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미국 여성들, 왜 교회를 등지는가? 심층 분석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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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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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미주 한인 이민교회는 여성 성도들의 헌신적인 참여와 봉사로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고 교회 운영과 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최근 미국 교회 전반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젊은 남성이 교회에 돌아오는 비율이 높으며, 젊은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는 비율이 남성보다 높아졌다는 분석은 무척 놀랍고 당혹스럽게 다가온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젊은 미국 여성들은 왜 교회를 등지는가?(AI 생성사진)
지난 20년간 신앙을 버리는 이들 중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여론조사에서도 남성의 종교 참여율이 여성보다 낮게 나타나는 것은 일관된 현상이었다. 하지만 미국기업연구소(AEI) 산하 미국생활 조사센터(Survey Center on American Life)의 2024년 조사발표에서 이 패턴이 뒤집히는 놀라운 변화가 감지됐다.
베이비붐 세대에선 신앙을 떠난 이의 57%가 남성이었지만, Z세대에선 오히려 여성이 54%를 차지하며 남성을 앞질렀다. 젊은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이 심상치 않다. Z세대 여성 10명 중 거의 4명(39%)이 무종교인으로 나타났고(베이비붐 세대 여성의 무종교 비율은 14%에 불과), Z세대 남성의 경우 34%가 무종교인으로 나타났다.
이들 젊은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믿음을 잃어서가 아니다. 많은 경우, 그들은 교회의 가치와 문화가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느낀다. 특히 보수적인 교단에서 여성에게 리더십을 허용하지 않는 구조, 남성 중심의 설교와 제도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벽이 되었다. 세상에서는 능력을 인정받는 여성 리더가 교회 안에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모순은 견디기 어려운 이중 기준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성평등과 사회 정의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높다. 교회의 동성애자에 대한 배척, 낙태 문제에 대한 강경 입장,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태도 등은 이들의 마음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젊은 여성 10명 중 6명은 교회가 성차별적이라고 느끼며, 많은 이들이 성소수자 친구들을 가까이 두고 있다. 신앙은 더 이상 개인의 구원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공감 능력과 연결되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탈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축적된 이질감과 반복된 실망이 쌓여 신앙공동체로부터의 거리두기로 이어진다. ‘떠날 결심’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남아 있을 이유’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성경 말씀을 사랑했고, 교회 공동체에서 자라났지만, 점점 자신이 그 안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된다. 신앙이 삶과 충돌할 때, 교회가 충분히 귀 기울이지 못한 결과다.
이러한 여성들의 이탈은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교회 내 여성들은 단지 숫자상의 다수가 아니라, 신앙을 실천하고 공동체를 섬기는 중심이었다. 이들이 떠날 경우 교회는 사역의 손발을 잃게 되고, 다음 세대를 향한 신앙의 전수마저 흔들리게 된다. 실제로 자녀의 신앙 교육에 있어 어머니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이제 교회는 이 변화 앞에 반응해야 한다.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은 단지 세상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교회가 변화에 응답하지 못한 결과다. 복음은 시대를 초월하지만, 교회의 언어와 구조는 시대와 함께 소통해야 한다. 여성들이 이탈한 자리에 무엇이 비어 있는지, 그 공백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놓쳤는지 깊이 성찰할 때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돌아오게 하려는 설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믿음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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