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청소년 자살률 30% 급증…인기 드라마 경고 문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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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ㆍ2019-07-11 07:57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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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유명 드라마를 둘러싼 자살 조장 논란이 뜨겁다. 자살을 소재로 한 드라마 방영 후 10대 청소년 자살률이 급증했다는 통계가 발표된 것. 그동안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 문화 콘텐츠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유해 콘텐츠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 두고 문화 콘텐츠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 ⓒ넷플릭스
자살 소재 미드 방영 후 자살률 급증
해나의 자살로 학교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며칠 후 친구 클레이에게 7개 카세트테이프가 배달된다. 테이프 속엔 해나의 음성이 담겨있고. 해나는 자신이 자살한 13가지 이유를 소개하는데….
제이 애셔(Jay Asher)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Netflix) 제작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 줄거리다. 최근 미국에서 이 드라마를 둘러싼 자살 문제가 불거졌다. 드라마의 영향으로 청소년 자살률이 급증했다는 연구까지 발표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미국 AP통신은 최근 미국 전국어린이병원(NCH) 자살연구가 제프 브리지 박사가 진행한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드라마가 방영된 2017년 3월 이후 9개월간 10~17세 청소년 자살 건수가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졌다.
연구를 진행한 브리지 박사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 방영 1개월 후인 2017년 4월 한 달간 190명의 청소년이 자살했다고 설명했다. 자살자 수는 직전 5년에 비해 30%가량 증가했다. 19년 만에 최고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가 발표한 '2013~2017년 전 연령 사망자 데이터'도 연구 결과를 뒷받침했다. 연구진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8세 이상에서는 10대 자살과 같은 특이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브리지 박사는 "제작자들이 일부러 주인공의 자살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연출했다"며 "청소년 자살 행동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카고대 사회학자 애나 뮐러도 "(연구 및 데이터 분석 결과)자살에 대한 미디어의 자극적인 묘사가 특히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한계를 인정했다. 드라마와 청소년 자살률 사이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히지는 못했다는 것. 해당 기간에 자살한 청소년들이 실제로 이 드라마를 시청했는지, 또는 자살에 영향을 준 다른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드라마와 자살률이라는 인과관계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시청자 중 일부는 괴로움이나 우울, 불안, 공허 등의 심리적인 후유증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내 블로거 중에는 "손목을 그어서 자살하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은 충격적"이라거나 "성폭력, 폭력, 자살장면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가 돼서 보기가 힘든 드라마"라고 리뷰를 남겼다.
심지어 "고통스럽고 눈물이 났다"라거나 "아무나 보라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신중하게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은 드라마"라며 후유증을 토로하거나 시청을 만류하는 블로거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심리적인 후유증이 지속될 경우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디어 기업의 책임과 사회적 대화 절실
자살 조장 논란으로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제작한 세계 최대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사실 이 드라마는 미국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지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청소년은 시청할 수 없다.
논란이 거세지자 넷플릭스 측은 일부 에피소드에 경고 문구와 영상을 삽입했다. 영상에는 출연 배우가 직접 시청자를 향해 "나는 연기자이며 이 드라마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그에 관한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픽션"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심리적 이슈가 있다면 시청하지 않길 권하며 도움이 필요하면 지역 상담소나 홈페이지를 참고하라"고 조언을 건넨다.
넷플릭스 홍보담당자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우리는 이 민감한 주제를 책임감 있게 다뤄왔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살 논란에 대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제작사들의 책임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제작사나 미디어 기업의 책임감을 주문했다. 구 교수는 "콘텐츠가 실제 모방 범죄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면 결국 그것은 기업, 제작자들의 책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제작자들이 기업의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콘텐츠가 어떤 문제를 유도할 가능성이 없는지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인 소통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국립정신과학연구소(NIMH)의 리사 호로비츠 박사는 "부모 또는 어른과 청소년의 소통"을 강조하며 "아이들이 인생의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를 물어보라"고 조언했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 원장도 통감했다. 백 원장은 "청소년들은 대중문화 메시지에 쉽게 공조하고 쉽게 영향을 받는 세대"라며 "특히 드라마처럼 학교 내 왕따라던가 성폭력 문제라던가 비슷한 환경에 노출된 친구들은 그런 것들을 보고 나면 우울함 절망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 되는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소비되지 않도록 교회나 부모가 미디어와 생명에 대해 교육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 원장은 "(부정적인 영향)경계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적절한 시청지도와 특히 현재 생명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데 생명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천보라 기자 ⓒ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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