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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의 아내, 사모들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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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ㆍ2016-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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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목회자의 아내를 사모라고 부른다. 교회의 전통적인 직분에는 사모가 없다. 하지만 목회자의 아내를 집사님이나 권사님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어색함이 많다. 그렇다고 이름 뒤에 씨자를 붙이기에는 너무 불경해 보인다.



지극히 적은 숫자의 교회들이 목회자의 아내에게 직분을 줘 부르게 하지만, 대다수 교인들에게는 아직 먼 산이다. 목회자의 아내를 사모라고 부르는 것에 반발도 있고, 그렇게 부르지 않는 교회도 있지만, 대다수 한국교회에서는 목회자의 아내를 사모라고 부르고, 문제의식도 별로 없다.

목회자의 아내, 사모

보수적인 한국교회 상황에서 사모들은 특히 힘들다. 여성이 살아가기에 한국사회가 힘들긴 하지만, 사모의 삶은 조금 더 힘들다.

교회 일에 적극 나서면 나선다고 비난하고, 소극적이면 교회 일에 관심이 없다고 말을 한다. 옷차림이 조금만 화려하면 우리 목사님은 힘들게 목회하는데, 사모가 사치한다고 뭐라 하고, 반대이면 우리 목사님 창피하게 꾸미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모들이 참고 산다. 참고 살수밖에 없다. 목회에 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년이 넘는 데이터이긴 하지만, 60% 이상의 사모들이 우울증을 겪은 바 있다는 통계도 있다.

내편을 들어줘야할 남편은 짐짓 알고도 모르는 척 한다. 가정에서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줄 수 있지만, 대부분 목회자들은 집에서 무뚝뚝하다. 마치 자상하면 안 되는 것인양.

그래서 목회자의 아내들은 더 외롭다. 고민이 있어도 남편에게도 교인들에게도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없다. 언제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서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일부 대형교회를 제외한 사모들은 남편을 대신해 생활전선에 뛰어들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사모가 믿음이 없어서 그렇다고 쉽게 얘기하지만, 당장 내일 먹을 쌀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런 믿음은 사치다. 그렇다보니 스트레스는 더 쌓여만 간다.

전통적으로 사모는 목회자의 뒤에서 묵묵하게 돕는 역할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생각에 사모들 스스로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전통적인 사모상에 이의 제기하는 분위기 늘어

오륜교회가 주최한 사모 리조이스 행사에 참석한 사모들은 "이제는 사모도 달란트를 활용해 목회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전통적인 사모상에 대한 반발이다.

물론 현실에서 당장 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들이 조금씩 모일 때 변할 수 있다.

사모 리조이스 행사를 기획한 오륜교회 역시 이런 분위기에 응원을 더하고 있다. 김은호 목사는 "하나님 앞에서는 똑같은 영혼"이라며 "사모들도 독립된 주체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생각들이 많이 변했다"며 "전통적인 사모상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오륜교회는 지난 2007년부터 매해 사모들을 위한 행사를 열어왔다. 2009년에는 교회 내 사정으로 열리지 못 했지만, 꾸준하게 지켜왔다.

행사에 참석한 사모들의 만족도는 높다. 일단 남편과 교인들에게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한데, 사모들에게 딱 맞는 프로그램으로 짜였기 때문이다. 올해 주제는 '응답하라 여고시절'이다.

사모들은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옛 추억에 젖어 들었다. 또 교회 앞에 있는 올림픽공원으로 나들이를 가며, 여고생 시절 친구들과 갔던 소풍을 떠올렸다.

2박 3일의 꿈과 같은 짧은 나들이었지만, 사모들은 다시 힘을 얻었다. 얼마 안 가 현실에 다시 눈물 흘리겠지만, 그래도 이런 자리가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다.

이승규 기자 ⓒ CBS 크리스천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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