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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것과 속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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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 201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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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악의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인간이 설명하기에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사회가 악하고 불법이 만연하여 인간이 그 영향을 받아서 죄를 짓고 악을 행하는 것은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이제 겨우 말을 배우는 어린아이가 부모의 말에 불순종 하여 꼭 하지 말라는 것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옛날 사람들은 선과 악에 대하여 관심이 많아서 그 원인을 나름대로 설명해 보려고 노력하였지만 현대인들은 지식에는 관심이 많으나 선이나 악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선악에 대한 설명 중에 오늘날까지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종교적 설명이고, 다른 하나는 철학적인 설명입니다. 종교적인 설명으로는 기원전 6세기경의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페르시아의 예언자 자라투스트라가 창시한 조로아스터교는 일신론을 주장했지만 철저한 이원론적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설명에 의하면 선(善)은 선한 신으로부터 나오고 악(惡)은 악한 신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자라투스트라의 생애와 사상을 탐구함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그가 어느 시대 사람인가하는 점입니다. 지금까지의 자료나 전승만으로는 자라투스트라가 활동하던 시대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기원전 6세기경의 인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데, 그것은 당시를 기점으로 조로아스터교의 신 개념이나 명칭이 역사 자료에 자주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조로아스터교에서 세계와 인간의 운명에 대한 이원론적 관점의 원형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피타고라스가 바빌론에서 자라투스트라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조로아스터교는 인류 문명초기에 원형적 이론을 제시한 종교입니다. 따라서 조로아스터교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물론 인류 정신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선악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은 철학적 설명입니다. 희랍신화에 의하면 인간은 본래 영혼의 상태로 이데아 세계에서 완전한 존재로 있었는데 육체를 갖게 되면서 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혼이 이데아 세계에서 물질적인 세계로 가면서 레테 강(Lethe, 망각의 강)을 건너면서 완전한 것을 다 잊어버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육이란 잊어버린 지식을 일깨우는 것이라는 것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설명이며, 이는 오늘날까지 교육 이론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설명에는 영혼은 고귀하지만 육체는 악하다는 이원론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희랍 철학은 이러한 이원론으로 선악을 설명합니다.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갖고 경계해야 하는 것은 선악과 세계와 신과 인간에 대한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혼합사상인 영지주의입니다. 초대기독교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영지주의의 이원론입니다. 초대교회는 영지주의에 영향을 받아 구약의 신은 악한 신이라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복수하라고 가르쳤고, 신약의 신은 선한 신이기 때문에 원수도 사랑하라고 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가르침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많았습니다. 희랍의 문명이 지중해 연안 세계를 지배하던 시기에 신약성경이 기록되었기 때문에 신약성경 안에 희랍적인 용어가 사용된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신약성경에 “육체”, 또는 “육신”, “몸”, “세상”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당시 그 세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희랍 철학이나 영지주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육체나 세상, 즉 물질로 된 것은 모두 악하다고 생각하고 영혼만 고귀하다고 믿었습니다. 당시의 문화적 배경에서 “육체”란 용어는 몸을 가리키는 것으로 악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약성경이 “육체”라고 했을 때는 몸을 가리키기도 했지만 세속적이고 속되고 악한 것에 대한 의미로 사용하였습니다.

성경은 몸 자체가 악하다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비록 인간의 몸은 연약하고 한계를 지녔지만 그 자체로 악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대교회나 오늘날까지 교회 안에서 육체는 악한 것이라고 이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성경이 희랍적인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그들처럼 이원론적인 의미로 사용한 것이 아닌데, 성경을 읽는 사람들이 그 용어를 이원론적으로 오해를 하였습니다. 성경은 인간이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것으로부터 악이 나왔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선악에 대한 설명을 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거나 불순종하는 의지적 결단에 따라 설명해야지, 육체는 악하고 영혼은 선하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어떤 분은 “먹고 살기 위해 목회하면 안 된다.”고 하였는데, 그런 주장의 의도를 이해는 하지만 그 글을 읽어보고 느낀 점은, 목회를 통해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만 먹는 것을 통해서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바울 사도는 분명이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목회가 먹는 것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반대로 먹는 것을 목회의 수단으로만 취급하지 말아야 합니다. 속된 것과 거룩한 것이 존재론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동기와 무엇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구분되어야 합니다.

목회를 해도 명예심이나 공명심으로 한다면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못할뿐더러 속된 것이 될 수 있고, 먹는 것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먹으면 거룩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바울의 가르침입니다. 예배와 기도와 전도와 구제가 그 자체로 선한 것이 아닙니다. 이사야는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를 악을 행하는 것이라고 꾸짖었습니다. 목회와 선교만 선하고 거룩한 것이 아닙니다. 먹는 것과 마시는 것과 입는 것과 그 외의 하나님께서 허용하신 모든 것은 거룩하고 선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일상의 모든 일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거룩하고 선한 일이 되도록 해야 하고, 예배, 기도, 찬양, 전도, 헌금, 구제, 목회, 봉사 등이 속되고 악한 것이 될 수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헛된 제물을 다시 가져오지 말라 분향은 내가 가증히 여기는 바요 월삭과 안식일과 대회로 모이는 것도 그러하니 성회와 아울러 악을 행하는 것을 내가 견디지 못하겠노라.”(이사야 1:13)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유대인에게나 헬라인에게나 하나님의 교회에나 거치는 자가 되지 말고 나와 같이 모든 일에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여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고 많은 사람의 유익을 구하여 그들로 구원을 받게 하라.”(고린도전서 10: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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