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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自高)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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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201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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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을 인터넷 시대라고 합니다.
뉴욕과 뉴저지에 있는 대부분의 교회들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느 교회의 홈페이지에 접속하건, 그 교회의 사역자들을 소개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섬기는 사람들" 또는 "섬기는 이들"이라고 해야 옳바른 표현인데, "섬기는 분들" 또는 "섬기시 는 분들"이라고 표현해 놓은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담임목사 아무개" 또는 "담임 아무개 목사"라고 해야 바른 표현인데, "담임목사님 아무개" 또 는 "아무개 담임목사님"이라고 표현해 놓은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기가 자기 이름을 부르면서 "씨" 자를 붙이는, 자기가 자기 이름을 부르면서 경칭을 붙이는, 웃기는 모습들을 종종 대하곤 합니다.
교회 홈페이지를 제외한 어느 홈페이지에도, 그 단체의 대표자를 소개하면서 "님" 자를 붙이지 않습니다.
오직 교회 홈페이지에만, 담임목사 다음에 "님" 자를 붙이고 있습니다.
자기 가슴에 다는 이름표에 "아무개 목사님" 이라고 적어 놓은 것과 똑 같습니다.

몇 년 전의 일입니다.
교회 건축과 관련된 투명치 못한 재정 집행이 문제가 되어 몇 년 동안 극심한 혼란 가운데 있던 교회가 있었습니다.
사임을 요구하는 성도들의 계속된 요구에 그 교회의 담임목사님께서 사임하시게 되었습니다.
누가 봐도 불명예 퇴진이었습니다.
시무하던 교회로부터 쫓겨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연회에서 그 목사님을 위하여 "찬하예배(攢賀 禮拜)"를 드려주었습니다.
그 목사님에겐 이임 예배도 과분한 것이었습니다.

"찬하(攢賀)"라는 말의 뜻은 "두 손바닥을 마주 대어 손을 가슴에 모으고, 경사스러운 일을 축하"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 단어는 존귀하신 주님께 쓰일 수 있는 말이지, 하나님의 종으로 쓰임 받다가 은퇴하는 목회자들이나 장로들에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찬송 받으실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십니다.
영광을 받으실 분도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십니다.

목사님이, 그것도 온갖 추잡한 행적들로 점철이 되어 있는 목사님이 찬송을 받고 영광을 받는 단 말입니까?

"찬하예배"라는 이름을 붙여 "예배"를 준비한 그 교회의 교인들이나, 그런 이름의 예배를 받아 들이는 그 목사님이나, 그런 이름의 예배에 참석해서 순서를 맡은 목사님들이나, 한심하긴 매 한가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뉴욕과 뉴저지 일원에는 교회들의 연합체도 있고, 목회자들의 연합체도 있습니다.
은퇴한 목회자들의 연합체도 있고, 은퇴한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같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도 있습니다.
교회협의회, 목사회, 원로목사회, 원로성직자회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단체들을 이끌던 수장들, 임기를 마친 회장들을 증경회장이라고 부릅니다.
전직회장이라고 부르면 될텐데, 굳이 증경회장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어느 단체도, 임기를 마친 회장을 증경회장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전직회장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토요일 밤에 이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뉴욕에 있는 어느 교회를 담임하고 계시는 어느 목사님께서 보내신 이메일이었습니다.
아들 결혼식을 홍보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청첩장을 보내주셨습니다.
청첩장을 읽어내려 가면서,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OOO 목사, OOO 사모의 장남 신랑 OOO 군
OOO 박사, OOO 사모의 장녀 신부 OOO 양"

신랑 신부의 부모는 하객들을 초청하는 사람들입니다.
손님을 청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자기를 높여 불러서는 안됩니다.
현직 대통령이 아들 결혼식에 하객들을 초청할 때도 ‘대통령 OOO’ 라고 쓰지 않습니다.
"OOO 와 OOO의 장남 신랑 OO 군" 이라고 씁니다.

예법을 몰라서 자기 이름 뒤에 목사를 붙이고, 자기 부인 이름 뒤에 사모를 붙이고, 신부 아버지의 이름 뒤에 박사를 붙이고, 신부 어머니의 이름 뒤에 사모를 붙였다면, 그것은 무식의 소치입니다.
바른 표현법을 알고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그렇게 표현했다면, 시장에서 큰소리로 기도했던, 성전 안에서 폼을 잡으며 헌금함에 돈을 넣었던 바리새인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목회자들 중에는 "목사" 타이틀을 무슨 벼슬로 아는 분들이 제법 계십니다.

목회자들은 종입니다.
종은 내세울 게 전혀 없는 신분입니다.
"놈"이고 "년"입니다.

종에겐 어느 경우에도 "님"자를 붙이지 않습니다.
"종놈"이고 "종년"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자기를 높일 수 없는 게 종의 신분입니다.
자기를 높여서는 안되는 게 종의 위치입니다.

목회자들이 자기를 내세우려고 한다면, 자기가 높아지기를 원한다면, 그 사람은 자기의 신분을 망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오직 하나님께서 주실 하늘 나라의 상급만을 기대하며, 한없이 낮아져야 합니다.

자기를 죽이고, 자기를 지워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사람에게 보이려고 하는 행위, 경문을 넓게 하고 옷술을 크게 하는 행위, 잔치의 상석과 회당의 상좌에 앉는 행위, 외식하는 행위를 꾸짖으셨습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은 ‘폼 잡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허세 부리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강단에서 말씀을 선포할 때는, 낮아지라고, 겸손하라고, 외식하지 말라고, 그런 것들은 주님께서 싫어하시는 것들이라고, 주먹으로 강단을 내리쳐 가며 외쳐대시는 목사님들께서, 왜 자기들은 그렇게 높아지지 못해 안달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목회자들을 향하여, 우리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저희의 말하는 바는 행하고 지키되 저희의 하는 행위는 본받지 말라 저희는 말만 하고 행치 아니하며” (마태복음 23장 3절)

[필자 주] 2014년 10월 22일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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