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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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ㆍ2018-10-2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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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패권국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패권 혹은 패권주의(覇權主義)라는 용어는 중국이 미국과 소련의 세계를 지배하려는 사고방식과 태도를 비판하기 위해 1968년 중국 통신사인 신화사를 통해 처음 사용하였습니다. 사실 학문적으로나 이론적으로 “패권주의”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탈냉전 이후 새로운 제국주의라는 비난의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 용어가 지금은 정치 경제 군사 문화 영역 등에서도 패러디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식적으로 패권국이라고 함은 자본과 자원과 시장과 상품에 대해서 뿐 아니라 정치 외교 군사력으로 절대 우위에 있는 국가를 의미합니다. 역사적으로 언제나 비교 우위를 차지한 패권국이 있었습니다. 고대의 패권국으로는 아카드, 아시리아, 고대 이집트, 페르시아, 마케도니아, 로마, 마우리아, 굽타, 고구려, 중국의 진, 초, 오, 한, 당, 크메르, 이슬람, 몽골, 원 나라 등을 이야기 할 수 있고, 근세에는 스페인, 포르투칼, 오스만, 네덜란드, 프랑스, 명, 청나라가 패권국이었고, 근대에는 영국, 이탈리아, 나치 독일, 소련, 미국 등이 패권 국가였습니다.
그 중 현재까지 패권국의 지위를 지키고 있는 나라는 미국뿐입니다. 지금의 패권국인 미국을 가리켜 초강대국이라고 합니다. 아직까지 세계 여러 국가들과 사람들은 미국의 힘이 어느 정도인가를 잘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 미국 국민이나 백악관이나 워싱턴까지도 미국의 힘이 어느 정도인가를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미국 스스로도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인가를 잘 모른다는 뜻입니다.
힘이 세다는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기 전에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미국이 초강대국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세계와 함께 미국 스스로도 확인해 가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지금 미국은 세계 135개 나라에 820개의 군부대와 20만 명이 넘는 군인을 파견하고 있으며, 미국이 1년에 사용하는 군사비는 2등에서 7등까지 국가의 군사비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역사상 모든 패권 국가들은 다른 나라의 영토를 점령하는 것으로 세력을 확장하였지만 미국은 다른 나라의 영토를 탐내지 않는 유일한 패권국입니다.
세계가 미국의 군사력이 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힘이 어느 정도인가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라크와의 전쟁을 통해서였습니다. 미국은 이라크와 전쟁을 시작하여 불과 3주일 만에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확인하였습니다.
물론 이라크군이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이라크의 군대는 세계 11위로 현역 38만 9,000명의 군사강국이었습니다. 예비군까지 합하면 100만이 넘는 세계 6위의 군사대국입니다. 정예군인 공화국 수비대 6개 사단에, 1990년 걸프전의 경험을 교훈으로 강력한 방공망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4개의 지역 방공 기지에 3,000문의 방공포와 850문의 지대공 미사일과 2,600대의 탱크와 316대의 전투기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전략적으로도 미국은 수천 키로 떨어진 곳으로부터 가서 싸워야 했습니다.
일부 군사평론가를 비롯하여 한국의 언론들은 미국 이라크 전이 장기화 될 거라고 예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전쟁은 단 3주 만에 사실상 끝나고 말았습니다.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과 세계는 미국이 명실 공히 세계 패권국임을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쟁을 시작할 때까지 후세인을 비롯하여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세계는 미국 국력의 실체에 대해 오해를 하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미국이 그토록 신속한 승리를 거두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전쟁에는 잘못된 상황판단이라는 원인변수가 포함되기 마련입니다. 전쟁에 임하는 나라들은 대개 자신의 힘을 과대평가하고 상대방의 힘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라크전의 경우 미국과 이라크 사이에 누구의 힘이 더 강하냐에 관한 평가에서 미국이 더 강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라크는 미국이 신속하게 승리하지 못하도록 어느 정도 시간을 끌고, 미군의 인명 피해가 어느 수준 이상이 될 경우, 월남전에서처럼 스스로 포기하게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후세인의 결정적인 오산이었습니다. 미국의 힘을 잘 알지 못하기는 독일,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쟁의 경과가 미국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바뀌는 시점에서 이들 나라들은 순발력 있게 미국의 입장에 편승하는 태도를 취하였습니다.
외교 관계에서 상대국의 국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외교정책이나 전략은 국가들이 처한 국제정치 상황과 그 나라들의 국력의 상호 작용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21세기 벽두인 지금 세계 모든 국가들은 어느 다른 국가보다도 미국의 힘이 어느 정도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세계 지도자들이나 전문가들조차 미국 혼자서가 아니라 소위 몇몇 선진국이나 경제적으로 능력 있는 나라들이 힘을 합해서 세계를 이끌어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국제정치 이론에서 어느 한 나라가 지나치게 강하게 되는 것은 세계가 불안정 상태에 처하게 되는 원인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 이론을 지지해 주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아테네는 스파르타의 급격한 국력증가를 방치할 수 없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일으켰고, 프랑스 국력의 급격한 증가는 1792년부터 1815년까지 유럽 전체를 전쟁의 도가니에 빠뜨렸으며, 1800년대 중반 이후 프러시아의 급격한 국력 증가는 독일 통일 전쟁을 야기 시켰고, 20세기 초반 독일 국력의 급격한 증가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의 존재가 전쟁을 일어나게 할 불안 요인이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기도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사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지구촌 곳곳에 국지적으로 전쟁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큰 전쟁은 억제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패권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후 피폐해진 유럽을 회생시키기 위한 마셜플랜이나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것이 세계 경제에 끼진 영향은 지대한데 그러한 경제 부흥이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패권국 미국이 원유를 비롯하여 곡물과 원자재에 수송로를 안전하게 지켜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미국이 세계 곳곳에 분쟁을 일으킨다고 하지만 미국 때문에 분쟁은 억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쟁이나 분쟁 또는 내전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누구나 미국이 와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는 도와주러 오지도 않을 뿐 아니라 도와주러 와서도 또 다른 분쟁에 휘말리거나 인질이나 포로가 되고 만다고 합니다.
미국이 도와주어야 전쟁이나 분쟁이나 내전이 끝난다는 그 같은 호소는 패권국의 긍정적인 역할의 필요를 생각하게 합니다. “The World Without US”라는 다큐멘터리 비디오는 미국이 없는 세계는 어떻데 될까를 실로 충격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역사상 미국만큼 힘이 센 패권국은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고, 미국처럼 남의 영토를 탐내지 않은 국가도 패권국도 없으며, 미국만큼 너그러웠던 패권국도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패권국의 교만과 갑질과 거드름이 불쾌하기는 하지만 무자비하고 잔인한 불량배들에 의해 무법천지가 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면에서는 나름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습니다.
가정이나 국가 안에는 도덕과 윤리와 법과 절서가 있습니다. 물론 법이나 질서도 힘 있는 자들에 의해서 잘 지켜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과 절서에 의해서 보호를 받는 사람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국제관계에서도 원칙적으로는 법이 존재하지만 그 법은 모든 나라에게 공평한 법이 아닙니다. 국제법이란 힘 있는 나라는 안 지켜도 그만인 법입니다. 패권국은 국제 협약이나 약속 같은 것은 언제든지 장기판을 둘러엎듯이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교토협약이 맘에 들지 않자 탈퇴해 버렸고, 이란과의 핵합의도 파기했으며, 한미FTA 재협상,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도 파기하고 미국에게 유리한 USMCA로 바꾸어버렸습니다.
패권국이 다른 나라와 갖는 관계라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전쟁에서 이긴 나라와 진 나라의 관계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관계에 협상이나 약속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패권국이 아닌 나라는 패권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것입니다. 옛날 같으면 전쟁에 진 나라 국민은 이긴 나라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그 관계에서는 죽이지 않고 노예로 삼아주는 것도 배려입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국제 관계는 지금도 정글의 법칙이 통용되는 곳입니다.
힘으로 약한 나라를 지배하거나 억울하게 하는 것이 정당하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도 정글의 법이 통용되는 냉혹한 국제 관계에서 강한 나라의 힘이 어느 정도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패권국의 힘이 자국에 미칠 영향을 잘 파악하고 판단하여 정책을 세우는 것이 지혜입니다. 그 일을 가장 잘 하는 나라가 이스라엘과 일본이고 좀 뻣뻣하게 나가던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와 멕시코 캐나다도 자국에 미칠 미국의 힘을 어느 정도 파악을 한 것 같습니다.
패권국 미국의 힘을 과소평가하거나 오해한 나라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자존심이나 합리적 논리나 법과 정의로 대처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처음부터 국제관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국제관계는 언제나 전쟁터임을 잊지 말이야 합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등치를 믿고 자존심을 못 버려서 온갖 굴욕과 명적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현 정부는 패권국 미국과 오랜 동맹의 관계에서 누렸던 수많은 호혜를 스스로 걷어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순진한 것인지 무식한 것인지 국제관계와 패권국의 힘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가 되려고 따르는 무리들에게 복음을 받아들이는 자의 자세가 어떠해야하는지에 대해 두 가지 비유로 가르치셨습니다. 하나는 망대를 세우는 자가 먼저 앉아서 경제적으로 자기가 가진 돈으로 완공할 수 있을지 비용을 계산하는 것과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셨고, 다른 하나는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전쟁을 하러 나가기 전에 자기의 군사력과 상대의 군사력을 비교해보고 도저히 승산이 없을 것 같다면 전쟁을 포기하고 화친을 청하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라고 하신 것입니다.
전쟁을 하는 데 법이나 윤리나 정의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내가 힘이 세면 이기는 것이고 힘이 약하면 지는 것입니다. 패권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용기가 아니고 미련함입니다. 힘이 비슷하면 한 번 싸워볼만 하지만 상대가 패권국이면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백 번 지혜로운 태도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반미를 그만했으면 합니다.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갈 때에 먼저 앉아 일만 명으로써 저 이만 명을 거느리고 오는 자를 대적할 수 있을까 헤아리지 아니하겠느냐 만일 못할 터이면 그가 아직 멀리 있을 때에 사신을 보내어 화친을 청할지니라.”(눅 14:13-14)
황상하 목사 (퀸즈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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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성도님의 댓글
성도
아무리 이곳이 개인의견란이지만
너무하내
님 교회에서도 매번 이런 한쪽으로 치우친 정치적인 메세지가 전파되나요
목사면 좋은 뉴스
복음을 전파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매번 읽을때마다 철학과 한쪽으로 치우친 정치메세지 속이 편하지 않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