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보수는 맞지만 극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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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 2025-05-2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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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보수는 맞지만 극우는 아니다”
정치 성향 다양성 드러나… 언론 이미지와 현실 간 괴리
최근 12.3 계엄 사태와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한국교회가 극우적인 모습으로 언론에 비춰진 데 더해, 한국교회의 정치적 성향은 일반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보다 다양한 이념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는 전반적으로 우경화된 흐름을 보이긴 하지만, 이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난 보수화 경향과 맞닿아 있고, 이른바 ‘극우 성향’을 지닌 이들은 10명 중 2명에도 미치지 못하며, 상당수는 중도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자유와 평등, 기업의 자유와 규제, 안보와 인권, 북한 정권 붕괴와 화해 같은 정치적 이슈에 있어서는, 평등, 기업 규제, 인권, 남북 화해 등에 더 많은 지지를 보이며, 진보적인 특징도 일부 보였다.
목회데이터연구소와 문화선교연구원, 한반도평화연구원은 교회 성도 1,000명, 담임목사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8~25일까지 ‘한국 개신교의 정치문화 지형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성도는 진보, 보수, 중도가 각각 25~37% 수준으로 분포하며,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보였지만, 목회자는 보수 46.1%, 진보 33.6%로 보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가 성도보다 보수적이긴 했지만, 극우 성향 비율은 성도 13.5%, 목회자 12.9%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극우 성향 응답자는 주로 6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되어 있었다.
정책적 이슈에 대해서는 극우와 극좌 집단 간에 뚜렷한 인식 차이를 보였다. 성도를 기준으로 보면, ‘복지 확대’보다 ‘경제 성장’을 지지한 비율은 극우가 73.9%였던 반면, 극좌는 35.7%에 그쳤다. 반대로 ‘경제 성장’보다 ‘복지 확대’를 선호한 비율은 극우가 22.1%, 극좌가 50.5%로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또한 정책 전반에 있어서도 목회자가 성도보다 보수적 견해를 보였으며, 성도 중에서는 중직자가 일반 교인보다 더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정치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성도와 목회자 모두 90% 이상이 ‘정치인은 사리사욕을 추구한다’고 응답했으며, 목회자의 정치적 설교나 기도가 교회와 성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많았다. 정치적 주제에 대한 교회 내 토론을 피해야 한다는 의견은 성도와 목회자 모두 70% 이상이었고, 실제로 정치적 토론 이후 성도의 47%가 “관계가 멀어졌다”고 답해, 정치가 교회 공동체 내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교회의 정치 개입과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뚜렷했다. 성도의 경우 정치 개입에 반대하거나 불개입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52.4%로 나타났고, 정치 참여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6.2%에 그쳤다. 반면 목회자는 정치 불개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28.4%, 정치 참여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9.9%로 성도와는 상반된 경향을 보였다. 기독교 정당과 관련해서는 성도와 목회자 모두 ‘기독교 정당은 필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5월 19일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결과 발표회에서는 김진양 목회데이터연구소 부대표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이어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 원장과 조동준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이 조사에 대한 해석과 함의를 발제했다.
백광훈 원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중요한 지점은, 한국교회 안에 정치적 지향점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는 점”이라며, 언론에는 기독교 극우 세력이 많이 비춰졌지만, 실제로는 다수를 차지하는 중도적 입장들이 부각되지 못하고 여론 형성에서 배제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로선 우파적 신앙이 부각되는 시대임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것이 극우적 기독교로 과잉 대표 되어서는 안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먼저 한국교회 안에 있는 신앙과 정치를 둘러싸며 현존하고 있는 다양한 인식 유형들에 대한 인지가 선행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체제와 제도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부분적 반영일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하나님 나라에 대한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이해가 필요하며, 하나님의 창조질서와 인간 존엄성, 사랑과 정의에 기초한 공동체적 선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준 원장(한반도평화연구원)은 불교가 가장 보수적이고 한국 개신교가 그다음이라는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한국 개신교인은 주요 현안에 대해 일반 국민과 유사하게 인식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상계엄 이후 한국 개신교의 광장 정치 참여는 다른 종교 집단과 동일한 수준”이라며, “다만 개신교가 우파 광장 정치로 몰린 이유는 참여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안교성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관장과 김나래 국민일보 기자(사회부)가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김현성 ⓒ 뉴스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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