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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으려는 활동으로 교회를 잠들게 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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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1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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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d81a9612451ef397ba58a5eb9c4f861_1489420213_44.jpg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어떤 프로를 보다가 끝까지 다 보지 못하고 잠이 들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냥은 잘 오지 않던 잠도 텔레비전을 보면 스르르 잠이 듭니다. 아마 나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인간 생리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생리가 어떤 소리에 아주 편안함을 느끼는 것을 이용하여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그런 소리를 모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습니다. 빗소리, 바람 소리, 파도 소리, 귀뚜라미 소리, 어떤 노래 소리, 타자기 자판 두드리는 소리 등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소리들이 인간의 휴식에 도움을 줍니다. 자연적인 소리 뿐 아니라 기계나 전자 기기에서 나는 소리 중에도 그런 기능을 하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그런 종류의 소리를 가리켜 백색소음이라고 합니다. 백색잡음 또는 화이트 노이즈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런 소리는 물리적으로 전도체 내부에 있는 이산적인 전자의 자유 운동으로부터 야기되는 잡음으로, 처음으로 이것을 구분하고 특징을 규명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존슨 노이즈라고도 합니다. 이 소리는 전도체 내부의 전자들의 열에 따른 불규칙한 움직임, 즉 열 교란에 의한 내부로부터 나오는 잡음입니다. 이 잡음은 모든 형태의 전자 장비와 매체에서 나타나며, 그 크기는 절대 온도에 비례한다고 합니다. 이런 소리는 ‘흰 빛’과 같은 형태의 주파수 형태를 띠기 때문에 백색 소음이라고 불리며, 패턴이 무작위하기 때문에 랜덤 노이즈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치지지지지... 찌이익...’하는 잡음이 백색 소음의 대표적인 예이며, 이러한 종류의 백색 소음에는 고주파가 섞여 있어 듣기에 쾌적하지 않습니다. 오래된 방송이나 녹음 상태가 좋지 않은 영상이나 노래에서 바람 소리 비슷한 ‘쉬이이....’소리 같은 불쾌감을 주는 백색 소음을 제거하기 위해 골드웨이브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불쾌감을 주는 백색소음과 편안함을 주는 백색소음은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구분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불쾌하게 느끼다가도 계속 듣다보면 그 소리를 오히려 편안하게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또한 어떤 백색소음이 홍길동에게는 편안하게 들리지만 장길산에게는 불쾌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의 가청 범위 안에 수많은 소리가 있고 가청 범위 밖에도 수많은 소리가 있습니다. 가청 범위 또한 사람에 따라 또는 나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청을 테스트하는 인터넷 앱을 이용하면 재미있는 실험을 해 볼 수 있습니다. 나이에 따라 가청 범위가 현저하게 좁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귀가 어둡다는 생각을 전혀 해 본 적이 없는데 가청 테스트를 해보면 나이순에 따라 좁아지는 가청범위에 놀라게 됩니다.

 

백색소음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것이 교회 현상과 비교가 되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백색소음이 현대교회 현상에 대한 메타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소리는 듣기에 아름답고 편안함을 주는 소리와 듣기에 아름답지 못하고 불쾌감을 주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특별히 불쾌하다거나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많은 소리가 있습니다. 개인이나 집단도 공익에 기여하는 아름다운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은 물론 공익을 해치는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도저도 아닌 다수의 개인이나 집단이 있습니다. 교회가 교회 본연의 역할을 잘 감당한다면 당연히 개인의 유익과 공익에 기여하게 되지만 본연의 역할이 아닌 엉뚱한 일을 하게 되면 개인에게 해를 끼칠 뿐 아니라 공익에도 심각한 해를 끼치게 됩니다. 교회란 그 성격의 특성상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는 것으로 개인과 사회에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해를 직접 끼치지는 않지만 교회가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매우 심각한 직무유기가 되는 것이고 그 직무유기가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는 악이 되는 것입니다. 교회가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 것은 구체적 행동이나 프로그램을 통해서라기보다 가치관으로 분별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가치관에서 세상과 동일한 것을 추구한다면 그 교회는 어떤 활동을 하든지 본연의 활동에서 벗어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벽기도나 제자훈련 같은 것은 그 자체가 교회의 역할이라기보다는 바른 역할을 위한 방법들입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들을 생각하면 새벽기도나 제자훈련 자체가 교회의 바른 역할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 그런 프로그램 실행 자체를 교회의 바른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 증거는 새벽기도나 제자훈련을 제대로 했다면 그 결과가 살아 있는 교회 현상으로 드러나야 할 텐데 그런 교회들의 영적 수준이 세상 사람들이 보는 관점에서조차 수준 이하라는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교회의 살아 있는 현상이란 물리적 규모나 경제적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영적이고 도덕적인 고매함과 수준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쉬운 예를 들면 소위 유명하다는 대형교회에 출석하는 고위공직자들 중에 불법과 부정의에 대항하여 싸우다가 불이익을 당한 경우가 가끔씩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의 경우들만 드러나 교회와 하나님 나라에 누를 끼치고 있습니다. 그 외의 사회의 영향력 있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사회에서는 한 사람의 거듭난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교회에서도 그저 교회 프로그램에 충실한 이들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열심히 새벽기도 하고 제자훈련 받는 것으로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 교회들의 거의 많은 프로그램들이 바른 신학과 신앙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아름답지 못한 소음으로 들리지만 그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백색소음 작용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새벽기도 하고 열심히 제자훈련 받고 기회와 힘이 닿는 대로 선교에 힘쓰는 것으로 아주 편안함을 느끼지만 그것은 영적으로 잠들게 하는 소음 역할을 하는 정도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의 그런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참여하는 것 자체로 아주 편안함을 느낍니다. 새벽을 깨운다, 평신도를 깨운다, 특새, 일천번제헌금, 단기 선교, 수많은 음악회, 기도회, 세미나, 연합집회... 등 교계적으로나 개 교회적으로나 과도한 활동으로 사람들은 지쳐 있습니다. 목회자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교회 안에 문제가 일어나지 못하게 하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기존의 좋은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교인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런 프로그램 자체가 모두 잘 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백색소음의 기능 밖에 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새벽기도, 제자훈련, 선교, 구제, 봉사활동 자체가 교회의 생명현상 자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살인이나 간음이나 거짓말 같은 것은 그 자체로 악한 것이지만 소위 교회의 프로그램들은 그 자체로 선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회와 제사와 선교 기도와 선행이 악으로 지적받은 경우를 성경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루에 몇 시간씩 기도하는 사람의 행동이 조폭과 다름없는 경우가 많고, 은사와 신유에 뛰어나다는 이들과 대형교회 지도자들 중에 돈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내는 이들이 많습니다. 교회적으로 선교나 기도나 성경공부 열심히 하는 교회가 영적으로 깊이 잠들어 있는 교회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교회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이들 중에 영적으로 잠들어 있는 이들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개인이나 교회를 지적할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 현상과 교회 현상을 대비하여보면 압도적 다수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그렇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제의식이 없는 교인, 그릇된 사상과 이념의 토대에서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교인들, 하나님께서 주신 창조의 보편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 좌우 이념에 치우친 이들, 은사운동에 치우친 이들, 무슨 일이든 순수와 성실과 열정으로 올인 하는 이들까지 영적으로 깊은 잠에 빠져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상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 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 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하지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마 7:22-23)

 

“사데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하나님의 일곱 영과 일곱별을 가지신 이가 이르시되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 너는 일깨어 그 남은 바 죽게 된 것을 굳건하게 하라 내 하나님 앞에 네 행위의 온전한 것을 찾지 못하였노니”(계 3:1-2)

 

황상하 목사 (퀸즈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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