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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대면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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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2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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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신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난한 농촌 교회 총각 전도사로 부임했던 후배가 전해주었던 40여 년 전의 ‘간증’이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는 이유는 아마도 내 가슴을 깊게 찌른 그때의 아픔 때문일 것이다.

한국 농촌의 여름은 늘 바쁘다. 비도 많이 온다. 비가 오는 어느 수요일 저녁 후배 전도사는 정해진 예배시간에 맞춰 수요예배를 시작했다. 밖에는 주룩 주룩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예배당엔 전도사 혼자였다. 일을 끝내고 급하게 저녁상을 치운 후 누군가는 오겠지 생각했다. 개최찬송을 혼자 불렀다. 대표기도도 혼자 했다. 성경봉독도 했다. 그래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설교를 시작했다. 설교가 끝나갈 때가 되었는데도 예배당엔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수요예배를 알리는 예비종과 본종을 친 것은 분명했다.

헌금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생략할 수 없어 짙은 주홍색 헝겊으로 두른 헌금바구니를 두 손으로 들고 혼자 예배당을 한 바퀴 돌았다. 의자 없이 마루바닥만 깔린 그 옛날 시골 예배당. 빈 헌금 바구니를 들고 마루바닥을 한바퀴 돌아 강대상으로 향하던 후배는 순간 눈에 고여 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냥 바닥에 엎드려 울고 말았다. 한참이 지난 후 강대상에 다시 서서 두 손을 들어 폐회기도를 한 후 그날 비오는 날 1인 수요 예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줄 있고 빽 있는 동기들은 모두 서울 대형교회 부목사나 중형교회 담임목사로 핀셋처럼 팔려 나갔건만 그냥 ‘하나님 빽’ 하나만 믿고 농촌교회 마다하지 않고 달려 내려간 후배는 그런 눈물의 나날을 지나야만 했다. 그러나 가난한 농촌 교회부터 맨땅에 헤딩하는 용기로 목회에 열중했던 그는 지금은 아주 소문난 교회 목회자가 되어 교단의 큰 일꾼이 되었다.

나는 요즘 코로나에 발목이 잡혀 교인들도 만나지 못하고 있는 목사님들의 심정이 옛날 일인 수요예배를 드리던 그 후배의 심정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이제 온라인이 뉴노멀이 되었다고 카메라 앞에서 설교는 하지만 여전히 낯설기 짝이 없다. 설교 한 것 같지도 않을 것이다. 교인들이 내 설교를 듣고는 있는지, 난닝구 차림으로 침대에서 뒹굴면서 적당히 예배라고 드리고 있는지 그것도 걱정스럽다.

예배의 꽃은 설교가 아닌가? 그 설교는 일단 대면으로 해야 설교답다. 설교가 일방통행 커뮤니케이션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얼굴을 맞대야 아이 컨택도 가능하고 청중의 반응도 읽을 수 있다. 설교자의 입장에선 한 말씀도 놓치지 않겠다고 눈과 귀를 고정하고 있는 청중이 있어야 설교 할 맛도 난다. ‘아멘’이나 박수갈채가 터져 나오면 그건 설교자에게 주는 용기 보너스요 격려의 플러스 알파다.

바빠서 집중을 못하고 있는 마르다 보다는 예수님 말씀을 한마디도 허투루 들을 수 없다는 듯 귀를 쫑긋하고 곁에 붙어 있던 마리아를 예수님이 칭찬하신 이유는 아마도 그게 듣는 이의 표본매너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청중이 없는 온라인 설교, 생각만 해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설교 20분이면 벌써 몸을 비틀기 시작하고 회중의 관심은 다른 데로 옮겨가기 시작한다고 하여 오늘날의 설교시간은 은근슬쩍 20분 정도로 고정화되어 버렸다. 그 20분마저도 대면하여 설교할 수 없는 처지가 된 목사님들의 허탈감은 상당할 것이다.

듣는 이의 표정도 없고 아멘도 없고 성가대의 찬양도 없다. 단지 카메라 렌즈나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설교를 해야 하는 목사님들의 ‘코로나 환란’을 누가 넉넉하게 이해해 줄 수 있을까?

그래서 대면예배 불허입장을 고수해 오고 있는 주정부 행정명령에 맞장 뜨겠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던 그레이스 커뮤니티 교회의 존 맥아더 목사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LA카운티가 맞고소를 하는 바람에 지난주 법원은 일단 카운티의 손을 들어 줬다. 방역을 위해 실내 대면예배 불허는 여전히 합법하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한국의 경우 기감 서울연회 원성웅 감독님은 “방역당국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의 고유한 신앙과 믿음에 대한 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지 않고 다만 방역에 협조해 달라고만 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서울 시내 모든 감리교회는 대면예배를 드리라고 명령조로 말했다. 모든 법적 책임은 감리교가 공동으로 지겠노라고 선언하고 나온 것이다.

목사님들은 혼란하기 짝이 없다. 여기저기서 방역과 대면예배 사이 불협화음은 터져 나오지만 현재 무엇이 법이고 무엇이 불법인지도 헷깔린다. 언제 대면예배를 시작해야 하는지? 아님 쭉 온라인으로 그냥 밀고 나가야 하는 건가? 방역을 핑계 삼아 덮어놓고 예배당 문을 닫으라고 편한 소리만 하고 있는 교단의 말만 듣고 있다가는 교회가 문 닫을 판국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자꾸 안 나오겠다고 내빼는 교인들을 붙잡으러 다니느라 진이 빠지곤 했는데 이참에 아주 불신자로 살겠다고 작심하고 있는 오락가락 교인들을 생각하면 속만 타들어가는 현실을 교단 높으신 분들은 알고나 있을까?

이러다 코로나 때문에 결국 교회 문을 닫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비대면이 뉴노멀이 되어가는 현실에 겨우겨우 적응하기 위해 오늘도 목사님들은 카메라 앞에서 청중 없는 온라인 설교를 선포해야 한다. 수요예배를 혼자 드리다 마루바닥에 엎드려 울던 그 옛날 후배전도사의 처지가 오늘날 목사님들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우리에게 시급한 건 이것이다. “열려라, 대면예배!”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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