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초인플레이션을 경계해야 > 오피니언

본문 바로가기



이곳은 2017년 이후에 올려진 글입니다. 이전에 올려진 오피니언 글은 지난 오피니언 게시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피니언

말의 초인플레이션을 경계해야

페이지 정보

황상하2020-12-05

본문

황상하미국에서 10월 둘째 월요일은 콜럼버스 데이입니다. 콜럼버스가 스페인을 출발하여 1492년 10월 12일에 바하마 군도에 도착하였습니다. 미국에서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기념하기 위해 콜럼버스 데이가 공휴일로 지정되었습니다. 정통 역사가들은 콜럼버스가 위대한 개척 정신으로 미국을 발견했다며 위인의 반열에 올렸지만, 진보적인 수정주의 역사학자들은 그것이 유럽 백인들의 아메리카 침략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대합니다. 이들은 백인 우월주의와 그들의 노예무역이 콜럼버스를 신대륙 아메리카의 위대한 발견자라고 보는 역사관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역사란 승자의 관점에서 보기도 하고 패자의 관점에서 보기도 해서 그에 대한 논쟁은 끝나지 않는 평행선을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 되었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오면서 아메리카에 있는 귀금속들이 유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1547년부터 1660년 사이 은 1만 8천 톤과 금 2백 톤이 아메리카에서 스페인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스페인의 왕은 이 귀금속으로 그의 외채를 상환했으며 전쟁 경비를 충당하였습니다. 그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의 상인들에게서 물건을 구매하면서 많은 양의 귀금속이 유럽에 퍼져나갔고, 유럽에서 귀금속이 흔하게 되자 물가가 상승하게 되었습니다. 서유럽에서는 16세기 중엽에서 16세기 말 사이에 밀 가격이 4배나 올랐고, 스페인에서는 16세기 초에서 17세기 초 사이에 3~4배, 이탈리아에서 1520년과 1599년 사이에 3.3배, 영국에서는 16세기 1/4분기와 4/4분기 사이에 2.6배, 프랑스는 2.2배로 상승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물가상승은 화폐와 물가에 대한 숙고와 논의를 하게 하였습니다. 프랑스 앙주(Anjou) 출신의 법률가 장 보댕(Jean Bodin)이 화폐와 물가의 관계에 대해 규명하면서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경제에 처음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우주 물리학에서는 급팽창 이론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우주가 매우 평탄한 이유를 초기 우주의 기하급수적인 팽창으로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경제학에서 인플레이션(inflation)은 일정 기간 물가가 지속적이고 비례적으로 오르는 현상, 혹은 화폐가치가 지속적이고 비례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경제 성장은 대개 인플레이션을 동반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초인플레이션이 됩니다.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여러 방향으로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인플레이션의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돈을 저축하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미래의 인플레이션 증가의 불확실성은 투자 및 저축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이 물가상승에 대비하여 생필품을 비축(사재기)하게 하기 때문에 물자 부족 현상을 발생시킵니다.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란 경제학적으로 물가상승이 국가의 통제를 벗어난 상태로서 수백 퍼센트의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하는 상황을 말하며, 그 원인은 전쟁이나 경제 불안 등으로 인한 재화와 서비스의 희소성이 증가하여 가격이 상승하고, 정부가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계속된 화폐를 발행하게 될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경제가 성장하게 되면 어느 사회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지만 초인플레이션은 나라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재난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남미 베네수엘라가 초인플레이션에 직면한 대표적인 경우이고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 정부는 전후 배상금 문제와 경기 부양을 위해 대량의 화폐를 발행하였고, 이것이 초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1924년 100조 마르크화를 발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동전으로는 역사상 가장 큰 단위인 1조 마르크 동전을 주조하기도 하였습니다. 헝가리, 남미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짐바브웨 등 세계 많은 나라들이 초인플레이션을 겪었습니다. 아프리카는 1889년 초인플레이션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종족을 잡아먹는 지경까지 이르는 폐해를 입었습니다. 짐바브웨는 2억 % 초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통화개혁을 단행했지만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어서 당분간 미국 달러를 자국의 화폐로 대체하기도 하였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을 4300%가 되게 하여 치즈 1kg을 사기 위해 한 달 월급이 필요하고, 브라질에서 수입한 쌀 1kg을 사려면 지폐 500볼리바르 500장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물가상승은 곧 100만%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므로 사실 경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의 경제적 형편을 수십 년 전으로 되돌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현실로서 겪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현상은 경제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외교, 언론, 학계, 종교 등 온갖 분야에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말의 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 제기는 거짓말이나 가짜 뉴스나 왜곡된 학문이나 이론 같은 것들이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면 말의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정치인의 발언이나 왜곡된 뉴스 같은 것도 딱히 거짓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엽적이고 사소한 사건을 크게 보도하거나 반복해서 보도하는 것이나 반대로 크고 중대한 문제임에도 사소한 문제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이 말의 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정치인의 그 같은 발언이나 언론의 보도가 얼마나 심각하게 말의 인플레이션이 된 것인지를 감지하지 못합니다.

지금 미국은 대선으로 매우 혼란한 상황입니다. 투표를 하고 한 달이 지나도록 당선자를 알 수 없을 만큼 복잡합니다. 그런데 주류 언론들은 바이든이 당선되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대통령이나 수상들이 바이든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당사자인 바이든도 당선된 것처럼 행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을 사람들을 선정하여 발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부정 투표 사례들과 친 사회주의적 세력들의 관련성, 국민의 생명을 담보하는 우환폐렴인 코로나19 팬데믹을 악용하는 정황들은 경제학의 용어를 빌린다면 국가의 정체성과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말의 초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는 단순한 선거부정이 아니고 단순한 언론의 편향성이나 왜곡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반역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말의 인플레이션은 거짓과 왜곡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거짓은 다른 사람을 해롭게 하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을 해롭게 하는 것은 곧 자신에게 악을 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거짓은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께 대하여 죄를 짓는 것입니다.

현대는 모든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여간 자극적이지 않고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가 없어서 점점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나 동영상 제목을 보면 내용과는 관련이 없는, 단지 접속을 유도하기 위해 극단적이고 자극인 제목이나 사진을 붙여놓습니다. 몸매와 얼굴을 상품화해야 하는 상업계나 예술계에서는 청순, 동안, 미모로 시선 강탈, 여신 강림, 미친 비주얼로 시선 강탈, 독보적인 우월, 초밀착 레깅스 몸매 시선 강탈, 무결점 피부와 미모 시선 강탈, 몽환적 팜 파탈, 빅토리아 피크의 몽환적인 야경, 럭셔리하고 몽환적인 분위기 등 언뜻 들으면 무슨 뜻인지도 모를 신조어를 만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합니다. 음식 맛이 좋은 식당을 맛집으로, 식당 이름에 ‘원조’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도 말의 인플레이션입니다.

책을 낼 때 책 제목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도록 제목을 붙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책 내용이 제목만큼 흥미롭지 못하다면 이 또한 말의 인플레이션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설교자들의 설교 제목에서도 말의 인플레이션 현상은 심각합니다. 설교의 제목은 설교의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면 충분한데, 설교의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게 자극적이고 미사여구를 사용하는 설교 제목들이 있습니다. 교회 강단도 어쩔 수 없이 세상에 만연한 말의 인플레이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교가 제목에서 내용까지 말의 인플레이션 영향을 받게 되자 교인들도 심각하게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거나, 하나님을 보았다거나, 성령께서 말씀하셨다거나, 계시를 받았다거나, 천국을 보았다거나, 꿈을 일종의 계시로 믿는 이들도 있습니다. 설교에서나 간증 같은 것에서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극단적이거나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그런 경우 상당할 정도로 말의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 표현의 정직함과 절제는 설교를 하는 사람이나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태도입니다.

욥이 고난을 겪고 있을 때 세 친구가 찾아와서 고난을 겪는 이유는 욥에게 숨은 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고, 욥은 그가 겪는 고난의 벌을 받을 만큼의 죄를 짓지 않았다고 항변하였습니다. 욥과 세 친구의 변론이 지루하게 계속되는 동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던, 그들보다는 젊은 엘리후가 입을 열어 이야기합니다(욥 33:1~3).

엘리후의 정체와 등장에 대한 해석은 쉽지 않습니다. 엘리후는 욥의 세 친구와는 확연히 다른 데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욥의 세 친구의 잘못을 지적하실 때도 엘리후는 제외되었습니다. 그의 하나님 이해가 욥의 다른 세 친구보다 깊고 욥에 대한 지적도 다른 친구들에 비해 더 온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엘리후는 죄에 대한 징계보다 고난의 의미 차원에서 욥을 일깨우려 했다는 점에서 성경 전체의 가르침과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불완전한 인간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구절에서 엘리후는 ‘내 말’, ‘내 입’, ‘내 혀’, ‘내 마음’이라는 표현을 쏟아냅니다. 그러면서 욥이 자기에게 귀를 기울일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자기 마음이 정직할 뿐 아니라, 자기가 하는 말이 다 진실하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성경의 인간관과 다릅니다. 성경은 모든 인간은 거짓되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말의 진실함은 삶을 통해 입증될 뿐이고 하나님께서 인정해야만 합니다. 노자가 말에 대해 깨달은 것이 의미심장합니다. “믿음직한 말은 아름답지 못하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하지 못하다. 착한 사람은 말을 잘하지 못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착하지 못하다”(信言不美, 美言不信, 善者不辯, 辯者不善). 엘리후는 욥의 세 친구가 욥을 논박하는 데 실패했다고 단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욥에게 하나님의 대답을 듣도록 하겠다며 나선 것입니다. 성경의 표현을 보면 그는 흥분 상태입니다. 더는 기다릴 수 없고 말을 참을 수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예레미야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가졌었지만 엘리후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렘 20:7~9 참조). 엘리후는 자신의 배 속에 할 말이 발효된 포도주처럼 가득 차 있어서 말을 하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당한 열정도 성령께서 주시는 분별력이 없으면 남에게 해를 끼치게 됩니다. 엘리후는 “나는 결코 사람의 낯을 보지 아니하며 사람에게 영광을 돌리지 아니하리니 이는 아첨할 줄을 알지 못함이라 만일 그리하면 나를 지으신 이가 속히 나를 데려가시리로다(32:21~22)”라고 합니다. 참으로 대단한 열정이긴 하지만 위태롭기 그지없어 읽는 이들의 가슴을 저리게 하는 말의 인플레이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엘리후의 하나님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진정성과 열정, 게다가 자신이 아첨하는 말이나 한다면 하나님께서 자기를 데려가시기를 바란다고까지 하였습니다. 자기 말의 정당성을 위해 하나님을 끌어들이는 것은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언어의 초인플레이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결코 사람의 낯을 보지 아니하며 사람에게 영광을 돌리지 아니하리니 이는 아첨할 줄을 알지 못함이라 만일 그리하면 나를 지으신 이가 속히 나를 데려가시리로다”(욥 32:21,22)

황상하 목사 (퀸즈제일교회)
ⓒ 아멘넷 뉴스(USAamen.net)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오피니언 목록

게시물 검색



아멘넷의 시각게시물관리광고안내후원안내ㆍ Copyright © USAamen.net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아멘넷(USAamen.net) - Since 2003 - 미주 한인이민교회를 미래를 위한
Flushing, New York, USA
카톡 아이디 : usaamen / USAamen@gmail.com / (917) 684-0562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