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의에 빠진 '대형교회', 회복될 길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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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2019-06-05 08:2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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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교회들의 세습 등 부정적인 면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뜨거웠다. 대형교회에 대한 논란은 이제 교계를 넘어 우리 사회까지 만연할 정도다. 이에 대형교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3일 오후 2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대형교회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2019 발표회'가 열렸다.ⓒ데일리굿뉴스
대형교회의 가장 큰 문제 '성장주의'
"교인이 1,000명 이상 모이는 교회의 목사가 그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이라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어떤 스코틀랜드 신학자가 한 말이다. 이 말은 즉 교회의 몸집이 커질수록 교회가 목회자의 소유가 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4일 오후 2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2019 발표회'에서는 이 같이 대형교회의 문제들이 지적됐다.
교계학자들은 한국교회가 쇠퇴한 주원인으로 '성장주의'를 꼽았다. 교회성장을 추구하는 성장주의가 교회의 거룩함을 잃게 만들고 세속주의에 오염되는 역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말테 박사(루터대학교 석좌교수)는 "대형교회 대다수가 빠른 경제적 성장 시대에 생겨났다"면서 "성장주의를 따르는 대형교회들의 특징들 중 하나는 숫자 중심이라는 것이다. 교인 수를 늘리기 위해 입교를 쉽게 허락하고 단기훈련을 거친 다음에 세례를 행하는 양적 성장을 위한 세례바겐세일이 횡행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입이 많아지자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교회를 교회라기보다 종교 비즈니스업체쯤으로 여기기 시작했다"며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대다수가 교회를 섬기기보다 교회를 주관하게 된 것이다. 자신이 목회하는 개교회를 자기의 소유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교회의 부정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결국 '교회재산의 사유화'라는 점이다.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교수)는 "문제가 되는 것은 대형교회의 세습"이라며 "만약 재정이 넉넉하지 않고 재산이 많지 않으며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이 크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세습이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교회의 사유화는 비성경적이고 비도덕적인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교회분립개척, 교회다움을 실현하는 길
그렇다면 잘못된 성장주의를 극복하고 교회다움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이날 발표회에서는 '교회분립개척'이 대형교회 문제를 타개할 대안으로 꼽혔다. 교회분립은 교회개척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방법임과 동시에 교회를 더욱 건강하게 가꿔나가는 방안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원로·코람데오닷컴 대표)는 "교회를 세우신 주님의 목적에 충실하려는 방법 중 하나가 교회분립개척이라고 생각한다"며 "교회분립은 건강한 중소형교회를 많이 세울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 목회자나 몇몇 장로들의 독특한 리더십 때문에 교회가 영적으로 정체되거나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 목사는 목회를 시작하고 5년 뒤, 교인과 함께 '교회분립개척'에 나섰던 심정을 나누기도 했다. 그는 "담임목사로서의 사역을 시작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내적으로 압박을 받았던 것이 바로 교회성장이자 교회의 양적인 부흥이었다"며 "교회분립개척을 주장하게 된 동기는 목회를 조종하고 있는 이 성장주의를 극복해보자는 몸부림이었다. 대형교회들은 교회분립을 통해 교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쇄신하면서 새 출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교회의 질적 성장을 위한 에큐메니칼 신학이 강조됐다.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고 배우면서 신학사상을 넓히는 에큐메니칼 신학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회가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교파주의와 개교회주의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이말테 교수는 "양적 성장에 집중하는 선교시대는 끝났다"며 "질적 성장에 집중하는 에큐메니칼 시대가 시작됐다. 그동안은 양적 성장을 위해 경쟁해왔기 때문에 교파주의와 개교회주의가 심각한데, 이제는 대화를 통해 질적 성장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상경 기자 ⓒ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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