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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열풍, 한국에서 더 뜨거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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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2018-12-1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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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를 풍미한 영국 록 밴드 '퀸'의 음악세계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한국 사회에서 하나의 신드롬을 낳고 있다. 이런 열기는 영화를 보면서 함께 노래 부르는 떼창, 보고 또 보는 'N차 관람' 등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영화를 만든 미국, 퀸의 나라인 영국에 이어 한국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왜 유독 이 영화가 우리나라 관객의 정서를 흔드는 것일까. 대한민국이 '퀸'에 빠진 이유와 그 속에 자리잡은 문화코드들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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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관객 6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개봉 음악 영화 1위에 등극했다. 

 

떼창·N차관람 등 새로운 문화현상 낳아

 

성탄절이 다가옴에도 캐럴보다는 퀸의 노래가 길거리나 음식점에서 더 많이 흘러나온다. 극장은 콘서트장이 됐고 반복해서 영화를 보는 관객이 늘어나면서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세대를 불문하고 퀸 음악 '체험담'은 SNS 타임라인에서 쉽게 접한다. '퀸망진창'(퀸과 엉망진창의 합성어), '퀸알못'(퀸을 알지 못하는 사람) 등 인터넷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쯤 되면 이변을 넘어 가히 열풍이라 할 만하다. 그야말로 '보헤미안 랩소디'가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 상영 인기와 일인다회 관람하는 N차 관람으로 '보헤미안 랩소디'는 관객 600만 명을 돌파해 국내 개봉 음악 영화 1위로 올라섰다. 영화의 흥행열풍에 퀸 신드롬은 스크린에서 온라인 입소문으로, 다시 방송·음반·공연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양새다.

 

사실 영화는 개봉 전 국내 흥행 성공 전망이 불투명했다. 퀸과 머큐리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으나 록과 성 소수자는 흥행요소가 아니어서다. 머큐리 역의 라미 말렉(37)의 인지도도 낮았다.

 

그러나 영화는 한국 관객들의 정서를 정확하게 공략했다. 라미 말렉의 탁월한 내면 연기와 아웃사이더에서 전설이 된 주인공의 반전 스토리, 퀸의 명곡들이 어우러져 전세대의 공감을 샀다는 평가다. 특히 퀸을 잘 모르는 2030세대들이 관객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신드롬의 주역이 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 크리스천의 고민

 

퀸과 동시대를 살지 않은 2030세대들이 이토록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프리카 출생, 아시아에서 보낸 젊은 시절, 양성애자와 에이즈'. 프레디 머큐리를 따라붙는 말들이다. 소위 말해 주류사회에서 벗어난 삶을 산 그는 영국사회에서 아웃사이더였다. 퀸도 리드보컬로 머큐리를 영입하기 전까지는 주류무대에 설 수 없던 록 밴드에 불과했다.

 

아웃사이더였던 퀸이 전설의 록 밴드로 거듭나는 성장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취업난 등 한국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낀 젊은 세대들이 퀸에 자신들을 투영해 강한 공감대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퀸의 노래를 들으면서 젊음을 온몸으로 느꼈던 중년 이상 세대들에게는 영화가 감성을 자극하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먹고 살기 바쁘고 감성도 무뎌져 음악을 멀리한 지 오래인 이들은 한때 뜨겁게 좋아했던 퀸의 명곡들 덕에 극장으로 몰려들었다. 직장인 윤모(47) 씨는 "영화를 2번 봤다"며 "퀸의 노래를 들었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운이 가시지 않아 집에서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 에이드' 공연 실황을 계속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개봉 초반 중장년층 관객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점차 동력이 2030관객으로 넘어갔다"면서 "이들이 열풍을 끌고 가는 건 영화를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현실에서 박탈감이 있다는 걸 말한다. 영화 속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죽어가고 있는 데 아마 그런 부분에서 관객 모두가 특히 젊은 관객 분들이 동정표를 던지기도 하고 자기 동일화의 모습을 찾기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2세 관람가인 이 영화에는 주인공이 동성과 키스를 하고 마약을 하는 장면이 그대로 묘사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프레드 머큐리는 양성애자이고 에이즈 환자였다. 성적 소수자의 삶을 살았던 그는 실제로 성정체성으로 인한 혼란으로 힘겨워했고, 이러한 삶은 그의 음악과도 무관할 수 없다.

 

하지만 퀸의 열풍 속에 이런 사실들은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는 분위기다. 음악이 좋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가진 관객도 있었다.

 

인천에 사는 김모 씨는 "이 영화는 우리 사회가 소수자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다름을 차이로 보지 말고 수용해야 하는 건 맞지만, 감성에 치우친 동정이나 연민은 자칫 신앙적인 관점과 충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가 전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퀸'이라는 그룹의 음악을 재조명하게 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프레드 머큐리의 성정체성이 그의 음악 인생에 끼친 영향을 생각한다면, 크리스천들에게는 무조건 열광할 수만은 없는 영화일 것이다.

 

최상경 ⓒ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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