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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창업부터 배달·운전까지…일터로 뛰어든 목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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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2021-11-23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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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직 목회자' 인식 확산…목회자 창업·취업 지원 박람회 열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목회 현장이 급변하고 있다. 작은 교회 수입은 반토막이 났고, 버티지 못한 교회들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가정과 교회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은 목회자들을 일터로 나오게 했다. 이른바 이중직 목회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이중직 목회를 함께 고민하고 창업과 취업을 지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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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목사의 직업, 사회인으로서의 자리’라는 주제의 사회적목회 콘퍼런스가 열렸다.ⓒ데일리굿뉴스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와 굿미션네트워크(회장 한기양 목사)는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목사의 직업’을 주제로 사회적 목회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중직 목회에 대한 단순 논의를 넘어 목회자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형식의 콘퍼런스는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목회사학연구소 조성돈 소장,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 굿네이버스 이일하 이사장, 총회한국교회연구원 노영상 원장 등이 강연자로 나섰다. 

 

조성돈 소장은 “코로나19로 작은 교회들은 존립의 위험에 처하게 되었고 적지 않은 교회들이 문을 닫거나 실제 모이지 않는 교회가 되었다”며 “생활이 유지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가정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목회자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목회직을 내려놓고 일반 직업을 찾아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8월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은 교회 목회자 가운데 48.6%가 이중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직 선택하게 된 이유는 ‘어려운 경제 문제를 해결을 위해서’가 60.5%로 가장 많았다. ‘교회에 의존하지 않고 소신껏 목회하고 싶어서’도 19.5%에 달했다. 목회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직업은 노무직이 22.3%로 가장 많았다, 자영업(15.9%), 택배(15%), 대리기사(9.1%) 등 일용직을 택한 목회자 비율도 높았다.   

 

정재영 교수는 “교회로부터 사례비를 받지 못하는 목회자들이 전체 47.7%에 이르고, 받는다 해도 월 평균 78만 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목회자 직업학교나 사역박람회 등 이중직 목회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 목회나 도서관 사역이 효과를 본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하는 것도 위험하다”며 “교회 특성과 성도들의 정서,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가 가장 뚜렷한 목회자 스스로 전문성을 가지고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한 환경에서 성공한 방법이 다른 여건에서 똑같은 성공을 거두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인디밴드나 어쿠스틱 그룹을 초청해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공동체를 형성하는 하우스 콘서트형, 사무실이나 학원의 비는 시간을 활용해 기독교 공동체가 모이는 일터 교회 등이 예다.   

 

단순 생계유지 목적을 넘어 선교적·사회적 관점에서 이중직을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목회의 의미를 왜곡시키지 않으면서 교회 밖 세상으로 향하는 것은 오히려 목회의 영역을 넓히고  교회가 지역공동체와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목사의 또 다른 직업을 매개로 충분히 지역사회에 복음을 전할 수 있다”며 “교회가 기독교적 가치를 기반으로 헌신과 희생의 자세로 세상에 나아간다면 이중직은 분명 교회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선교적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목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중직을 바라보는 교계 내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2017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서 시행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중직에 대해 목회자들 절반 이상이 찬성 의견을 보였다. 2012년도 ‘상황에 따라 가질 수도 있다’는 응답률이 42.2%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중직에 대한 찬성 의견은 점점 늘고 있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목회자 이중직 금지 조항을 유지하는 교단도 많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중직을 허용하도록 법 제도를 변경하려는 논의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서는 미자립교회에 한해 이중직 금지조항을 완화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은 교회자립연구원 산하로 이중직연구위원회가 설립돼 관련 연구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조 소장은 “이중직 목회를 위한 교단 차원의 협력과 법제화가 절실하다”며 “이중직을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 개선과 함께 일자리 나눔 정책 등 목회를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콘퍼런스 이후 진행된 ‘목사 직업 박람회’에는 카페창업과 마을목회, 인테리어·목공, 장례지도사 등 다양한 직군의 이중직 목회 사례가 소개됐다. 

 

이날 ‘창업부스’를 맡은 이준모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 총괄본부장은 “목회자들이 자비량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교회를 섬기면서 지역사회에도 선한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일을 병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목회자이기도 한 이 본부장은 현재 사회적 기업 3개와 협동조합 1개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중직에 대한 시선이 바뀔 때가 됐다”며 “재정 문제가 해결되면서 교회 목회에도 활력이 생겼고 지역민들과도 한층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람회에 참여한 박기수 목사(34)는 “젊은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이중직에 대한 고정관념이 이미 많이 깨진 상태”라며 “전통적인 목회 방식에서 탈피한 또 하나의 목회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이중직에 대한 관점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었고 상담을 통해 창업이나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며 ”목회자들이 이중직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가 앞으로도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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