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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개혁보다 신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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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0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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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정치는 보수가 주도적이었고 한국 정치는 진보가 주도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보수도 한국의 진보도 국민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사회 집단은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는 각각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책을 내어 놓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타격을 입힐 대안을 정책으로 내어 놓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승자 독식주의’에 분노하고 있으며,‘편 가르기’와 ‘진영 의식’에 남 탓만 하면서 외쳐대는 진보와 보수의 목소리에 냉소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곁에 신뢰받는 집단이나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여간 가슴 아픈 일이 아닙니다. 왜 사람들은 상대방을 흠집 내는 것으로 자신이 신뢰받으려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신뢰를 잃어가면서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의 끝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곁에 있어도 거울삼지 못함은 명예와 권력과 돈에 눈멀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직하지 못한 지도자의 거짓된 겸손, 지도력으로 오해된 권모와 술수, 공익과 진리와는 거리가 먼 비전의 필승구호에 눈멀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개혁을 하겠다고 정의의 사도로 자처하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정작 개혁의 의미를 아는 분들이라면 자신부터 개혁의 대상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할 것이고 스스로를 개혁하려는 노력과 진리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겸손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신뢰부터 쌓아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들이 앞서기를 좋아하고, 명예를 탐하는 사람이 공치사에 돈을 낭비하며 사람들을 들러리 세우고, 개혁의 대상인 것 같은 이들이 개혁을 부르짖고, 순수해야 할 젊은이들이 명예와 권력과 이권과 시류에 편승하고, 사랑하지 않으면서 비판하고, 성경에 무지한 자들이 영성과 비전을 말하는 그 피상성에 역겨워 하는 나 자신의 교만을 숨기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내가 주장하는 것만큼 겸손하지도 순수하지도 못하고, 정당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믿는바 바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게 될까 두렵습니다.

신뢰는 개혁에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당성보다도 신뢰가 우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설득될 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존심이 상해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신뢰하는 사람의 주장에는 기꺼이 동의하고 따르지만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의 정당성에는 자신도 납득할 수 없는 반감으로 반응합니다. 신뢰를 잃은 대통령, 신뢰를 잃은 목사, 신뢰를 잃은 교수, 신뢰를 잃은 언론인, 신뢰를 잃은 기업인, 작금의 세상은 온통 신뢰할만한 집단이나 지도자가 없는 것 같아 절망입니다.

하지만 이렇게만 보는 것 역시 세상을 너무 피상적으로 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진정 신뢰받는 이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없는 것 같이 느껴질 뿐입니다. 명예와 돈과 인기와 권력에 눈먼 목사도 많지만 교인 한 사람을 가족처럼 아끼고 돌보며 물질과 명예에 대한 유혹에 단호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며 상식을 존중하고 사람과 진리를 사랑하는 참 좋은 목사들도 많습니다. 어설프게 교회를 비판하고 목회자를 비난하여 교회를 힘들게 하는 질 나쁜 교인들도 없지 않겠지만 진실 되게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사랑하며 말없이 희생하고 봉사하고 덕을 세우기 위해 애쓰며 다른 교인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좋은 교인들도 많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사람과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가장 절실한 아픔과 기쁨은 모두 사람에게서 옵니다. 거짓된 보수와 오만한 진보, 오만한 성공(?)과 거짓된 비전은 이 시대의 가치관을 발판으로 하여 자기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사람들을 기만하며 고통을 참아내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대의명분을 빙자한 ‘진영 강화’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관계에는 신뢰와 눈물이 필요합니다. 정직으로 말미암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다른 사람의 아픔을 덜어주려는 눈물어린 배려는 어떤 업적이나 개혁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켜켜이 쌓아온 오만과 고집의 세월이 만들어 낸 불신의 짐을 올해에는 기필코 내려놓고 개혁의 업적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 새해부터는 겸손과 정직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할 신뢰 쌓기를 시작해 보십시다.

“이러므로 너희가 더욱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공급하라.” -벧후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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