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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막절을 지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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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1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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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는 11월에 추수감사절이 있습니다. 일 년 농사를 추수하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는 절기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지키는 추수감사절 외에 추석이라는 명절이 있습니다. 성탄절 같은 명절은 기독교 명절이지만 불신자들까지 지키는 명절로 정착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추수감사절은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에 가려 기독교인들만 지키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나라에 추수를 감사하는 절기가 있지만 이방 나라에서 추수를 감사하기 위한 절기를 대한민국처럼 큰 명절로 지키는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추석은 가장 한국적인 명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추석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사기에 나온다고 합니다. 서기 32년, 신라 유리왕 때 서라벌, 지금 경주에서 6부의 여인들을 두 편으로 나누고 왕녀 두 사람에게 각 팀을 이끌도록 하여 7월 16일부터 배 짜는 시합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8월 15일에 시합에 진 쪽이 술과 음식을 장만해 이긴 쪽에 대접했는데, 이 때 노래와 춤 등 여러 가지 유희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것을 가배(嘉俳 )라 불렀는데, 한가위란 말이 거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8세기부터는 신라와 가락국에서 추석에 선왕들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다른 제사와 마찬가지로 추석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왕들에게만 제사를 지내다가 후에 일반 백성의 조상들에게도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생겨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추석 때에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지만 그 핵심은 수확을 감사하는 절기입니다.

중국에는 8세기 중엽에 비로소 8월 15일을 중추절 (仲秋節)이라 해서 노인들을 봉양하고 달맞이 하는 풍속이 있었고, 일본에서는 8세기 이후에 달맞이(月見) 혹은 십오야 (十五夜)라 하여 귀족들이 달을 즐기는 풍속이 시작되었다 합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추석이 그렇게 중요한 명절이 아니라서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민족이 대이동을 하는 정도로 크게 지키지 않습니다.

추석이 추수를 감사하는 절기이니까 한국에서는 추수감사절을 추석 때 지키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성탄절도 본래는 로마인들이 태양신을 섬기는 축제일이었는데 기독교인들이 그 날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기념하여 지키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날에 태양신을 섬기는 어떤 정신이나 문화가 남아 있는 것이 아니고 완전히 기독교화 되었으니까 한국에서 추석을 추수감사절로 정착시키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한국에서 기장(기독교장로회)교회에서는 추석을 추수감사절로 정착시켜 지키고 있습니다.

레위기 23:34절 이하에 초막절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초막절은 일 년 중 마지막 절기이며 추수 때 지키는 절기로서 수장절이라고도 합니다. 이스라엘이 광야를 통과할 때 초막을 짓고 살았었는데, 그들이 초막절을 지킬 때 초막을 짓고 그 안에 일주일 간 머물면서 추수를 감사하고, 지난 과거에 하나님께서 지켜 주셨던 은혜를 기억하고, 현재의 안정되고 넉넉한 형편에 대하여 감사하며 주위에 있는 고아와 과부와 외국인과 나그네를 초대하여 함께 즐거워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초막절을 지키는 것은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이웃을 돕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에 하나님께서 매우 우려하신 말씀이 “네가 먹어서 배부르고 아름다운 집을 짓고 거주하게 되며 또 네 소와 양이 번성하며 네 은금이 증식되며 네 소유가 다 풍부하게 될 때에 네 마음이 교만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릴까 염려하노라”(신 8:13,14)고 하신 말씀입니다.

신학자들과 교회사학자들은 이스라엘의 종교는 성전을 짓고부터 타락했고, 기독교는 웅장한 성당(cathedral)을 짓고부터 타락했다고 합니다. 유럽을 여행해 보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가볼만한 곳은 거의가 큰 성당입니다. 엄청난 돈을 드려 지은 어머 어마한 성당들은 지금 관광지로 변해버렸습니다. 이런 역사적 교훈을 생각하면 큰 예배당을 짓는 것이 과연 그렇게 지혜로운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울은 “그들이 평안하다, 안전하다 할 그 때에 임신한 여자에게 해산의 고통이 이름과 같이 멸망이 갑자기 그들에게 이르리니 결코 피하지 못하리라.”(살전 5:3)고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들어가 집을 짓고 성전을 짓고 농사와 목축을 하여 생활이 안정될 때 하나님을 잊어버리게 될까 우려하시며 경고하셨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려하시는 일은 기우에 그치는 법이 없고 반드시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 성경과 역사가 증거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성전을 짓고부터 타락했고, 기독교가 웅장한 성당들을 짓고부터 타락했다면 한국의 대형교회들의 초대형 예배당들도 그 같은 전철(前轍)을 예고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초막절을 지키라고 하심은 그 같은 위험에 대한 예방적 처방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초막절 정신을 깊이 묵상해 보면 그것이 곧 하나님 나라 백성의 삶의 원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그들을 위해 행하신 언약 행위에서 자신들을 돌아보며 과거와 현재의 은혜를 감사하고 누리며, 하나님께서 그들을 돌아보셨던 것처럼 그들도 가난하고 약한 자를 돌아보며 사는 것입니다. 가난하고 약한 자를 돌아보려면 추수 때 밭모퉁이의 곡식은 추수하지 말아야 하며, 초막에 살 때를 기억하고 자신을 위한 지출은 최소화해야 하는 희생이 있어야 합니다. 구약의 스가랴 선지자는 초막절과 관련된 매우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였습니다. 종말의 때에 모든 나라와 민족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서 하나님께 경배를 드리며 초막절을 지켜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모든 민족이 초막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올라와서 초막절을 지키지 않는 자는 재앙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슥 14:16-19).

깊어가는 이 가을에 곧 맞게 될 추수감사주일은 초막절 정신으로 지켜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나라 원리를 실천하여 감사와 즐거움이 넘치고 가난하고 약하고 외로운 자들을 위로하며 풍요와 안정의 위험까지도 예방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에 밭모퉁이까지 다 베지 말며 떨어진 것을 줍지 말고 그것을 가난한 자와 거류민을 위하여 남겨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레 23:22)

“너희는 이레 동안 초막에 거주하되 이스라엘에서 난 자는 다 초막에 거주할지니 이는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던 때에 초막에 거주하게 한 줄을 너희 대대로 알게 함이니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레 23: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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