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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목사 안수 성행…무인가 신학교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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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ㆍ2013-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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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목사 안수 성행…무인가 신학교가 넘쳐난다 

[기획특집] 무인가 신학교 난립, 이대로 좋은가 ① 

 

본지는 2013년 ‘한국교회, 다시 희망을’이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 한국교회가 풀어가야 할 주요 현안들을 매월 기획특집기사를 통해 다루기로 했다. 5월에는 ‘무인가 신학교 난립’ 문제를 다뤄본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이 한국교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무인가 신학교의 무분별한 난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무인가 신학교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짚어봄으로써 한국교회가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신학교는 하나님의 종으로 부름 받은 목회자를 양산하는 교육의 산실이다. 그렇기에 한국교회의 신학적 위상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세속화된 교회가 거룩성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교회 신학교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무인가 신학교의 무분별한 난립으로 돈만 주면 단기간 내로 목사 직분을 가질 수 있는 ‘목회자 속성 과정’에, ‘묻지마 목사 안수’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한국교회를 ‘함량 미달’의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국교회의 화려한 성장 이면에 숨은 씁쓸한 현실, 무인가 신학교 난립의 심각성을 짚어봤다.

 

신학적 검증 결여, 목회적 소양 부족…‘수준 미달’ 우려 커져

 

최근 들어 무인가 신학교(교육부에서 정식으로 인가를 받지 않은 신학교)를 둘러싼 논란이 촉발된 것은 지난 2011년 말, ‘고문기술자’로 이름을 떨친 이근안 씨가 목사 안수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 씨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 민주화 운동가들을 고문한 혐의로 7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통신교육으로 신학교를 졸업했고, 2006년 출소 후 총회신학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2008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개혁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러나 목사가 된 뒤 자신을 ‘애국자’로 표현하며 과거 고문 행위를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이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지난해 1월 소속 교단은 ‘교단의 품위와 위상을 떨어뜨리고, 겸손하게 선교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로 그에게 목사 면직 처분을 내렸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씨의 목사 안수 과정이 문제가 되면서 무인가 신학교의 폐해가 교계 안팎으로 이슈가 됐다.

 

이 씨가 목사 안수를 받은 예장합동개혁은 1985년에 설립된 신생 교단으로 15개의 무인가 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 교단의 무인가 신학교가 정식 인가를 받은 타 교단 신학교와 비교했을 때 교육 시스템이 확연하게 차이난다는 점이다.

 

총신대(예장합동)나 장신대(예장통합)의 전공과목이 3~40여 개인 데 반해 이들 무인가 신학교의 전공 필수 과목은 9개에 불과하며, 마음만 먹으면 2년 안에 학교를 졸업해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 타 교단 신학교의 경우 학부 4년, 대학원 3년에 전도사 수련 기간까지 포함해 6~10년 걸리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부실한 커리큘럼과 속성의 수련 과정으로 대표되는 무인가 신학교의 가장 큰 심각성은 학생들의 목회적 소양과 신학적 사상을 검증할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몇 백만 원만 주면 유명 신학대학원 학위로 ‘세탁’해 주고 목사 자격까지 얹어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한국교회가 목사직을 남발한다는 비난으로까지 이어졌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무인가 신학교는 학력 불문, 수시 입학, 조기 졸업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어 예비 목회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상황. 따라서 자격 미달의 목회자를 과잉 양산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위험성은 일부 교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무인가 신학교로 목회자를 배출하는 교단은 200여 곳에 달하며, 작은 교단들의 경우 무인가 신학교가 경제적인 뒷받침 역할을 해 주고 있다는 것. 앞서 언급한 예장합동개혁 교단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6600여 명에 이르는 목사와 전도사, 3600여 교회 규모로 성장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다.

 

성공ㆍ성장 지상주의에 물든 한국교회 병폐 드러내

 

현재 국내 무인가 신학교는 약 400곳 정도로, 해마다 수천 명에 가까운 목사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무인가 특성상 학생 및 목사 안수자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공식적인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왜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목회자가 되겠다는 열정만 갖고 무인가 신학교로 몰려드는 것일까. 오래 전부터 한국교회에 만연해 있는 ‘성공 및 성장 지상주의’가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전병금 목사는 “신학교 교육의 질이 떨어진 결과 한국교회가 양적 성장에만 집착하는 ‘교회성장 지상주의’를 추구하게 됐다”며 “무인가 신학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서울꿈의교회 정현숙 사모는 “우리나라에 목사들이 너무 많은 이유는 목회자의 삶을 고난과 연결시키기보다 성공과 연결 짓기 때문이다. 성공지상주의가 너무나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무엇이 먼저랄 것도 없이, 신학교 교육의 질적 하락이 ‘성장은 곧 성공’으로 귀결되는 한국교회의 그릇된 풍토와 맞물려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 심화…한국교회 위기와 직결

 

무인가 신학교 난립의 또다른 병폐로 ‘목회자 수급 불균형’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은 교계에서 몇 년 전부터 지적돼 온 사안이지만, 뚜렷한 대책이 강구되지 않은 가운데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장로교단을 대표하는 신학교인 총신대와 장신대에서만 매년 2천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고, 여기에 감리교와 기장, 고신, 성결교, 침례교 등의 교단 신학교와 연세대, 안양대, 천안대 등 종합대학교까지 포함하면 정식 인가를 받은 신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1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 목회자들의 수는 계속 늘어가지만 임지는 한정돼 있으니, 청년실업난이 교회 안에 그대로 재현된 양상이다. 더욱이 지방 신학교와 여성 졸업생들의 경우에는 취업의 문이 더 좁을 수밖에 없다.

 

임지 없는 목회자들이 늘면서 도심으로의 집중화 현상이 심해지고, 교회의 부목사 청빙에 신대원 졸업생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특히 대형교회의 경우 수십 대 일의 경쟁률까지 보여, 흡사 대기업 취직을 방불케 할 정도다.

 

무인가 신학교의 난립으로 목회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무자격 목사들이 과잉 양산되면, 이러한 목회자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간 방치되면 목회자의 질적 저하뿐 아니라 정규 신학교의 존립 자체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호남신대 총장 노영상 교수는 “목회자 수급 불균형 문제는 향후 신학교 진학률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며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면 학생들이 신학교에 진학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지원자들의 질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고, 이는 교회의 위기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렇다. 무인가 신학교 문제는 한국교회가 목회자 수급의 균형을 맞출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한국교회의 위기를 가중시킬 소지를 안고 있기에 공론화를 통해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연합적 노력이 요청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국교회의 신학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건강한 운동으로 발전시키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이것이 한국교회가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시험대일 수 있다고 한다면, 보다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될까.

 

김민정 ⓒ 뉴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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