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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성도들이 교회에 던지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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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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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최근 한국 교계에서 ‘가나안 성도’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개신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도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으며 이것이 한국 교회에 큰 도전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나안 성도들의 신앙의식과 신앙생활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하여 필자가 맡고 있는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공동으로 가나안 성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가나안 현상의 가속화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회를 떠난 기간이 평균 7.7년이었다. 5년 전 조사에서 평균 9.3년이 나온 것에 비해 2년 가까지 줄어들었고, 절반이 넘는 51.4%가 5년 이내에 떠난 것으로 최근에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서 가나안성도들의 신앙 연수는 평균 27.8년이었고, 교회를 떠나기 전 신앙 연수는 평균 20.1년이었다. 두 결과를 함께 생각해 보면, 최근에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고, 이들 중 다수가 교회를 떠나기 전에 신앙생활을 20년 이상 오래 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신앙단계를 4단계로 나누어 자신의 신앙단계를 응답하게 하였는데 과반수가 1단계로 기독교 입문층에 해당하였다. 이번 조사에서 53.2%가 구원의 확신이 있다고 응답한 것을 보면, 이들이 기초 신앙은 확립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가나안성도가 된 이후에 신앙상태는 차이가 없다는 응답이 다수였고, 3분의 1 가량이 약화되었다고 답한 것을 보면, 교회를 떠나기 전에 대체로 1~2단계의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교회를 떠난 기간에 대해서는 3-4단계에서도 5년 이내라는 비율이 높게 나와서 구원의 확신이 있는 사람들과 신앙단계가 높은 사람들이 비교적 최근에 교회를 떠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신앙단계가 3단계인 사람들이 교회를 떠난 기간이 평균 5.67로 가장 짧은 것으로 보아 최근에는 비교적 신앙이 정립된 교인들이 가나안성도가 되고 있는 추세를 알 수 있다.

이렇게 구원의 확신이 있고 신앙단계가 높은 교인들이 최근에 가나안성도가 되고 있다는 사실과 <한목협> 조사 결과에서 23.0%가 가나안성도로 파악된 것은 이른바 ‘가나안 현상’(탈교회 현상)이 개신교인 일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개신교계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나안성도들의 신앙생활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31.2%가 ‘꼭 교회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라는 교회 출석 욕구 부재를 나타냈으며 그 절반 수준인 18.8%가 ‘개인적 이유’를, 13.9%는 ‘자유로운 신앙생활’이라고 응답하였다.

5년 전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목회자에 대한 불만’(24.3%), ‘교인들에 대한 불만’(19.1%)이 많이 줄었다. 그리고 5년 전 조사에서는 ‘교회 출석 욕구 부재’ 항목이 없었지만 ‘자유로운 신앙생활’이 30.3%였던 것에 비하면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최근에 가나안 성도가 늘어나는 이유는 기존 교회의 문제에 대한 불만보다는 개인주의적인 신앙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가나안성도들은 교회를 떠난 후에 대부분 신앙 모임을 갖고 있지 않고 예배를 드린 경험도 많지 않았으며, 특히 정기적으로 예배를 드린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향후 예배에 참석할 의향은, 일반 교회 예배와 혼자 드리는 예배가 50%를 넘는 가장 높은 의향율을 보이고 있으며 가정예배는 40.6%로 조사되었다. 그 밖의 매체를 이용한 예배 의향은 20%대로 낮게 나와 전통적인 예배 형태가 아니라면 아예 혼자 드리는 예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교회에 다시 나가고 싶다’는 의견은 5년보다 10%p 가량 줄었고, 이 중에 ‘가능한 대로 빨리 나가고 싶다’는 의견 역시 10%p 이상 적게 나와서 교회 출석 의지가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이 교회 예배에 참석할 수 있는 여건이 되도록 한국 교회의 갱신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이것이 단시일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가정에서 혼자 또는 가족과 예배를 드리면서 신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교회 밖에서도 가나안 성도들이 신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단체나 사역자가 많아져야 할 것이다.

앞에서 말한 가나안성도들의 개인주의 신앙 성향은 다른 항목에서도 나타나는데, 교회를 이탈하기 전 출석하던 교회에 대한 인식 중에 신앙다양성 불인정(66.9%), 전통에 얽매인 교회 분위기(62.1%) 등‘신앙의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전체적으로 가장 강했다.

또한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견은 90%로 나왔으나 교회에 출석하고 싶다는 의견은 55%로 나와 기독교 신앙을 갖는 것과 교회 출석하는 것을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나안성도들의 3분의 2 이상이 신앙은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고 교회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 근거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구원의 확신 여부나 신앙의 단계에 따라서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가나안성도들이 대체로 신앙을 교회와 별개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나안성도를 품을 수 있는 교회는?

가나안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기존의 신앙생활이나 목회 방식이 이들의 신앙적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 개신교인인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한국 교회가 이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가나안성도들은 신앙의 다양성을 중시하며 강요하는 신앙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데 이들의 신앙 문제와 고민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신자를 전도하여 구원의 확신을 갖게 하는 초급 단계의 교육과 양육은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기초 신앙이 정립된 후에 신앙이 더 깊어지고 확장될 수 있도록 돕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성도들이 구원의 확신을 넘어 보다 실제적인 차원의 신앙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신앙이 성숙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기독교 신앙을 갖는 것이나 교회에 다니는 것은 ‘구원을 얻기 위해서’가 ‘바른 이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포함하여 또는 이와 다르게 여러 가지 이유로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 스스로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하여 우리는 보다 폭넓은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먼저 이러한 기독교인들의 존재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이 전통적인 신앙관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단정하거나 정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이들이 바른 신앙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이것이 강요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나안성도들은 강요하는 신앙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배타적인 태도를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교회에서는 신앙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정해진 정답철을 제시하고 있지만 오늘날에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른바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전통적인 교리나 가르침에 따르기보다 자기 스스로의 생각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이번 조사에서 교회와 신앙에 대한 항목들 중에‘교회 안에서도 신앙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에 대한 동의율이 가장 높게 나온 것도 이러한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교회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신앙이 성숙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이것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가 기존 교회의 문제에 대한 반발이라기보다는 교회라는 틀 자체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사실 이것은 한국교회에 더 큰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기존 교회의 목회자나 성도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교회라는 제도 자체를 거부한다면 사실상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개교회의 도덕적인 성찰뿐만 아니라 교회 제도 자체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가 아니라 개인 맞춤형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가 획일적인 신앙관을 추구한다면 다양해진 신앙의 필요를 채워줄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공동체라고 표현되는 교회의 본질 성격과도 맞지 않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다양한 생각을 가진 개인들을 존중하고 포용하며 서로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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