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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과 아이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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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넷201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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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속담에 “하루 사과 한 개를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속담에서 이야기 하는 사과는 적어도 100년 이전의 사과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사과에도 우리 몸에 이로운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지만 100년 전 사과 한 개에 들어 있는 철분을 지금의 사과를 통해 섭취하려면 사십 개의 사과를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지난 100여 년 동안 사과의 당도를 높여 입에 맞도록 품종을 개량하였습니다. 사과 뿐 아니라 곡물이나 육류나 어류 등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먹을거리는 태초의 종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개량한 것입니다. 식물이나 동물의 품종개량은 인구의 증가 때문에 불가피 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쌀만 하더라도 벼의 품종이 개량 되기 전에 비해 개량 된 후에는 배가 넘는 수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배고픔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습니다. 아직 그런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여전히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먹을거리의 다수확 품종으로의 개량을 부정적으로만 이야기 하는 것은 옳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품종을 개량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품종이 개량될 수도 있겠지만 먹을거리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가능한 한 자연에 가까운 먹을거리를 선호합니다. 지금은 현실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주식(主食)은 개량식품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식(副食)은 산과 들과 텃밭에서 태초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나는 상치, 깻잎, 부추, 미나리, 고추, 오이, 가지, 호박, 배추, 파 등을 텃밭에 심었습니다. 이것들 중에 개량종이 아닌 것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개량종 채소이지만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기릅니다. 화학비료는 땅을 산성화시키고 채소까지 오염시켜 그것을 먹으면 우리 몸도 오염됩니다.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길러서 태초먹을거리와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생산해보려고 합니다. 이정도만 해도 사람들은 올개닉이라고 합니다. 화학비료 주지 않고 농약 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태초먹을거리에 가깝게 가는 것이라 생각되어 보람이 있고 즐겁습니다.

그런데 우리 텃밭에는 전혀 품종 개량을 하지 않은 태초먹을거리가 있습니다. 씨를 뿌리지 않았지만 몇 해 전 몇 포기 난 참비름을 그냥 두었더니 씨가 떨어져 해마다 6월이 되면 온 밭에 지천입니다. 철분과 칼슘이 풍부한 참비름을 먹으면 열을 내리고 해독작용이 있으며 소변, 대변을 잘 통하게 한다고 합니다. 특별한 향이 없고 부드러워 삶아서 먹기도 하고 된장찌개에 넣어도 맛이 일품입니다. 순과 잎을 잘라서 먹으면 며칠 새 다시 새순이 돋아납니다. 사람들이 참비름만큼 좋아하지 않아서 잘 알려지지 않은 쇠비름은 그 생명력이 지독하여 소가 쇠비름을 먹고 배설하면 “아, 더위 먹을 뻔했다.”고 한다 할 만큼 웬만한 환경에서는 죽지도 않는 것이 우리 텃밭을 다 점령해버렸습니다.

경험에 의하면 배추밭이나 조밭에서 뽑아 퇴비처럼 쌓아놓아도 죽지 않는 놈이 태반이었고, 뽑아 길에 버려두면 사람이 밟고 소가 밟고 다녀도 죽지 않습니다. 시골에서 농사지을 때는 잡초로 분류되어 골칫거리였지만 지금 우리 텃밭을 점령한 쇠비름은 여간 반갑지 않습니다. 쇠죽을 끓일 때 쇠비름을 넣고 끓이면 쇠죽이 부드러워 소가 잘 먹었고 영양가가 풍부하여 많이 먹이면 설사를 했습니다. 우리는 시골에서 쇠비름을 초고추장에 무쳐 생채로도 먹었고 삶아 된장 고추장을 넣고 무쳐 먹기도 하였는데 뉴욕에서 텃밭에 쇠비름을 뜯어 생채로도 먹고 삶아서도 옛 추억과 함께 먹는 것이 여간 행복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참비름이나 쇠비름은 아무도 그 품종을 개량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언젠가 황대권씨의 “야생초 편지”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학원 간첩단 조작사건에 연루, 13년 2개월간 수감되었던 저자가 감옥에서 유일한 벗으로 삼았던 야생풀들에 대한 편지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그는 “잡초란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다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가 감옥 뒤뜰에 여러 종류의 야생초를 키우면서 연구하였습니다. 그 중에 쇠비름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감옥에서 쇠비름을 연구하고 임상실험도 하였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쇠비름을 장명채(長命菜)라고 부릅니다. 長命菜-길長, 목숨命, 나물菜를 써서 이것을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였습니다. 또 다른 이름은 오행초(五行草)라고 합니다. 동양에는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이 있습니다. 陰陽五行은 목, 화, 토, 금, 수를 말함인데, 대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문자화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쇠비름 한 포기에 대자연의 오묘한 섭리가 다 들었다는 뜻입니다. 쇠비름을 가만히 보면 잎은 푸르고, 줄기는 붉고, 뿌리는 희고, 꽃은 노랗고, 씨는 검습니다. 그래서 그가 감옥에서 하나님을 믿고, 책도 많이 읽으면서 연구를 해보니까 잎은 간에 좋고, 줄기는 심장에 좋고, 뿌리는 폐에 좋고, 꽃은 쓸개에 좋고, 씨는 콩팥에 좋다고 하였습니다.

그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거짓 자백을 당하면서 갖가지 모진 고문에 못 이겨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기관지에 상처가 나고 염증이 나서 만성 기관지염을 앓게 되었는데 이것을 먹으면서 고쳤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간, 심장, 폐, 쓸개, 콩팥, 목에 심각한 문제가 없어서 그것을 먹어도 별 효과를 느끼지 못하지만 옛 사람들이 그렇게 좋다고 한 것을 보아 이로울 거라 생각합니다. 저절로 난 것은 아니지만 깊은 산에서만 자라는 참나물, 신선초를 텃밭에 심어 이른 봄부터 태초먹을거리를 즐깁니다. 나물 캐러 들로 나가지 않고 산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텃밭에 온갖 나물이 지천입니다. 산채가 아무리 좋아도 채소만 못하고 채소가 아무리 좋아도 곡채(穀菜)만 못하다고 하지만 나름대로 특색이 있고 이로움이 있어서 그것들을 기르고 먹는 것이 즐겁습니다.

텃밭에 채소와 산채를 기르는 것은 나에게 소중한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즐거움은 아이패드입니다. 텃밭을 가꾸는 것과 아이패드를 즐기는 것은 아무래도 극과 극 같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것들입니다. 아이들이 생일선물로 산 준 아이패드를 갖게 된 후 성경, 찬송, 설교노트, 사전, 수첩, 카메라, 녹음기, 녹음테이프, CD, 시계, 계산기, 달력, 지도, 앨범, 라디오 등 많은 것이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논문들과 고전 서적을 그 안에 넣어 두고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어서 요긴합니다. 양질의 강의, 설교, 영화, 음악, 뉴스도 언제나 듣고 볼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의 모든 자료와 정보를 거기서 얻을 수 있습니다. 신학밖에 배우지 못한 나로서는 인터넷과 아이패드를 통해 거의 모든 분야를 언제 어디서나 공부하고 배울 수 있어서 여간 고마운 게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천지와 그 안에 있는 인간 문화와 학문에 대해서 배우고 알아 가는데 있어서 인터넷만큼 유용한 것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아이패드는 도서관과 방송국과 학교와 극장을 손에 들고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좋은 도구와 조건을 가지고도 하나님의 뜻과 세상에 대해 바로 배우고 대처하지 않는 것은 게으르고 악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텃밭과 아이페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여호와는 천지와 바다와 그 중의 만물을 지으시며... 시온아 여호와는 영원히 다스리시고 네 하나님은 대대로 통치하시리로다 할렐루야.” 시편 146: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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