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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받은 목사’보다 ‘세속적 박사’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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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ㆍ2013-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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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로 ‘세속화’를 이야기한다. 하나님보다 물질과 크기를 더 중시하는 물량주의, 교회를 무슨 사유 재신인 것처럼 물려주는 행위, 교단이나 기관의 ‘장’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 모리배 같은 ‘목사님’들의 행태 등등은 모두 우리 교회의 ‘세속화’가 현실로 드러난 단면들이다. 

 

하지만 이것뿐만이 아니다. 최근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시비가 교계는 물론 사회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표절이냐 아니냐의 여부는 오목사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또 교회 차원에서도 조사를 한다 하니 곧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시비에서 기자는 한국교회 세속화의 또 다른 한 단면을 본다. 바로 한국 교회에 만연해 있는 ‘학벌 중심주의’다. 하나님으로부터 기름부음을 받은 ‘목사’보다, ‘긴 가방끈’의 ‘세속적 상징’인 ‘박사’를 더 좋아하는 한국교회의 풍토가 이번 시비로 다시 한 번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에서 박사학위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표절시비’도 여러 번 있었고, 심지어는 ‘가짜 학위’ 논란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그만큼 한국교회 목사들이 ‘박사학위’에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박사학위 자체를 두고 이렇다 저렇다 말할 필요는 없다. 박사 홍수시대라고는 하지만, 많은 공부를 하고 논문을 써 통과됐다는 것 자체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방끈이 짧은 기자로서는, 박사학위는 물론 석사학위라도 갖고 있는 친구나 선후배가 부럽기만 하다. 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자체로 자부심이요 영광인 것이 바로 박사학위다.

 

그러나 그것은 정당한 방법을 통해 취득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표절이나 대필, 그리고 돈을 주고 학위를 사는 행위가 결코 용납되지 않는 이유도, 정당하게 취득한 학위가 주는 자부심과 영광에 먹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학위의 권위와도 연결된다. 따라서 그런 행위들은 굳이 여기서 논의할 가치 조차 없다.

 

문제는 왜 그렇게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라도 ‘박사’가 되려 하느냐에 있다. 생각해 보자. 사실 목회를 하는 데 있어서 박사학위는 필요할 수도 있고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목회 현장과 신학이 철저하게 괴리돼 있는 우리 한국 교회의 풍토를 생각한다면,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그 길고도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 낭비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필요하다기보다는 필요하지 않다는 데 더 방점이 찍힌다는 말이다.

 

또 생각해 보자. 한국교회에 정당한 방법으로 취득한 박사학위를 가진 목사는 수없이 많다. 그런데 그 수많은 ‘박사 목사님’들이 강단에서 자신의 ‘신학적 지식과 이론’을 얼마나 설교를 통해 풀어낼까? 그리고 목사가 강단에서 어려운 신학적 지식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할 교인은 또 얼마나 될까?

 

사실, 한국교회의 정상적인 교단에서 목사가 된다는 것은 박사가 되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긴 과정을 필요로 한다. 기본적으로 6년 내지 7년의 대학 및 신학대학원 과정을 거쳐야 하고(따라서 목사들은 모두 석사 학위를 갖고 있다), 여기에 어려운 시험과 수련 과정이 더해져야 비로소 안수를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제대로 목사가 되려면 이론과 실천을 모두 구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목회자로서의 소명의식도 갖춰야 한다. 따라서, 목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소정의 과정을 거쳐 안수를 받았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지식과 경험, 성품을 갖춘 것으로 평가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목사 안수를 받은 뒤 공부를 계속해 박사가 되는 것은, 자신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일 수는 있어도, ‘목회자의 자격’을 갖추는 것은 아니다. 박사학위는 목회자들에게 ‘덤’일 뿐이다. 오히려 현장에서 교인들과 만나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삶과 신앙의 고민을 풀어주면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길러 내는 ‘심화된 경험’이 박사학위보다 더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금 담임목사 청빙 과정에 있는 교회의 청빙위원들에게 묻고 싶다. 혹시 마음속에 ‘박사학위, 그것도 해외 박사학위를 가진 목사가 지원을 했으면...’ 하는 식의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아예 ‘반드시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정해 놓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또 이글을 읽는 분들 중에 ‘왜 우리 교회 목사님은 박사도 못됐어? 건너편 교회 목사님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던데, 창피하게...’라는 생각을 가진 분은 없는지도 물어보고 싶다.

 

박사 홍수시대인 만큼 교인들 중에도 박사가 수두룩하기 때문에 박사학위를 가진 목회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교인이나 목회자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목회자는 교인들을 하나님의 뜻대로 양육하는 존재일 뿐 박사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다. 게다가 교인들이 갖고 있는 박사학위는 대부분의 경우 신학이나 믿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렇게 본다면 목사가 박사학위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철저하게 ‘학벌중심’적인 것이며, 따라서 ‘안수받은 목사’보다 ‘세속적 인증서를 가진 박사’가 좋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세속화의 모습이다. 또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부당한 방법으로라도 박사학위를 가지려 하는 목사들의 행태는 세속화를 넘어 범죄행위에 속한다. 교인들과 목사 모두 처절하게 반성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논문 표절이나 가짜 학위 시비를 일으킨 목사들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그 이면에 가려진 학벌중심주의와 세속화 현상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이것은 단지 ‘학위 욕심’을 가진 목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인들 역시, 영적인 능력 같은 잣대보다는, 박사학위 같은 세속적 잣대로 목사들을 평가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빌리 그래함 목사는 신학대학의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상태에서 세계적인 부흥사로 명성을 날렸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민성식 ⓒ 뉴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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