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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과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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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1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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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믿는 사람을 하나님의 백성 또는 하나님의 자녀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은 그리스도인 또는 예수님의 제자라고 합니다. 그보다 더 일반적인 호칭은 신자, 또는 기독교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자녀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를 부르는 또 다른 호칭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종’이라는 호칭입니다. 제자라는 호칭은 스승의 명성이 높으면 매우 자부심을 가질만한 호칭입니다. 하지만 스승이 아무리 탁월하다고 해도 종이라는 호칭은 그렇게 명예스러운 호칭이 아닙니다. 요즘처럼 종이 없는 시대의 종의 의미는 종이 있던 시대의 종의 의미와 아주 다릅니다. 종이 있었던 시대에 종은 인격적 존재가 아니라 주인의 소유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성경에 보면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에 대해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친구, 왕과 백성, 그 외에도 하나님을 고아의 아버지, 과부의 남편, 환자의 의사, 범죄자의 변호사 등 등 여러 다양한 예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관계는 나름대로 인격적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인과 종의 관계는 인격적 관계가 아니라 소유주와 소유물의 관계일 뿐입니다. 종의 제도가 존재했던 시대에는 그랬습니다. 상반의 차이가 엄격했던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그랬고 노예 해방이 있기 전 미국에서도 그랬습니다. 구약 시대는 물론이고 예수님 시대와 신약 성경이 기록되던 시대에도 그랬습니다.

요즘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종,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라는 호칭은 나름대로 상당히 명예스러운 호칭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종 또는 그리스도의 종이라는 호칭이 성경적 관점에서 생각할 때 원칙적으로는 명예로운 호칭입니다. 그러나 성경이 기록되던 그 시대의 사회적 통념으로서의 ‘종’의 호칭이 갖는 의미는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인간의 존엄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인정받을 수 없는 호칭입니다. 심하게 말해서 종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성경에 나타나는 ‘종’호칭에 대하여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성경이 기록되던 시대의 사회적 통념으로서의 ‘종’의 호칭이 갖는 의미를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12 제자들에게는 일반 제자와는 구별되는 사도라는 직명이 주어졌습니다. 제자와 구별하여 사도로 세운 것은 제자의 사역과 구별된 특별한 사역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도의 사역 중에 일반 제자의 사역과 구별되는 것은 교회의 기초를 놓는 일과 성경 계시를 완성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일은 성격상 반복될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도 직은 대단한 권위를 갖는 직무입니다. 사도들의 사역 중에 이 두 가지 일 외에 일반 제자들과 함께 했던 공통의 사역은 복음 증거와 목회적 사역입니다. 복음 증거와 목회 사역은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계속되어야 할 사역이기에 그 직무는 계승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도의 직무는 그 성격상 계승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통 개신교회에서는 사도 직은 계승되지 않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가르칩니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사도 직이 교황에게 계승된다고 믿고, 개신교 중에도 사도 직이 계승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개혁주의 교회에서는 사도 직이 계승되는 것이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사도의 직무가 계승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정통 교회는 그런 이들을 지목하여 경계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사도성에서 늘 사람들의 의심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이 사도의 자격을 예수님과 예수님의 사역을 처음부터 목격하고 함께 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열 두 명의 사도 중 가룟 유다가 결원이 되었을 때 맛디아를 선택하였습니다. 그 때 결원된 사도 한 명을 충원하는 기준이 예수님을 목격하고 처음부터 예수님의 사역에 동참한 자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 자격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예루살렘 교회가 바울의 사도성을 문제 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바울은 자기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임을 강력히 주장합니다. 그것 때문에 바울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바울이 사도 직에 너무 연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사도직의 권위와 명예에 연연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도 끈질기고 강력하게 자신의 사도 직을 변호했던 것입니다. 바울이 자신의 사도 직을 주장할 수 있었던 근거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경험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하지만 예루살렘 교회는 ‘나도 사도다.’라고 하는 바울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예루살렘 교회로부터 사도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바울에게는 일종의 자격지심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바울의 사도 직의 변명을 명예에 연연하는 것으로 보면 안 됩니다. 바울이 염려하는 것은 자기의 사도 직이 인정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복음의 정체성이 도전 받기 때문이었습니다. 복음에 대한 도전이 바울의 사도성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바울이 그렇게도 자신의 사도 직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인 것입니다. 복음의 정체성은 타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진리 논쟁이기 때문입니다. 초대 교회는 이 진리 논쟁에서 진리를 중심으로 하나 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초대교회는 유대 기독교와 이방 기독교로 분리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정통이라고 생각했던 유대 기독교는 역사에서 사라졌고, 이방 기독교만 살아남았습니다. 초대교회의 역사에서 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신학적 갈등이 갈라디아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복음을 변명함에 있어서 바울은 예루살렘 교회에서 왔다는 이들을 거짓 형제라고 하였고, 그들의 주장을 다른 복음이라고 하였으며, 다른 복음을 전하는 자들에게 무시무시한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복음만 왜곡하지 않는다면 할례도 받아들였고, 우상제물도 상대화 시키고, 다른 사람을 위하고 덕을 세울 수 있다면 평생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바울이었지만 다른 복음에 대해서는 그 상대가 누구든 일체 용납하지 않았고 저주까지 퍼부었습니다. 다른 복음을 전하는 자들에 대하여 저주를 선언한 바울은 “이제 내가 사람들에게 좋게 하랴 하나님께 좋게 하랴 사람들에게 기쁨을 구하랴 내가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쁨을 구하였다면 그리스도의 종이 아니니라.”(갈 1:10)고 하였습니다. “... 그리스도의 사도가 아니니라.”고 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종이 아니니라.”고 하였습니다.

바울의 사도 직 변명은 복음 증거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볼 때 바울이 그의 사도 직에 그렇게도 집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그리스도의 ‘종’으로서의 정체성에 집착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종은 목숨 받쳐 충성해도 아무런 명예도 칭찬 한 마디도 기대할 수 없는 신분입니다. 옛날 농촌에서 죽도록 일 시키고 잡아먹는 소와 다름없는 존재가 종입니다. 바울은 그와 같은 종의 신분을 한 없이 자랑스럽고 명예스럽게 여겼습니다. 이것이 바로 복음 안에서의 자유입니다. 종과 자유는 상식이나 논리로 설명도 이해도 할 수 없고 어울리지도 않고 조화시킬 수도 없는 개념입니다. 일체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존재가 종입니다. 그런데 신자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의 누리는 자유는 바로 그리스도의 종으로서의 정체성이 확실하고 흔들리지 않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고 기대할 수도 없는 ‘그리스도의 종’의 신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영적 수준을 이해하는 이들만이 복음 안에서 참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 노릇 하라.” - 갈 5: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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