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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회학자가 본 한국교회 목회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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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ㆍ2013-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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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2013년 ‘한국교회, 다시 희망을’이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 한국교회가 풀어가야 할 주요 현안들을 매월 기획특집기사를 통해 다루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사안은 바로 교회 세습. 한국교회의 오랜 병폐로 지적돼 온 교회 세습 문제의 현상과 대안을 짚어봄으로써, 한국교회가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지난 2006년 6월 한국 개신교계의 장로교(통합 측)를 대표하는 중진 성직자인 김동호 목사(높은뜻숭의교회)와 감리교의 대표적 중진 성직자인 김홍도 목사(금란교회) 쌍방 간에 이른바 ‘교회 세습’(hereditary succession)의 정당성을 놓고서 이례적으로 최초로 열띤 공방이 한동안 벌어졌다. 당시 필자는 <뉴스미션>에 “교회 세습 논란을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제목의 시론(2006년 7월 10일자)을 발표하였다. 이 시론의 마지막 부분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어떤 조직체도 규모와 크기가 커질수록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는 것 외에 자연적으로 비민주적인 것이 되기 쉽고, 급기야 이른바 ‘과두제’(oligarchy)가 되어 조직의 상부에 있는 몇몇 사람에 의해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 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한국의 초대형교회 역시 갖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같은 종교조직의 ‘비대화’에 따른 제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차제에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을 시점이라고 본다.”

 

교회 세습의 심층적 원인 진단

 

오늘의 이 시론에서 필자는 그동안 고도성장을 이룬 뒤 최근 리더십의 위기와 사회적 공신력의 저하 등으로 인해 뚜렷이 정체상태에 빠져있는 한국교회 내부에서 최근 목회 세습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한층 가열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한다. 이 문제의 대안을 찾기 위해서 우선 목회 세습의 심층적 원인을 몇 가지로 짚어본 다음, 현 시점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교회 세습이라는 문제 현상에 관한 대안은 제대로 된 원인 분석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사회 속의 종교’ 그리고 ‘종교와 사회의 관계’ 등에 주목하는 종교사회학의 눈을 통해서 한국의 일부 교회(특히 대형, 초대형교회) 내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부자(父子)간 목회 세습 현상을 관찰해보면 해당 교회에는 (1)담임목사의 카리스마적 권위 (2)정치(의사결정)구조 (3)규모와 크기 (4)신학 등의 측면에서 몇 가지 공통되는 특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담임목사의 ‘카리스마적’ 권위가 교인들 가운데 존재할 때 목회 세습의 시도가 나타나는 가능성이 높다. 일방적인 힘(무력)의 사용을 뜻하는 권력(power)과 달리 권위(authority)는 ‘합법적’ 권력 혹은 추종자들이 지도자의 권력 행사를 정당하다고 수용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목회 세습을 주도하는 어떤 담임목사가 젊은 시절에 해당 교회를 어렵게 설립(개척)하여 수십 년 동안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여 양적으로 성공시켰거나, 아니면 그가 중도에 부임한 다음에 이전의 목회자들과 달리 교세가 괄목할 정도로 확장되었을 때 목회 세습이 시도될 수 있고, 이것이 다수의 교인들로부터 용인될 확률이 높다.

 

달리 말해, 목회자가 다수의 교인들로부터 비범한 능력 곧, ‘카리스마적 권위’를 가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부자간’ 목회 세습은 이 목회자가 가졌다고 생각되는 ‘카리스마’를 대중이 신비하다고 여기는 ‘혈연’을 통해 계승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혈연’을 통한 카리스마적 계승은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비롯하여, 통일교의 최근 ‘문선명-문형진’의 2대 세습, 그리고 심지어는 삼성그룹의 ‘이병철-이건희-이재용’의 3대 세습 등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국 같이 유교의 가부장적 전통과 무속신앙의 인격숭배(personality cult)적 요소가 여전히 뿌리 깊게 존재하고, 또한 권위주의와 민주주의가 기묘하게 혼합된 정치문화 등을 배경으로 ‘혈연’을 통한 ‘카리스마의 계승’이 성공적으로 실현되는 경향이 많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 개신교 내의 교회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예: 장로 선출, 목회자 청빙 등)이 이루어지는 정치구조 측면에서 비교적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장로교, 침례교, 성결교 등과 달리 천주교의 영향을 받아 감독제를 갖고 있는 등 수직적이며 권위주의적인 감리교가 목회의 세습을 시도할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감리교의 담임목사는 여타 개신교단의 담임목사들보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담임하는 교회의 인사 및 재정에 관한 권력을 더 소유하고 있다. 감리교에서 시무 장로들은 사실상 담임 목사의 지휘권 아래 있는 상황에서 부자간 목회 세습 혹은 이른바 ‘교차 세습’(담임 목회자들 간에 자신의 아들과 사위를 상대방의 교회의 담임목사 자리에 앉히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목회 세습의 금지를 개신교의 많은 교파들 중 유독 감리교가 교단 차원에서 최초로 결의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회 세습은 약간의 예외(농촌교회나 미개척교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일정 규모 이상 곧, 최소 중형(일요일 예배에 성인이 500명 이상 참석) 이상의 교회들을 포함하여 대부분이 대형 혹은 초대형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즉, 현재 교회의 목회 세습으로 인해서 교계 안팎에서 논란을 자아내고 있는 것은 재정적으로 완전한 자립을 이룬 것을 넘어서 교회 재정이 천문학적으로 많은 대형 및 초대형교회들인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메가처치'(megachurch)가 때로는 영적인 면에서 충실한 교회상의 확산에 이바지하거나 혹은 보다 의미 있는 종교적(영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계기)를 제공하거나 또는 경쟁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용적 적응 능력 및 심리적 만족감을 얻게 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메가처치는 교회의 기업화와 교회 간 빈익빈부익부의 초래, 교인들의 교회 성장 도구화, 그리고 순수한 종교의 계속적 부패 가능성의 토양 제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일찍이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가 종교계 성직자의 독신제도(celibacy)가 출현하게 된 배경 요인으로서 종교 재산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적시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넷째, 끝으로 최근 한국에서 교회 세습이 시도되고 있는 사례들(예: 충현교회, 광림교회, 왕성교회, 성남성결교회 등)은 신학적으로 볼 때 ‘진보’ 진영에 속한 교회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보수’ 신학이 강고하게 자리 잡은 교회들임을 알 수 있다. 사회심리학의 ‘인지적 일관성(cognitive consistency) 이론’에 따르면, 만일 종교적 신앙이 ‘보수적’이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가치 지향성도 ‘보수적’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 개신교인의 약 90퍼센트 이상이라는 압도적 다수는 신학적으로 정통 지향적 ‘보수’로서 이들의 사회의식 역시 ‘보수적’이라 말할 수 있다.

 

이번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국 개신교인들의 다수가 ‘개혁’보다 ‘안정’을 강조한 우파의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한우의 청담: 한국정치 산 증인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조선일보, 2013년 1월 19일자 인터뷰 참조)이다. 따라서 한국 개신교의 신앙적 보수성과 사회의식의 보수성을 배경으로 교회 세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교회 세습이 시도되는 상황에서 교회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 현재 담임 목회자의 아들을 청빙할 것이냐 아니면 교회의 개혁과 변화를 위해서 제3의 인물을 후임 목회자로 청빙할 것인가 둘 중 하나를 결정할 때 보수적 교인의 다수가 ‘불확실한 변화’보다 ‘확실한 안정’을 택하는 경향을 보이기 쉽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체제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 지향적인 결정 과정 밑에 한국의 전통적 ‘가족주의’라든지 한국인 일반을 지배하는 ‘실용적’ 사고(예: 경제제일주의,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한다는 식의 결과지상주의 등)도 적지 않게 작동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교회 세습,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가

 

교회 세습에 관한 이상의 원인 분석을 토대로 이제는 현 시점에서 난제인 교회 세습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지를 모색하는 작업을 해보고자 한다. 여기서 필자는 우선 그동안 한국 개신교를 줄곧 연구해온 감신대의 종교사회학자 이원규 교수가 한국인의 ‘종교성’의 특징을 지적한 것으로부터 출발하고자 한다. “한국문화 일반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한국인의 전형적인 종교문화(religious culture) 혹은 종교적 가치 지향성은 윤리적, 철학적인 것보다는 재앙을 피하고 현실 생활의 복(福)을 비는 극히 현실적이며 기복적인 것이어서 자신이나 자기 가족의 번영을 빌거나 자신만의 내세를 비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특징이 있다”(<종교사회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교회의 위기와 희망>, 서울: kmc, 2010, 45쪽).

 

이렇듯 한국의 개신교인들이 한국인 일반의 종교적 가치 지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복신앙과 심리적 안정 추구의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부터 현재 논란이 되는 ‘교회 세습’ 문제에 관해서 문제의 당사자인 목회자들이 아닌 일반 개신교 신자들 중 소수의 의식 있는 비판적인 평신도들이 과연 교회 세습에 대해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용감하게(?)앞장을 설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다소 무리라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필자는 한국교회가 당면한 교회 세습을 해결하기 위해서 교단 차원에서 ‘교회 세습 금지법’을 만드는 일이나 ‘교회세습반대운동’ 등을 펼치는 것에 더해서 현 시점에서 몇 가지 긴요한 정책 혹은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우선 한국교회의 인적, 재정적 자원 등을 고려할 때 다양한 개교회들 중 가장 이상적 규모라고 일컬어지는 1,000명-2,000명 수준의 규모를 넘는 중대형교회의 경우 수년 전에 성공적으로 분립을 한 높은뜻숭의교회(김동호 목사, 현 높은뜻연합선교회)나 앞으로 수년 내에 분립을 할 것을 공표한 분당우리들교회(이찬수 목사) 등의 사례처럼 젊고 유능하며 신실한 목회자들에게 담임 목사의 책임을 맡겨 ‘분립’을 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운동이야말로 교회의 본질을 유지하고 부패의 경향성을 미리 차단하며 목회자의 과도한 수급 불균형 등을 해결하는 건강한 운동으로서 앞으로 한층 확산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2,000명을 넘는 신자를 확보한 대형교회나 1만 명 이상의 초대형교회들은 현재처럼 최상위에 있는 1인의 담임목사와 그 밑에 수십 명의 부목사로 구성된 관료제를 닮은 전임 사역자 조직을 만들어 운용하는 것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대신에 이제는 점점 다원화되고 전문화가 이뤄지고 있는 포스트모던 사회의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재능과 전문성을 갖춘 여러 명의 목회자가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사역하는 이른바 ‘팀 목회’(team ministry)를 실현하는 쪽으로 ‘창조적’ 실험이 정말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인접 지역 내에 있는 동일한 교단의 교회들 중에서 한정된 인적, 물적 자원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형이나 중형 교회 몇 개가 그리스도 안에서 아름답게 ‘통합’하여 훌륭한 ‘팀 목회’ 체제를 이루는 것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교회 세습’으로 인해서 사회 속에서 나날이 공신력이 실추되고 있는 한국의 개교회의 담임목사들 중 양적으로 질적으로 목회에 성공했다고 인정되는 목회자들이 자신의 정년(70세)을 몇 년 앞두고 조기에 은퇴하여 농어촌의 어려운 작은 교회의 사역자로 자원하여 가는 새로운 움직임이 있게 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시골 교회의 젊고 헌신적인 목회자를 도시로 불러들여 대형교회 내에서 적당한 사역을 감당하게 하는 사례가 속출한다면, 이것은 일부 목회자의 ‘욕심의 산물’인 목회 세습과는 180도로 다른 행보로서 사도 바울이 말한 ‘예수의 흔적’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 믿는다. 하나님께서 살아계심을 진정으로 믿는 자라면 어떻게 자신의 이기적 욕심을 위해서 아들에게 목회를 세습시킬 수 있을까. 얼마 전 충현교회의 원로 목사인 고 김창현 목사가 죽음을 얼마 앞두고 자신이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통렬히 회개한 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특히 이 땅의 대형, 초대형 교회의 성공한 담임목회자들은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성건 논설위원 (서원대 교수, 종교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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