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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도 아껴 쓰고 사람도 아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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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0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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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시골에서는 낡아 바닥에 구멍이 뚫어진 가마솥을 때워 사용하였고, 냄비와 옹기그릇도 깨어지면 때워서 사용하였습니다. 농기구도 고장이 나면 고쳐 사용하였고, 옷도 낡아 떨어지면 꿰매어 입었습니다. 고무신도 때워 신고, 운동화도 꿰매 신었으며, 구두도 고쳐 신고, 구멍 난 양말을 전구에 끼워 꿰매 신었습니다. 전기 제품도 고장 나면 고쳐 사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낡고 고장 난 것을 고쳐 사용하기보다 버리고 새것으로 사는 것이 일반화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모든 것이 풍부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이 풍요를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한국과 미국에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물자가 풍부합니다. 이것은 자본주의 경제가 만들어낸 열매들입니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은 기존의 수요만큼 물건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수요를 창출하는 방법은 소비를 장려하는 것입니다. 한 벌 옷이면 충분할 사람에게 열 벌의 옷을 갖도록 수요를 만들어갑니다. 그렇게 해야 대량생산을 할 수 있고 대량생산을 해야 원가와 소비자 값을 낮출 수 있습니다.

기업인들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상품을 싼 값에 제공하기 위하여 그렇게 한다고 하지만 이것이 자본주의 경제제도의 폐해이고 함정이며 딜레마입니다. 대량생산을 하게 되면 그것을 소비하기 위해 소비를 장려하게 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한 벌의 옷은 싼값에 살 수 있게 되지만 열 벌을 사게 되어 결국 지출이 늘어나게 되어 낭비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따라서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는 자원의 낭비로 말미암은 환경오염을 초래하게 되었고, 환경오염은 인간과 자연에게 예측하지 못했던 치명적인 각종 질병과 고통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본주의 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공장에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게 되면 고용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자동화 되므로 오히려 고용이 줄어들게 됩니다. 여기에 바로 자본주의 경제 제도 아래서는 국민의 평균 소득율과 실업율이 동반산승하게 되는 이율배반 현상의 원인이 있습니다. 기업주의 이익이 늘어가는 것과 함께 실업율도 늘어납니다.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는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면 사회 갈등이 깊어지고 또한 그것은 아무의 책임도 아닌 순전히 제도 때문이기에 사람들은 더욱 무력감을 느끼며 냉소적이 되어 갑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낙관적 사회주의 이상의 실패는 젊은 세대들의 가슴에서 개혁에 대한 의지와 열정마저 빼앗아가고 말았습니다.

그 단적인 증거 중 하나가 젊은 세대들이 냉소적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도 과열현상을 보이던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가 투표자 수의 미달로 당선자를 내지 못하는 사태가 여러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386 세대들이 청와대와 국회에 들어가 낙후된 진보주의 정책을 펴고 있는 지금 대학에서는 거의 대다수의 학생들이 진보적인 정치와 학생운동에 냉소적이 되어 버렸습니다.

나는 이 점을 심각하게 우려합니다. 시위와 데모가 지나치게 물리적인 양상을 띠었던 지난날의 학생운동은 개선되어야 하지만 아무런 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순전히 공익과 사회정의를 위하여 싸울 수 있는 순수한 젊은 열정은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가 지나치게 이기적이 되어버린 것도 우려할 일이지만 그보다 더 우려가 되는 것은 젊은 세대가 냉소적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시대정신의 피해는 또 다른 곳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쳐 쓰고 아껴 쓰던 문화에서는 버릴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소비가 미덕이 된 문화에서는 고장이 나도 버리고, 유행에 맞지 않아도 버립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버리고,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새 것을 선택합니다. 이러한 가치관과 문화가 물건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를 높은 이혼율이 말해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부부가 서로 맞지 않고 부족해도 참고 살며 용서하고 고쳐가며 사는 것이 아니라, 적성이 맞지 않고 성격이 맞지 않으면 헤어집니다. 심지어 권태기를 넘기지 못하고 헤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옷이나 신발을 유행만 지나면 버리고 새것을 사듯이 아내도 남편도 버리고 새것(?)으로 바꾸는 경우가 다반사가 되었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지도자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도자는 지도자 아닌 사람과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지도자에게는 리더십이라는 탤런트가 귀하지만 피지도자의 역할 또한 지도자의 리더십 못지않게 귀합니다. 그리고 불완전함에 있어 그 둘은 동일합니다. 물론 지도자에게는 피지도자보다 더 높은 도덕과 윤리적 기준이 적용되지만 지도자의 어떤 부족함이나 실수 때문에 지도자를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은 지혜롭지 못합니다. 새 물건도 잠시 후면 헌것이 되고, 새 사람도 언제까지나 새사람으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새 사람은 허물과 약점이 다 드러나 버린 사람보다 위험부담도 크고 또한 새롭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로 인하여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새것과 옛것의 가치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원리를 따라 물건이나 사람이나 아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도자도 자기가 지도하는 사람들을 숫자의 가치로만 카운터 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당신 한 사람 없다고 교회가 안 될 줄 알아?”라는 생각은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믿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으시는 주님의 뜻을 무시하는 참으로 경계해야할 나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병든 자에게 의원이 필요하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모든 사람은 병자요 당신은 의사이심을 증거 한 말씀이지만 또한 모든 신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이 원리에 의하면 우리 모두는 불완전하기에 상대를 온전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불완전한 우리를 온전하게 고쳐서 사용하지 않으시고 불완전한 상태로 쓰십니다. 주님이 쓰시는 일군을 우리가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은 질그릇인 우리를 금 그릇으로 바꾸어 쓰시지 않으시고 질그릇인체로 사용하시므로 질그릇인 우리가 보배를 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황공하고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하십니다.

물건이 깨어지면 때워서 쓰고 고장이 나면 고쳐 사용했던 옛 문화는 이혼을 억제하는 역할도 하였고 사람까지 아낄 줄 알게 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무조건 옛것이 새것보다 좋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처럼 모든 것이 부족했던 지난날보다 모든 것이 풍족한 것이 사람들의 윤리성과 신자들의 영적인 생활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정직하게 직시하자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신자들이 자원도 아껴 쓰기를 바라시고 사람도 아낄 줄 아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내가 내 자녀를 아끼고 사랑하듯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모든 자녀를 아끼고 사랑하십니다. 나에게는 원수 같은 이가 하나님께서 그렇게도 아끼고 사랑하시는 자녀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기를 심판하여 이길 때까지 하리니."-마 12:20 절-
"누가 뉘게 혐의가 있거든 서로 용납하여 피차 용서하되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과 같이 너희도 그리하고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더하라 이는 온전하게 매는 띠니라."-골 3:13-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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