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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오피니언

욕망과 속도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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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 201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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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속도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고속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긴장감과 불안을 느끼듯이 인류문명사에 가속도가 붙을수록 사람들은 긴장감과 불안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인류 문명이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맞는 속도로 발전했다면 그와 같은 긴장이나 불안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인류는 과거에는 결코 겪어보지 못했던 속도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과학이나 예술이나 경제나 인류 문명 전체에 붙은 가속도로 인해 모든 이들이 불안해 하지만 그 가속도를 줄이는 것은 마치 재난을 자초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 또한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가속에 대한 위험 인식은 학문과 예술과 경제와 종교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는 듯합니다. 밀란 쿤데라의 느림예찬을 비롯하여 럿셀과 자크 르클레르크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 불가의 무소유에 대한 설법, 도가의 무위자연, 생태학자들의 녹색욕망 등에도 속도로 인한 위험도를 감지하고 그 대안으로서의 “느림”의 가치가 제시되어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속도에 불안을 느끼게 된 이들은 느리게 살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느리게 살면 삶이 행복해진다고 합니다. 과거 원시 농경 사회의 속도는 19세기 산업 혁명을 통해서 가속이 붙기 시작하였습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농공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단시간에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 되었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급속하게 발전한데는 인간의 욕망이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과학 발전이 이룩한 산업혁명은 ‘시간이 돈’이라는 계산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모든 것에는 가속도가 붙게 된 것입니다.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행복해진다는 강박관념이 사람들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람들은 시간을 쪼개 돈을 벌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시간은 점점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고 욕망은 채워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무리하게 속도를 높인 결과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각종 스트레스와 질병에 시달리고 가족, 친구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탐욕으로 생태환경이 파괴되어 신음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 사람들이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가치를 인식하게 시작하였고, 최근에는 욕망과 속도를 줄이자는 ‘느리게 살기’(slow movement) 운동이 점점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일본의 느리게 살기 운동 단체인 나무늘보 클럽의 표어는‘느린 것이 아름답다’라고 합니다. 그 클럽 대표가 쓴 동명의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느리게 살면 경제적 이익을 다소 포기해야 하지만, 마음이 여유롭다면 정말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어 적은 물질로도 만족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삶의 속도를 줄이면 자신이 무엇을 위해 서두르는지,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삶의 속도를 줄이는 느리게 사는 운동이 호응을 얻게 되자 명상이나 요가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거의 모든 종교가 명상을 강조하게 되었고 한국에서의 천주교와 불교 신자가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신교도 발 빠르게 이에 대응한 것 중의 하나가 뜨레아 디아스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삶의 가속도로 인하여 스트레스와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데 이렇듯 느리게 살기 운동은 나름대로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무엇이든지 빨리 서두르는 것보다 느리게 할 때 집중력이 높아지고 창의성을 발휘하게 되므로 오히려 빠른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느리게 살기 운동은 현대인들이 그렇게도 관심이 많은 건강과 궁합이 맞아서 사람들에게 더욱 어필하고 있습니다. 건강에 좋은 슬로푸드(slow food)와 느린 운동, 대체 의학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슬로푸드는 식도락을 중시하는 이탈리아의 브라(Bra)에서 처음 시작되어 단순한 건강식 운동에서 삶의 여유와 인간성을 추구하는 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느리게 살기 운동은 나름대로 철학과 윤리와 종교성까지 첨가되어 아주 묘한 성격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느린 삶을 살려면 근본적으로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합니다. 빠른 사고가 이성적, 논리적이라면 느린 사고는 창의적, 감성적이며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고, 느린 사고를 활성화하는 명상은 이완과 집중력 향상에 실질적으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지성인들과 종교인들까지 좋아합니다. 운동은 천천히 할수록 근육 생성과 지방 연소에 효과적이며, 요가는 면역력과 인내력을, 기공은 유연성과 집중력을 길러준다고 합니다. 뛰는 것보다 천천히 걷는 산책은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갖게 합니다. 위급상황이 아니라면 몸이 아플 때도 효과가 느린 약이 낫다고 합니다. 기업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직원은 해고당할까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기업주와 고용인 모두에게 과로는 피할 수 없는데 이에 대한 근본적 대안도 느리게 살기 운동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녀교육 여가문제 부부생활 등 총체적 인간 삶에 느리게 살기 운동, 명상 등이 복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불안해하는 삶의 속도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그 삶의 가속도의 문제와 폐해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있어서는 그리스도인도 의견을 달리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삶의 속도를 줄이고 느리게 사는 운동이 지향하는 목적에 있어서 그리스도인은 비 그리스도인과 달라야 하고 그 방법에 있어서도 주술적이거나 비윤리적이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삶의 지혜이기 때문에 신앙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인간이 안정감을 느끼는 삶의 정상 속도는 창조 질서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상태가 인간에게도 최상이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삶의 가속이 붙게 된 원인은 타락으로 인한 욕망 때문입니다. 그리고 죄는 인간을 전적으로 무능하게 하였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악한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그 욕망이 인간 문명의 원동력이 된 것은 틀림없지만 지금은 과유불급 상태입니다. 욕망을 줄이면 속도가 줄고, 속도가 줄면 긴장과 스트레스가 줄고, 스트레스가 줄면 성인병이 줄고, 성인병이 줄면 행복도가 상승하는 것은 임상실험으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삶의 속도의 부작용을 치료하는 것도 단순히 인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되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목적을 지향해야 하고 그 방법 또한 성경의 가르침을 벗어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나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이 아니니..., 그런즉 너희는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 고전 10:2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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