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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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ㆍ2018-11-2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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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일이 벌써 대강절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나 사이버 먼데이에 정신을 파느라 세상은 대강절이 뭔지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에겐 중요하다. 예수님의 이 땅에 오심을 경축하고 부활하신 후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린다는 의미의 대강절은 크리스마스 상술과 송년파티에 매몰되어 의미가 실종되기 쉽다.
그 대강절을 연극무대로 따진다면 예수님은 주연이고 마리아는 주연급 조연인 셈이다. 마리아는 예수님이 태어날 당시 유대나라 여자 이름 3개 가운데 하나일 정도로 흔한 이름이었다고 한다. 아람어로는 미리암이라고 부른다.
그래서인지 성경에는 여러 마리아가 등장한다. 우리를 헤깔리게 만든다. 우선 자기집을 방문한 예수님에게 바짝 붙어 있다가 칭찬을 들은 마르다의 형제 마리아가 있다. 예수님의 부활의 증인으로 알려진 막달라 마리아도 있다. 예수님의 어머니는 동정녀 마리아라고 부른다.
그 동정녀 마리아는 기독교 문명의 아이콘이 되어왔다. 서양 미술사를 통해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아마도 마리아 일 것이다. 서양 어느 미술관에 가도 마리아가 없는 미술관이 있을까? 음악에선 말할 것도 없다.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도 있고 구노의 아베 마리아도 있다. 심지어 대한민국 패티 김도 “마리아 마리아 사랑하는 마리아”를 불렀다.
마리아를 보는 눈이 가톨릭교회와 달리 개신교에서는 좀 찜찜한 데가 있다. 그를 두고 ‘하나님의 어머니(Mother of God)’라고 부르는 것을 경계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성질과 행위를 논하는 기독론(Christology)의 핵심은 "예수님은 100% 하나님, 100% 인간"이라는 것이다. 정통 기독교는 모두 이 교리를 믿는다. 이걸 부인하면 이단으로 몰려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그럼 따져보자. 예수님은 하나님, 그 예수님을 출생시킨 마리아는 누구? 당연히 ‘하나님의 어머니’라고 불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AD 431년 에베소 공의회에서는 마리아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하나님의 어머니라고 확정했다. 가톨릭교회를 비롯하여 정교회, 루터교, 성공회가 모두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라 부른다. 더구나 마리아는 원죄 없이 예수님을 잉태했다든가 혹은 예수님처럼 승천했다는 교리까지 가톨릭교회는 발전시켜 나갔다.
그런데 루터와 칼빈에서 비롯된 개신교는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라 표현할 경우 마리아의 신격화를 우려한 것이다. 마리아가 승천했다거나 원죄가 없다는 주장도 반대한다. 마리아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고 죄인이라고 주장했다.
마리아를 놓고 벌어진 오랫동안의 신학적 논쟁은 그러다치고 대강절이 되면 궁금한 것 하나가 있다. 바로 마리아의 나이다. 마리아는 도대체 몇 살에 예수님을 출산했단 말인가?
신약성경 복음서에는 마리아가 14번이나 등장하지만 똑 부러지게 몇 살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곳은 없다. 마리아 신비주의가 증폭되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외경이나 초대교회 문서 등을 통해 알려진 예수님 출산 시 마리아의 나이는 13세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와 정혼했던 요셉은 30대였다고 한다.
누가복음에 보면 마리아가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예수님 수태고지를 받고 허둥대며 찾아간 곳은 친척 엘리사벳의 집이었다. 성지순례를 가서 보면 나사렛과 엘리사벳의 집이 있던 엔 케림과의 거리는 약 90마일 거리다. 당시로서는 엄청 긴 나들이 길이었지만 마리아는 카운슬링을 받으러 그에게 달려간 것이다.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에게 3개월을 머물다 다시 나사렛으로 돌아간 마리아는 요즘말로 미혼모로 살 것을 작심하고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했을 것이다.
오늘날엔 미혼모 하면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운 일도 아닌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예수님이 태어날 때는 돌로 맞아 죽어야 하는 중범죄였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아이가 아기를 출산하다니! 참으로 가당치 않은 일이었다.
13세 소녀가 90마일 길을 달려가 화급하게 엘리사벳을 찾은 것에서 그의 불안감이 짐작이 가지만 놀랍게도 그 소녀는 미혼모로 돌에 맞아 죽을지언정 마침내 천사의 말에 순종하겠다고 작심하고 있지 않은가? 그의 위대한 고백을 들어보자.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
소녀의 빛나는 이 절대순종! 그래서 매년 다가오는 대강절의 키워드는 바로 ‘순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마리아의 순종이 아니었으면 메시야의 탄생은 물 건너가고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구원계획도 백지화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지구상에서 마리아보다 더 유명한 여성은 없다. 이슬람 신자들조차도 마리아를 존경한다. 전 세계 기독교인 22억, 무슬림 인구를 18억으로 잡는다면 지구촌 40억 인구가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셈이다. 목숨을 내건 그의 당찬 순종 때문이리라.
마리아를 신격화하는 신학적 논란엔 관심 없다. 금년 대강절엔 13세 소녀 마리아가 보여준 절대순종만 바라보자.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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