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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의 성지순례 기행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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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연200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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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를 향하다

 우리 지역, 같은 교단에 소속한 목사님, 사모님들 16명이 지난 1년간 계획하던 이스라엘 성지순례의 꿈이 이루어져 지난 2월23일,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를 가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성지순례는 처음에 계획하던 이스라엘행 비행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대신 이집트행 비행기를 타고 먼저 이집트로 가서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출애굽을 한 그 과정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카이로까지는 비행시간만 해도 장장 22시간이 걸렸다. 중간 대기시간까지 합하면 거의 26시간, 날짜로는 꼬박 이틀이 걸리는 긴 여정이었다. 뉴욕과 이집트의 시간 차이가 7시간, 우리가 있는 곳에서 카이로와의 시간은 꼭 12시간, 그러니까 지구의 반 바퀴를 횡단한 셈이다.

나는 매우 지치고 많이 피곤했지만, 그래도 내가 평소에 그렇게도 가 보고 싶었던 곳이라 카이로가 점점 가까워 온다는 기장의 안내 방송을 들으면서부터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비행기 안에서 벽에 붙어 있는 작은 창에 코를 박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사막 한 가운데로 나일강이 햇볕에 반짝이는 은빛 띠처럼 둘러쳐 있고, 카이로 시내가 모래먼지와 공장에서 나는 매연 때문인지 잿빛으로 무겁게 착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비행기가 카이로 상공에 들어서면서부터 벌써 공기 속에 섞여 있는 먼지가 매캐한 냄새와 함께 목을 심하게 자극하면서 콧물을 동반한 재채기가 쉴새없이 터져 나왔다. 먼지 알레르기가 심한 나에게는 이번 여행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마중나온 현지인 안내원'장동건'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를 향해 서서히 미끄러지 듯이 뚫고 들어가던 비행기가 요란한 진동과 함께 멎자, 여행객들은 저마다 먼저 내려야한다는 듯, 서로가 앞을 다투어 내릴 준비를 했고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내가 들고가야 할 짐들을 주섬주섬챙겨 손에 들고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비행기가 멎자 나는 그들과 함께 섞여 비행기트랩을 밟고 내리는 순간, 카이로 공항도 역시 모든 제삼국이 그러하듯, 많이 어수선하고 지저분하다고 느꼈다. 그래도 나는 무척 즐거웠다.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성지 순례의 서막이 열렸기 때문이다. 공항에는 우리를 안내해 줄 젊고 싹싹한 한국 안내원이 현지인 젊은 청년 안내원 한 명과 함께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들이 지시하는 대로 따랐더니 우리 일행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모두 공항 출입국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숙소로 찾아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안내원으로부터 여러 가지 카이로의 사전정보를 들을 수가 있었다. 카이로시내에서는 한국사람들이 대단히 인기가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곳에 주재한 여러 전자회사 직원들 그리고 자동차회사 직원들 상사원들이 그곳에서 아주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카이로의 젊은이들은 한국사람들을 자신들의 평생 반려자로 맞아들이기를 소원하고 있는 사람도 꽤 많이 있다고도 했다.

그 한 예로 우리를 마중 나온 젊은 현지인 안내원의 이름이 "장동건"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 일행들이 "왜 하필이면 장동건이냐?"고 물었더니, 자기의 옛 애인이 한국 아가씨였는데, 그녀는 장동건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그녀가 자기를 향해 장동건이를 많이 닮아서 좋다고 이름까지 그렇게 지어 주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까 그는 키도 크고 눈이 서글서글한 것이 탈랜트 장동건을 많이 닮긴 닮은 것도 같았다. 이렇게 척박한 땅에 나와서 신실하게 자기의 맡은 일을 잘 감당 해 내어, 이집트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또 이집트인들에게 자국을 선망의 대상국가로 인식시킬 수 있을만큼 나라의 위상을 크게 높여준 조국의 모든 근로자들, 자동차회사 직원들, 전자회사 직원들, 해외 공사원들, 주재원 등, 그리고 수출산업에 앞장선 모든 분이, 같은 재외 동포로써 무척이나 자랑스러웠고 마음 흐뭇했다.

나일강과 고센땅

 그 옛날 파라호의 포악한 학정에 견디다 못한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은 아기 모세를  역청과 나무 진을 많이 칠한 갈대상자에 넣어 하숫가 갈대 사이에 둔다. 때마침, 강물에서 목욕을 하던 파라호의 딸이었던 공주가 갈대밭 사이에 놓인 역청이 발린 갈대상자를 보고 꺼집어내는데 그 속에서 한 탐스럽고 준수한 아기가 울고 있는 것을 보고 불쌍히 여겨 집으로 데리고 와, 자기의 아들로 삼고 기른다는 이야기가 (출애굽기 2장1절 이하)에 나온다. 갈대상자에 누여서 울고 있던 모세를 건진 그 강물의 이름이 바로 아름다운 나일강이다.

나일강, 6천 6백여km로 세계 제2의 큰 강이다.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빅토리아호수에서 시작하여 열대 초원을 흐르는 물과 에티오피아의 산악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들이 모여 지중해로 흘러들어가는 아프리카의 젖줄이라고 부른다. 애굽강은 카이로 북방에서 여러 줄기로 나뉘어지며 나일 델타란 넓은 대평원을 만들고, 나일 삼각주라는 비옥한 땅으로 세계의 곡창지대를 이룬다. 이 비옥한 땅 곡창지대에 고센지역이 있다. 이 고센지역을 애굽의 국무총리가 된 요셉이 대흉년기에 자기를 찾아온 아버지 야곱과 그의 열 한 형제들에게 이집트의 왕 파라호에게 구하라고 한 곳으로써 고센 땅이 얼마나 기름진 땅인가 하는 것을 증명해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일행은 숙소로 가는 길에 나일강변에 있는 한 이집트인의 식당에서 그들의 요리로 점심을 했다. 기름기는 좀 많았지만, 생각보다는 깨끗했고 맛도 괜찮았다. 허기야, 어제서부터 한 끼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던 우리로서는 무엇인들 맛이 없었을까? 우리는 삼삼오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유유히 흐르는 아름다운 나일강을 바라보면서 처음 대하는 진귀한 이집트식 뷔페음식을 탐하고 있었다. 나는 점심을 먹는 내내 음식보다는 아기 모세의 울음소리, 아름다운 공주의 웃음소리, 모세의 성장기, 모세의 장년기, 그리고 모세의 출애굽과정이 마치 어제 일인양, 영화 필름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갔고, 그 아름다운 성경그림을 바라보며 꿈꾸듯 넋을 놓고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나일강의 특이한 점은 강물이 시내 한가운데까지 들어와서 창문 바로 아래 벽에서 찰랑거리며 햇볕에 반짝거리는 것이 참으로 로맨틱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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