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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통해 본 6월 민주항쟁 속 개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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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2018-01-1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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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독재 타도' 외치던 민중들 곁에 교회가 있었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6월 민주항쟁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1987’이 관객 수 5백만 명 돌파를 앞두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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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의 한 장면. 

 

특히 영화에서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승훈 신부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경찰에 의해 은폐되었음을 폭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장면을 다루는 등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도왔던 종교계의 활동이 부각되며 눈길을 끌었다. 

 

비록 영화에는 개신교계의 역할이 많이 다뤄지지 않았지만, 당시 6월 민주항쟁을 이끈 데에는 교회의 노력이 있었다. 

 

개신교계의 주도로 설립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실제 민주항쟁을 주도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국본)’는 개신교계가 앞장서서 설립했다. 

 

당시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사장이었던 고(故) 박형규 목사가 국민운동본부를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상임집행위원장은 오충일 목사, 대변인은 인명진 목사가 맡는 등 국민운동본부를 조직해 가는 과정 가운데 개신교계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당시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총무로 섬기며 개신교계를 대표해 국본 조직 실무를 담당했던 황인성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발기인대회에 참여하는 명단부터 시작해서 제반 순서지와 선언문 자료 등을 다 만들었다”고 밝히며, “그 당시에 무엇보다 장소를 안전하게 확보해 발기인대회를 성사시키는 일이 중요해서 그 일을 개신교계가 맡았다”고 말했다.

 

경찰 감시 피해 국본 발기인대회가 열린 향린교회

 

1987년 5월 27일에 열린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발기인대회를 앞두고, 오충일 목사가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과 종로 5가의 복음교회, 명동성당과 향린교회를 찾아가 관계자들에게 장소 사용을 비밀리에 요청했다. 

 

그리고 27일 아침 황인성 사무처장이 발족 장소 후보들을 한 군데씩 돌아보며, 경찰의 감시를 피해 발기인대회를 진행할 곳을 정탐했다. 

 

황 사무처장은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에 갔는데, 프레스센터와 대성당 근방에 전경차가 두 대 정도 있었고, 복음교회는 근처 기독교회관 근방에 사복형사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며, “명동성당 앞에는 형사와 전경들이 있었지만 향린교회 근방에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상황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황 사무처장의 보고를 들은 오충일 목사는 발기인대회 장소를 향린교회로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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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5월 27일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가 설립된 향린교회'. 

 

장소가 결정되자 황 사무처장은 미리 약속한 서울 종로 수협중앙회 건물의 한 다방에서 각계에서 찾아온 이들에게 ‘발기인대회가 향린교회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불과 40여분 만에 골목에 있던 약 150여 명의 인사들이 예배당으로 몰려들었다. 곧바로 발기인대회가 시작됐고, 결성대회가 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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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린교회 외부에 설치된 '6월 민주항쟁 기념비'. 

 

민주화운동 앞장섰던 고(故) 홍근수 목사와 향린교회

 

발기인대회가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 향린교회는 영화 ‘1987’에서 재야세력 김정남 씨가 경찰을 피해 숨어들어간 ‘향림교회’로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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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에서 등장하는 향림교회는 실제 한국기독교장로회 향린교회를 가리킨다. 

 

당시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강했던 고(故) 홍근수 목사를 비롯한 향린교회 교인들은 민주화운동에 동참하며 거리의 열사들을 도왔다. 

 

1987년 당시 향린교회 청년부 회장을 맡고 있던 김종수 집사는 “명동성당 앞에서 최루탄이 엄청나게 터지면 대표적으로 향린교회에 가면 그런 건 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며, “향린교회는 어떤 성역화 돼 있는 구역이라서 수배중인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급히 피신하는 데에 이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때 ‘6.29 선언’이 있을 때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거리에 있었다고도 고백한 향린교회 채운석 장로는 “수많은 거리의 시위들이 있을 때 향린교회 교인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많은 교인들이 거리에서 서서 ‘직선제로 독재 타도’ 등을 외치며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하나님나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교인들은 신앙과 신념을 가지고 거리와 노동 현장 곳곳에서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성실하게 투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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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28일 향린교회 주보. 당시 교회 주보와 소식지에도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대한성공회도 민주항쟁에 동참

 

영화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대한성공회도 민주항쟁에 큰 역할을 했다. 교회협은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전개했고, 6월 10일 민주항쟁은 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에서 시작됐다. 

 

당시 성공회는 피아노 연주자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국본 관계자가 경찰의 감시를 피해 교회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황인성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개신교가 1987년의 범국민적 투쟁에 함께했을 뿐만 아니라 투쟁이 있게끔 디딤돌 역할을 했다는 건 기독교의 신앙을 예언자적으로 바르게 실천한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또 “그런 실천으로 인해 당시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좋았는데 요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불의에 맞서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외쳤던 30년 전 한국교회가 그 이후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게 한다. 

 

ⓒ CBS노컷뉴스 이빛나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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