는데, 그분은 한국 사회가 부동산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던 70년대 후반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국회의원들과 경제부처에 꾸준히 편지와 논문을 보냈는데, 그 내용이 바로 헨리 조지의 경제 이론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한국에는 1984년에 『성토모』라는 모임이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토모란 성경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Henry Geroge Association of Korea)의 약자입니다. 며칠 전에는 월간 “복음과 상황” 2007년 2월호에서 한국 강남의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님이 통일 후 북한에 토지공개념을 실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사랑의 교회는 사실 한국 강남의 여러 큰 교회와 함께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오직 제자훈련에만 힘을 쏟던 교회였습니다. 그러던 교회 목사가 이런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제는 대형교회도 이 문제를 외면하거나 피하여 갈 수 없을 만큼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 한다고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어느 나라든지 부동산과 경제 정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의 폐해들이 곳곳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용 없는 경제성장은 기업주들에게 우선 먹기 좋은 곶감이지만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머지않아 그들이 생산한 물건을 팔아 줄 소비자들의 소비능력을 감소시켜 기업주 또한 살아남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특히 한국은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누리는 자들이 입법부와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고, 경제적 불공정으로 이익을 보는 기득권자들이 개혁을 싫어하기 때문에 경제 정의 실현이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소망은 하나님의 말씀에 있습니다. 교회가 비록 세상의 비난을 받고, 성경의 가르침에 피상적인 지도자들이 많지만 소망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 있기 때문에 낙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 교회나 미국 교회나 이 땅의 교회의 현실만 보면 실망입니다. 현실적으로 오늘날의 기독교가 지향하는 것을 보면 낙심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부족해도 하나님은 완전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교회의 역사를 보더라도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힘은 기독교의 진정한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종교 개혁자들도 완전하지 못했고, 한 때 기독교의 부흥을 주도했던 경건한 자들도 완전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끓임 없이 말씀에 비추어 자신과 교회를 개혁하고 고쳐가도록 성령께서 역사하셨던 것입니다. 성령은 우리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도하십니다. 성령은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에 이르게도 하시지만 구원 받은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의 법에 통치를 받도록 도우시고 인도하십니다.

구약 성경 레위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사상이 있습니다. 하나는 피(血)고 다른 하나는 땅입니다. 피는 죄를 속하는 제사에 관련 된 것이니까 구원에 대한 것이고, 땅은 구원 받은 백성의 경제생활에 관련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전통 교회 신자들은 레위기에 나오는 대속(구속, 보혈)의 피는 잘 알고 있지만 같은 레위기에 나오는 땅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피는 구원 얻는 교리에 대한 것이라면 땅은 구원 얻은 백성이 어떻게 하나님의 법에 순종하여 사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경제생활과 윤리생활에 대한 근간입니다. 성경은 토지를 영원히 팔지 못하게 하면서 그 이유를 토지는 하나님의 소유이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자본주의 사회가 안고 있는 경제적 부정의와 불평등, 즉 고용 없는 경제성장의 문제와 땅에 대한 그릇된 태도로 인하여 생겨나는 사회적 혼란은 아무도 피해갈 수 없다는 위기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미 한 세기 전에 헨리 조지는 이 위기를 인식했고 성경적 대안을 제시했는데 교회는 피는 알았지만 땅은 너무 몰랐습니다. 정치인들과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 학자와 공무원, 기업인들과 모든 기득권층이 부동산 투기로 대박을 꿈꾸며 나라 경제를 말아먹을 때 교회도 덩달아 부동산 투기에 눈독을 들여 재산을 불려왔다는 사실이 피는 알고 땅은 몰랐다는 증거입니다. 한국에는 재벌 교회가 많습니다. 몇몇 원로 성직자들이 공개 회개를 하였는데 “한국의 대형교회 재산을 빈민들에게 나누어주다”라는 대문짝만한 신문 기사를 언제나 읽게 될지...

“토지를 영영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라 너희는 나그네요 우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 레 25: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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