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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도 그들과 같다?"... 백인 복음주의 닮아가는 이민 교회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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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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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PRRI 보고서의 최대 이변은 히스패닉 개신교인의 54%가 기독교 민족주의에 동조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백인 복음주의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이민자가 반이민 정서를 가진 정치 세력을 지지하는 이 역설은 '동화 욕구'와 '보수적 신앙'의 결합으로 해석된다. 한인 교회는 어떤지 뼈아픈 성찰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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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이민 가방 위에 성경책과 미국 시민권 증서, 그리고 'MAGA' 모자가 함께 놓여 있는 정물 사진 (AI 그림)

"우리는 불법 체류자들과 다릅니다. 우리는 법을 지켰고, 세금을 내고, 이 나라의 가치를 수호합니다."

히스패닉 이민자 목회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2025년의 현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자가 미국의 피를 더럽힌다"고 독설을 퍼부어도, 적지 않은 이민자들은 그 말에 상처받기보다 오히려 환호했다. 그 환호의 가장 앞줄에, 놀랍게도 '이민자 교회'가 서 있다.

공공종교연구소(PRRI)의 '2025 아메리칸 밸류 아틀라스'가 던진 가장 큰 충격파는 백인들의 배타성이 아니다. 바로 그 배타성의 피해자가 되어야 마땅할 유색인종 이민자들, 특히 히스패닉 개신교인의 54%가 기독교 민족주의에 동조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언어를 배울 때

통계는 잔인할 정도로 명확하다. 히스패닉 개신교인의 기독교 민족주의 성향(54%)은 백인 복음주의(67%) 다음으로 높다. 흑인 개신교인(43%)이나 백인 가톨릭(35%)을 훨씬 웃돈다.

도대체 왜일까. 사회학자들은 이를 '동화적 욕망(Assimilative Desire)'과 '사다리 걷어차기'로 해석한다. 주류 사회에 편입되고 싶은 이민자들은 백인 주류층의 종교적·정치적 성향을 모방함으로써 "나는 안전한 미국인"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자신을 '착한 이민자'로 규정하고, 나중에 들어오는 이들을 '나쁜 이민자'로 타자화함으로써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심리다.

여기에 보수적인 신앙관이 기름을 붓는다. 낙태 반대, 동성애 반대 등 전통적 가족 가치를 중시하는 히스패닉 교회의 정서가 '기독교 국가 건설'을 외치는 백인 민족주의의 구호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비록 그 구호 속에 자신들을 향한 혐오가 숨겨져 있을지라도, "신앙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제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한인 교회는 과연 예외인가

이쯤에서 우리는 불편한 거울을 마주해야 한다. 과연 한인 교회는 이 흐름에서 자유로운가. 통계에는 '아시아계(AAPI)'로 뭉뚱그려져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지지자+동조자 비율 낮음)를 보였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한인 교회의 온도는 다르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형성된 뿌리 깊은 반공주의, "미국은 하나님이 축복하신 나라"라는 높은 친미 성향, 그리고 이민 1세대의 보수성은 백인 복음주의의 논리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강단에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리고, 미국의 번영을 비는 기도가 조국의 평화를 위한 기도보다 더 뜨겁게 울려 퍼지는 곳이 한인교회다.

우리 안에도 '명예 백인(Honorary White)'이 되고픈 욕망이 있는 것이 아닌지 묻는 소리도 있다.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 타 인종을 은연중에 무시하고, 백인 주류 사회의 질서에 순응하는 것을 '성공한 이민'으로 가르쳐오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필요가 있다. 히스패닉의 54%라는 수치는, 어쩌면 한인 교회의 숨겨진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나그네 영성'을 잃어버린 교회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나그네였음을 기억하라."(신명기 10:19). 기독교인의 정체성은 제국의 시민이 아니라, 본향을 향해 가는 '나그네(Sojourners)'다.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국경을 넘어선 환대를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성경적 가치라고 반대편에서는 강조한다.

지금의 이민 교회는 '출애굽'의 하나님보다, 이집트의 고기 가마 곁을 지키는 '체제 수호신'을 찾고 있는 듯하다는 비판도 있다. 기독교 민족주의는 달콤하다. 우리에게 "너희는 이 땅의 주인"이라는 환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그것은 복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복음은 우리가 이 땅의 주인이 아니라 청지기임을, 그리고 우리의 시민권은 워싱턴 D.C.가 아니라 하늘에 있다는 것.

거울 앞에서 다시 묻다

PRRI 보고서는 2025년 미국 사회의 지형도를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이민 교회를 향해 뼈아픈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핍박받던 '초대 교회의 영성'을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권력에 취한 '제국 교회의 욕망'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것.

히스패닉 형제들의 54%가 선택한 그 길을 비난하기 전에, 우리 한인 교회의 강단과 식탁 교제를 돌아볼 때다. 혐오의 언어가 '또 다른 성경해석'과 '거룩한 우국충정'으로 포장되어 유통되고 있지는 않은지. "나그네를 사랑하라"는 명령보다 "내 것을 지켜라"는 본능이 더 앞서고 있지는 않은지.

기독교 민족주의를 반대하는 측이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미국의 위대함(MAGA)'이 아니라, 잃어버린 '나그네의 마음'"이라고 외치는 주장을 진지하게 들어볼 필요도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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