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이 본 2025년, 팬데믹은 맞췄지만 '암 정복'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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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5-12-3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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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1998년 갤럽이 미국인들에게 2025년의 모습을 물었다. 27년 전 대중은 흑인 대통령 당선과 재택근무, 신종 전염병 창궐을 정확히 예측했다. 반면 암 정복과 수명 연장의 꿈은 빗나갔다. 기술적 진보는 낙관했으나 빈부격차 심화와 도덕적 가치 하락을 우려했던 그들의 시선은 오늘날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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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갤럽 설문조사 자료와 현대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민들 (AI사진)
1998년, 구글이 캘리포니아의 한 차고에서 막 걸음마를 떼고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 이슈가 뉴스를 뒤덮던 시절이다. 당시 미국 성인 4명 중 3명(76%)은 2025년에 ‘치명적인 신종 전염병’이 창궐할 것이라 예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지금 시점에서 보면 소름 돋는 통찰이다. 반면 60%에 달하는 이들이 기대했던 ‘암과 에이즈의 완전 정복’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Gallup)이 USA투데이와 공동으로 1998년 실시한 ‘2025년 미래 예측 조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인터넷 전화 접속음이 최첨단으로 여겨지던 그 시절, 대중은 미래를 어떻게 그렸을까. 갤럽의 데이터는 인간이 기술적 유토피아를 꿈꾸면서도, 사회적 디스토피아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흑인 대통령과 재택근무, 적중한 ‘변화의 바람’
대중의 집단지성은 정치와 일상의 변화를 꽤 정확하게 짚어냈다. 응답자의 69%는 2025년 이전에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라 내다봤고, 이는 버락 오바마의 당선으로 현실이 되었다. 여성 대통령 탄생을 예측한 비율도 66%에 달했다. 비록 2024년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고배를 마셨지만, 힐러리 클린턴과 해리스의 도전은 27년 전 대중이 감지한 시대적 흐름이 틀리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디지털 근무 환경에 대한 예측도 적중했다. 당시 미국인의 52%는 재택근무가 보편화될 것이라 보았고, 56%는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매장을 대체할 것이라 답했다. 아마존이 책을 팔던 시절에 이미 ‘쿠팡’과 ‘줌(Zoom)’의 시대를 예견한 셈이다. 그러나 모든 상상이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일반인의 우주여행(29%)이나 자가용을 대체할 대중교통의 혁명(38%)을 기대했던 목소리는 2025년 현재, 여전히 요원한 꿈으로 남아있다.
풍요 속의 빈곤, “아이 키우기 더 힘들어질 것”
기술적 낙관론 뒤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1998년의 미국인들은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나아질 것(53%)이라 기대하면서도, 그 혜택이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부유층의 삶은 더 좋아질 것(69%)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던 반면, 중산층(43%)이나 빈곤층(35%)의 삶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장 뼈아픈 예측은 가정과 도덕에 관한 부분이다. 응답자의 71%는 2025년에 "아이를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는 일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62%는 의료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 우려했고, 59%는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이는 오늘날 저출산 문제와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불안정성, 치솟는 물가와 정확히 맞물린다.
도덕적 가치관의 하락을 우려한 목소리(62%) 역시 높았다. 27년 전 사람들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범죄율이 높아지고(57%), 테러의 위협이 증가하며(70%), 환경이 파괴될 것(54%)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물질은 풍요로워지되 영혼은 빈곤해질 것이라는 그들의 우려는, 오늘날 교회가 마주한 영적 현실과 궤를 같이한다.
팩트 너머의 통찰: 두려움과 희망 사이
갤럽의 이번 자료는 인간이 미래를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과학이 질병을 정복하고 수명을 100세로 늘려줄 것(61%)이라 믿고 싶어 했다. 하지만 동시에 도덕이 무너지고 공동체가 해체될 것을 두려워했다. 1998년의 예언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지만, 그들이 던진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문제는 제자리걸음이거나 퇴보했다. 2025년의 우리는 1998년의 그들이 꿈꾸던 스마트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들이 걱정했던 '아이 키우기 힘든 세상'과 '도덕적 혼란'의 한복판에 서 있다. 예측은 빗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 예측 속에 담긴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바람을 읽어내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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