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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이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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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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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c82eafeab4548f8cf1452afaa8d8b2_1487394874_13.jpg천국에 가면 요즘 워킹 트래픽이 대단히 심하다고 한다. 우리가 새벽잠을 설치고 이민국에 갈지라도 인터뷰를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엿가락처럼 건물 밖까지 뻗어있거나 DMV에 갔을 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웨이팅 리스트를 상상해 보라. 천국 문 앞에서 그런 긴 줄 때문에 

 

천국입장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얼굴을 하도 뜯어고쳐서 오리지날과 대조해 보느라 걸리는 시간 때문이란다. 물론 뜨레스띠아스 조크 타임에나 등장할 법한 우스개 소리다.

 

얼굴을 뜯어고치는 성형수술이 죄인가? 우리 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내가 이마 주름이 깊어져서 따로 살고 있는 며느리가 보톡스를 맞으라고 선물권을 줬다고 한다. 우리 집 밥상머리엔 아내와 나, 그리고 가끔은 딸이 합석하여 셋이 앉는다. 늘 바쁜 딸은 함께 식사하는 경우가 드물다. 어쩌다 같이 앉아 식사하면서 집안의 중대사를 논의할 때면 다수결 원칙에 따라 나는 늘 둘에게 밀린다. 아내와 딸은 언제나 한통속이다. 보톡스 문제도 딸은 적극 찬성, 더구나 며느리의 선물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찬성. . 그런데 나는 반대표를 던졌다.

 

하나님이 주신 얼굴이나 외모를 마음대로 뜯어고치는 것은 비성경적이라고 둘러대고 지론을 폈지만 두 표 앞에 한 표는 무기력했다. 그래서 다수결로 결정된 보톡스 결의안을 앞장세워 아내는 보톡스 시술에 들어갔다. 주름살이 펴졌다고 행복해 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지금도 무관심한 척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내 차례가 되었다. 나도 얼굴에 점점 주름이 깊어진다. 내 나이엔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특히 눈 밑 지방이 아주 심각하게 튀어나왔다. 이걸 하안검이라고도 하고 어떤이는 눈밑 심술주머니라고 불렀다. 그게 왜 심술주머니가 되었을까? 아무튼 내가 보기에도 좀 민망할 정도로 심술 맞게 튀어 나왔다. 안경으로 적당히 캄프라치 하려고 해도 그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보톡스에 성공한 아내와 딸이 내 눈 밑 지방을 제거해야 한다고 동의안이 발의된 것이다. 또 둘에게 밀릴 것이 뻔하다. 이번에도 비성경적이라고 버티고 있다가 나는 정말 비성경적인지 연구(?)에 들어갔다.

 

성경은 성형수술에 관해 가타부타 언급이 없다. 그럼 적당히 알아서 하라는 말씀인가? 그럼 기독교에선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는가?

 

존 파이퍼 목사 같은 분은 성형수술이 죄라고 말하고 그것은 자신을 만드신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외모에 대한 지나친 허영심과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하나님처럼 몸을 우상화하는 극단에 빠질 수 있게 한다는 주장을 폈다.

 

가톨릭 교회에서도 유방확대수술, 지방흡입수술 등 허영심에 기초한 성형수술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면서 이러한 성형수술이 여성의 정체성을 공격한다고 지적한 적도 있다.

 

그러나 독실한 크리스천 성형전문의들은 "허영심을 채우려는 성형수술은 불필요한 것이지만, 환자가 코가 삐뚤어져 있거나 숨을 쉴 수 없다면 코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 극단적인 기독교인들의 주장대로라면, 머리카락이나 손톱을 깎는 것도 하나님의 창조에 반기를 든다는 의미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성형 찬성론자들은 “외모에 대한 자신감 상실로 사회에 적응조차 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성형이 백 번 낫지 않냐”고 주장한다.

 

대부분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성형을 굳이 죄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삶에 자신감을 부여하는 차원을 넘어 집착에 이르게 한다면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성형이 죄는 아니지만 우리시대는 바야흐로 외모지상주의라고 경거망동하여 되는대로 몸에 칼을 대는 것은 그리스도인답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성경 어디에도 성형에 대한 언급은 없고 성경적으로 규정할 부분도 아니기 때문에 개개인이 고민해서 선택해야 할 문제, 더구나 교회나 교권이 관여할 수 있는 분야는 더욱 아니라는 것이 대부분의 주장이었다.

 

그럼 공은 내게 넘어왔다. 안경 뒤에 숨기고 있는 저 심술주머니를 제거하는 것이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인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신체의 일부를 뜯어 고치고 싶어하는 치졸한 외모지상주의의 발동인가?

 

사실은 돈도 문제다. 기독교 신문을 한다고 나와 있지만 광고는 붙지 않고 그나마 줘야 할 광고비조차도 떼어먹겠다고 갖은 궁리를 하고 있는 교계 광고주들 때문에 쫄쫄 굶어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심술주머니 성형수술까지? 아마 한 달을 금식해도 그 수술비가 나올까 말까?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느닷없이 등장한 왕년의 스타 테드 카펠을 만나게 되었다. 1980년 초부터 거의 25년을 ABC 심야뉴스프로 ‘나이트라인’의 앵커로 일하면서 에미상을 무려 25회나 수상했던 앵커의 대명사 테드 코펠은 내가 언론인으로 일하면서 늘 나의 아이돌이었던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나의 눈밑 심술주머니가 거기에도 붙어 있는 게 아닌가? 

 

그 유명한 테드 카펠도 아무렇지 않게 달고 다니는 심술주머니. . 내가 무슨 ‘장동건’이 되겠다고 돈 내고 성형수술을 해? 내 얼굴이 ‘노틀담의 곱추’에 나오는 콰지모도처럼 흉하게 변하지 않는 한 성형수술은 절대 불가! 그냥 이대로 살다가 오리지날 검사 거치지 않고 익스프레스 레인으로 천국 문을 통과하는 혜택이나 누리자. 그런데 우리집안의 2:1 열세를 극복하는 길이 과제로 남아 있다.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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