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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오피니언

진실된 신자(信者)의 임종(臨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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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조201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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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들의 홀로서기 준비를 위해 4일간 Baltimore를 방문했다. 우리 가족과 더불어 고모님이 동행했으며 고모님은 오랜 지기인 이영섭 목사님 내외(볼티모어 한인 장로교회)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으며 그곳에서 우리 가족도 목사님 내외분의 지극한 환대속에 2박3일을 보내게 되었다.

흔히 나이드신 분들의 대화가 그렇듯이 첫날 저녁부터 이야기는 지난 추억의 연속이었는데 피난시절에 일어난 이야기중 필자의 글욕심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있어 이곳에 올린다.

일어난 일의 사실성을 확인하기위해 년도와 실명을 본인들의 허락하에 이곳에 올림도 알린다.

이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은 피난시절인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피난민을 실은 LST 들이 남한 곳곳에 정박했고 그중 한곳이 목포였다.

필자의 고모님인 허태신( 부평중앙교회 고 김원준 목사 사모)은 당시 목포여고를 다니던 학생이었으며 친부모님들이 남하하지 못한 탓에 작은 아버지 (필자의 조부였던 허응숙목사)의 호적에 올라 필자의 부모님(고 허태형장로)과 같이 지내게 되었다.

부모님이 보고 싶었던 태신은 매일 새벽 기도를 끝낸후 거의 한시간이나 울면서 기도후에 하루를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예배당을 나가면서 집으로 향하다 마주치던 총각이 있었으니 키가 육척장신에 하얀 얼굴과 미국 영화배우와 흡사한 귀공자풍의 청년으로 이름이 박영만(현 볼티모어 한인 장로교회 박혜옥 사모의 오빠)이었다.

이후 서로에게 관심이 있어 55년도에 여고 졸업후부터 교제가 시작되었으나 그야말로 순수한 만남이었으며 주로 세계명작을 읽고 독후감을 나누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그런데 영만은 그당시 전쟁직후에 만연되었던 결핵을 앓고 있었으며 그 이유로 지루한 투약 생활중이었고 천재적인 머리로 하루종일 고금도서의 명작들을 섭렵했으며 특히 성경은 수십번 읽어 웬만한 목회자 이상의 신학적 , 신앙적 배경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둘사이의 교제가 계속되던중 태신의 오빠(필자의 선친(先親), 고 허태형장로)가 하루는 부르더니 둘사이의 교제를 금지하는 권고를 하게됨에 태신은 이를 받아들여 영만청년에게 통고하기에 이르른다.

이듬해인 1958년에 태신은 조부의 소개로 당시 신학생이었던 김원준과 결혼을 하였고 이 사실을 알게된 영만청년은 사랑하던 처자를 어쩔수없이 떠나보내게 만든 결핵을 투약이 아닌 수술로 해결하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전쟁직후였던 1958년에 가장 시설이 좋다던 전주예수병원조차도 해보지 않았던 폐절제술이었으나 영만청년의 결심을 막지못해 드디어 선교사였으며 당시 외과의였던 크레인박사의 집도하에 병원 최초의 폐절제 수술이 시작되었다.

수술은 1차가 실패하고 2차 수술로 연결되었으나 끝내 영만청년은 깨나지 못하고 수술대위에서 아까운 젊음을 마치게 되었다.

그런데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영만의 얼굴이 그순간 환하게 변하더니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것이 아닌가 !

이 일은 당시 수술장에 임했던 의료진들에게 큰 화제거리였으며 더욱이 수술 당시 수술 간호사중 한명인 여한순(필자의 사촌누님)은 후에 부모님(필자의 큰고모부내외)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고 얼마후 그집을 방문했던 태신에게 이 이야기가 전해졌으며 , 어떤 놀람속에 (그때까지 영만의 죽음을 몰랐던) 이름을 자세히 캐물었던 태신은 모든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녁식사후 이어지던 옛 이야기속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필자가 깨달은 것은 믿는자의 죽음의 순간이다.

제한된 인간의 시간속의 삶을 살던 신자들은 죽음의 순간 _ 영원이라는 하나님께 속한 시간으로 들어가게 되며 이를 확신하기에 비록 수술대위에서의 죽음이라도 그 얼굴에 광채가 나고 환한 미소를 지을수 있는 것이리라.

"만일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면 또한 그와 함께 살 줄을 믿노니"(롬6:8) "

몇년전에 이곳에 오셨던 고모님은 우연한 기회에 옛연인의 친동생이었던 박혜옥사모와 만나게 되었으며 그이래 친자매 이상의 친밀한 교제를 나누는 중이다. 이번에도 식사후 산책길에 두분은 서로의 손을 잡고 걸으며 "옛날의 금잔디 동산에 " " 아 목동들의" "자유"등등의 노래를 부르며 걷는 뒷모습이 필자의 눈에는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없었다. 더불어 대형교회의 목회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목사님과 사모님의 사생활 모습속에서 검소와 절제의 귀한 모습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됨도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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