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부터 AI까지… 무너진 '약속의 땅', 유대인 혐오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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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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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요약] 미국유대인위원회(AJC)가 발표한 ‘2025 미국 내 유대인 혐오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유대인의 93%가 반유대주의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하마스 전쟁 이후 불안감이 급증해 55%가 유대인임을 드러내는 복장이나 행동을 피하고 있으며, 대학 캠퍼스와 온라인 공간이 혐오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차별을 넘어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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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유대인 10명 중 9명이 반유대주의를 심각한 문제로 꼽았으며, 절반 이상이 신변 위협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사진)
"당신은 미국에서 유대인으로 사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십니까?"
이 질문 앞에 자유의 나라 미국에 거주하는 유대인 절반 이상이 침묵하거나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이 유대인임을 알리는 모자(키파)를 벗고, 다윗의 별 목걸이를 옷 안으로 감춘다. 2025년, 미국 유대인 사회를 지배하는 정서는 '자부심'이 아닌 '두려움'이었다. 10명 중 9명(93%)은 반유대주의(Antisemitism)가 미국 내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고, 55%는 혹시 모를 테러나 폭언이 두려워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숨기는 삶을 택했다.
미국 내 유대인 권익옹호 단체인 미국유대인위원회(AJC)는 최근 '2025 미국 내 반유대주의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2025년 9월부터 10월까지 18세 이상 유대인 1,22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영적·사회적 균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상이 된 공포, "1년 전보다 더 위험해졌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현실은 참담하다. 응답자의 86%는 하마스 사태 이후 미국 내 반유대주의가 증가했다고 느꼈으며, 66%는 1년 전보다 자신의 안전이 더 위태로워졌다고 답했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위축이 아니다. 지난 1년간 실제로 신체적 공격이나 언어폭력, 온라인 괴롭힘 등 구체적인 혐오 범죄의 표적이 된 비율은 31%에 달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식당이나 공공장소 방문을 꺼리고(30%), 온라인에 유대인 관련 게시물을 올리지 않는(39%) '자기 검열'이 일상화됐다. 캘리포니아나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조차 유대인 공동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게토(Ghetto) 속에 갇히고 있는 셈이다. 특히 유대인 주지사의 자택 방화 사건이나 박물관 살인 사건 같은 강력 범죄들은 이들의 불안감을 '막연한 공포'에서 '실재하는 위협'으로 바꾸어 놓았다.
캠퍼스와 온라인, 혐오의 최전선이 되다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대학 캠퍼스는 혐오의 최전선으로 변했다. 유대인 대학생의 42%가 학교생활 중 반유대주의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수업 내용이나 교수진으로부터 적대적인 분위기를 느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지성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이 특정 인종과 종교에 대한 배척의 공간으로 전락한 것이다.
온라인 공간은 더욱 무방비 상태다. 페이스북(54%), X(37%), 인스타그램(40%) 등 주요 소셜 미디어에서 혐오 발언을 접한 이들은 부지기수였으며, 최근 급부상한 생성형 AI(챗GPT, 그록 등)가 혐오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65%에 달했다.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편견을 증폭시키는 확성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 추락, "시스템이 우릴 지켜주지 않는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다. 5년 전과 비교해 미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믿는 유대인은 단 10%에 불과했다. 반면 77%는 신뢰가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의회와 사법 당국이 자신들을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불신이 깊게 뿌리내린 것이다.
실제로 유대인의 17%는 반유대주의를 피해 타국으로의 이주를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이 더 이상 소수 종교인들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AJC의 이번 보고서는 단순히 유대인 사회만의 위기를 말하지 않는다. 특정 집단이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 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의 건강성은 이미 무너진 것이다. 혐오 바이러스가 유대인을 넘어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로 번지기 전에, 사실에 입각한 진단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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