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코란·토라가 공존하는 뉴욕시청" 선언 뒤에 숨겨진 가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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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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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조란 맘다니가 뉴욕시 최초의 무슬림 시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앞에서 코란에 손을 얹고 선서하며 유대인을 향한 보호를 약속했다. 그러나 취임 직후 'IHRA 반유대주의 정의'를 폐기하고 이스라엘 투자 철회를 예고해 유대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다원주의를 표방한 그의 행보가 기독교 복음주의권의 신앙의 자유와 이스라엘 관점에 미칠 파장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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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란 맘다니 취임식은 뉴욕의 영적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AI사진)
뉴욕시청 앞 광장, 수천 명의 군중 앞에서 한 손을 코란 위에 얹은 남자가 서 있다. 그 맞은편에는 미국의 첫 유대인 대통령을 꿈꿨던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이 선서를 주재했다.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뉴욕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시장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내가 당신을 보호하겠다(I Will Protect You)"고 선언했다. 이 메시지의 수신자가 그간 그와 가장 격렬하게 대립했던 유대인 커뮤니티라는 점은 이 취임식이 단순한 정권 이양을 넘어선 가치관의 전쟁터임을 시사한다.
다원주의의 화려한 예식, 그 이면의 긴장
맘다니 시장의 취임식은 철저히 기획된 다원주의의 무대였다. 척 슈머 연방 상원 원내대표가 단상에 자리했고, 유대인 배우 맨디 파틴킨이 축가를 불렀다. 맘다니는 "파슈토어와 만다린어, 이디시어와 크레올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이 도시 이야기의 작가"라며 종교와 인종을 초월한 '시민 프로젝트'로서의 뉴욕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매주 일요일 베이글과 훈제 연어를 먹으며 자란 무슬림 아이"였다는 농담으로 유대 문화와의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수사 뒤에는 날 선 정책 대립이 존재한다. 맘다니는 친팔레스타인 시위 슬로건인 '인티파다의 세계화'를 옹호했던 전력으로 민주당 경선 당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우리가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나는 당신의 시장이다. 단 1초도 당신들로부터 숨지 않겠다"고 유대인 사회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동시에 그는 팔레스타인 뉴욕 시민들을 향해 "보편성을 말하면서 당신들을 예외로 두는 정치는 끝났다"며 자신의 지지 기반을 확고히 했다.
성경, 코란, 그리고 토라의 동거
이날 취임식은 뉴욕의 영적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마크 레빈 신임 감사원장은 '토라(모세오경)' 위에 손을 얹고 선서했다. 레빈은 "코란, 기독교 성경, 그리고 히브리 성경(Chumash)으로 세 명의 지도자가 선서하는 도시"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상징적 공존이 정책적 공존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맘다니 시장은 취임 직후 전임 에릭 아담스 시장이 도입한 '국제홀로코스트기억연합(IHRA)'의 반유대주의 정의를 폐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반시오니즘을 반유대주의로 규정하는 조항을 무력화한 것이다.
반면, 레빈 감사원장은 "이스라엘 채권은 지난 수십 년간 가장 확실한 투자처였다"며 맘다니의 '이스라엘 투자 철회(Divestment)' 공약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시청사 계단 위의 평화로운 풍경 아래에는 재정권과 가치관을 둘러싼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미 시작됐다.
복음주의 교계가 주시해야 할 '정의'의 잣대
맘다니 시대의 개막은 뉴욕 교계, 특히 복음주의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시장의 종교가 바뀌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세상을 해석하는 '프레임'의 변화다.
첫째, '혐오'의 재정의다. 맘다니는 반유대주의 대응 사무소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그가 정의하는 '반유대주의'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은 제외되었다. 이는 향후 시정부가 성경적 가치관에 입각한 특정 발언이나 입장을 '정치적 올바름'의 잣대로 재단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동성애나 낙태, 그리고 이스라엘 문제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교회의 목소리가 시 행정 차원에서 '배제되어야 할 혐오'로 분류될 위험이 있다.
둘째, 이스라엘과의 관계 재설정이다. 복음주의권에게 이스라엘은 단순한 외교 대상국 이상의 영적 의미를 지닌다. 맘다니의 투자 철회 정책(BDS)이 현실화될 경우, 뉴욕시와 이스라엘 간의 단절은 가속화될 것이다. 이는 뉴욕 교계가 견지해 온 성경적 이스라엘관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셋째, 선택적 '보호'의 가능성이다. "보호하겠다"는 그의 약속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민주적 사회주의)에 동의하는 그룹에게만 유효한 '조건부 보호'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 그가 말하는 '보편적 인류애' 안에 전통적 신앙을 고수하는 기독교인들도 포함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지도자의 종교는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지도자가 행사하는 권력이 특정 신념을 배제하는 도구로 쓰일 때, 교회는 깨어 있어야 한다. 베이글을 먹는 무슬림 시장이 건넨 화해의 제스처가 진정한 통합의 시작일지, 아니면 더 깊은 갈등을 덮기 위한 포장지일지, 뉴욕 교계는 냉철한 눈으로 그 열매를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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