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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러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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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1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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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c82eafeab4548f8cf1452afaa8d8b2_1487394874_13.jpg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로 인해 대국민 사과를 할 때 한 말이 유행어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무엇으로도 국민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단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말했었다. 

 

이제는 탄핵이 결정되고 마침내 옥살이까지 하게 되었으니 자괴감을 넘어 정치에 대한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라의 최고 경영자가 일하다 말고 감옥에 갇혔으니 그의 잘잘못을 떠나 인간적으로 보면 불쌍하고 민망하다. 그런 그의 고통스러운 발언을 놓고 왈가왈부 말장난을 일삼는 게 온당치는 않다. 그런데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는 보도하기를 “내가 이러려고” 패러디가 트위터에서 봇물을 이룬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무슨 일을 해 놓고 후회하거나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때 “내가 이러려고…”한탄의 말을 내뱉곤 한다. 자식을 잘 키워보려고 금지옥엽 열성을 쏟았건만 자식이 마약쟁이가 되어 부모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다닌다면 “내가 이러려고 자식을 키웠나?” 예수 믿지 않겠다는 사람을 지극정성 전도하여 세례 받게 하고 장로로 세웠더니 목사 내 쫓는 일에 앞장 서는 주모자로 변해버렸다. 그럴 때 “내가 이러려고 전도했나?” 어렵사리 미국에 들어와 갖은 고생 끝에 집을 장만하고 아이들 잘 키워보려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추방위험이란 불똥이 떨어져 밖에 나갈 때면 이리저리 눈치를 봐야 하는 서류미비자 가족들은 “내가 이러려고 미국에 왔나?” 우리 주변엔 이런저런 사정의 “내가 이러려고”란 신세한탄의 외마디 소리가 수시로 존재해 왔다.

 

이제 다음 주가 고난주간(Passion Week)이다. 고난주간은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종려주일(Palm Sunday)부터 시작된다. 고난주간 둘째 날은 Holy Monday, ''성전청소의 날''이다. 성전을 정결케 하시고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날이다. 셋째날은 Holy Tuesday, ''변론의 날''이다.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과 논쟁을 벌이셨다. 수요일은 가롯 유다가 배신을 때린 날이다. 그래서 Spy Wednesday라고 부른다. 목요일은 Maundy Thursday, 즉 ‘세족 목요일’이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드시고 세족식을 베푸신 날이다. 금요일은 Good Friday, 성 금요일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달리신 날, 토요일은 홀리 새터데이, 예수님이 ‘무덤에 머무신 날’이다. 개신교에선 세족 목요일과 성금요일에 특별집회를 여는 경우가 있지만 동방정교회에선 일주일 내내 예배를 드린다. 고난주간 모든 날들이 홀리, 홀리로 불린다. 그래서 홀리 위크(Holy Week)라고도 한다. 그런데 수요일이 이상하다. 스파이 웬스데이? 바로 가롯 유다가 산헤드린의 스파이가 되기로 결심하고 예수님을 배반한 날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기독교 핵심 역사의 엑기스가 집중되어 있는 2000여 년 전 첫번째 고난주간에 비아 돌로로사를 통해 골고다 언덕에 오르시던 예수님이 아마 그런 생각을 하셨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러려고 가롯 유다를 제자로 뽑았나?” 이건 전적으로 나의 상상력일 뿐이다. 성경엔 전혀 없는 말씀이다. 성경에 없는 말을 지어냈다고 이단으로 몰아세우지는 말자.

 

예수님도 인간이셨는데 왜 서럽고 복받치는 원망과 분노가 없었을까? 특히 유다의 배신엔 그랬을 것이다. 예수님이 직접 면접시험을 치르고 제자로서 임명장을 준 셈이니 요즘말로 하면 그 분의 최측근이었다. 예수님의 12제자 가운데 재정부장을 맡고 있었다면 아마도 최측근 실세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가 배반을 때린 것이다.

 

물론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한 수제자도 있었고 비아 돌로로사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스승을 보고 겁에 질려 줄행랑을 친 제자들도 있긴 있었다. 그러나 가장 죄질이 나쁜 건 유다였다. 검은 돈을 받아먹은 부당거래, 정치적 음모에 가담한 정교유착, 스승을 팔아먹은 파렴치범 등 그의 죄질은 중범이요 펠로니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유다의 배신에서 비롯된 고난의 길을 외면하지는 않으셨다. 타협하지도 않으셨다. 묵묵히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그 뜻에 따라 모든 고통을 참아내며 걸어가신 비아 돌로로사. . . 그러므로 마침내 그분은 우리의 구원자, 메시야, 그리고 부활의 첫 열매가 되셨다!

 

종려주일로 시작되는 고난주간 7일 가운데 지금 내가 서있는 영적인 자리가 어디인지를 겸손하게 되돌아보자. 혹시 나는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를 외치다가 갑자기 수요일에 이르러 스파이 웬스데이의 가롯 유다처럼 예수님을 배신하고 있는 제자는 아닌가? “내가 이러려고”란 유행어가 지금 누구에게서 비롯되어 우리 가운데 회자되고 있던지 간에 “내가 이러려고 유다를 제자로 뽑았나?”란 음성이 다름 아닌 바로 내게 주시는 게 아닐까 화들짝 깨어 회개하는 고난주간.

 

다 실패해도 좋다. 그러나 예수님을 배반하는 유다의 실패는 범하지 말자. 다 잃어도 좋다. 부활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는데 세상의 상실과 부족이 왜 그토록 두려운가? 부활의 약속 우리에게 있으니 사랑으로 모든 것을 덮을 수 있고, 모든 것을 갚을 수 있다. 후하게 용서하고 용기있게 미움과 증오를 배설할 수 있다.

 

“내가 이러려고 가롯 유다를 제자로 뽑았나?” 나로 인하여 예수님이 비슷한 자괴감에 빠지지 않도록 예수님을 밥벌이와 돈벌이 수단으로 알고 이용해 왔던 나를 포함한 우리시대 모든 가롯 유다들은 다음 주간이 ‘회개주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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