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거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여기에서 잠깐, 인간이 만든 물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 1호 우주탐사선에 대하여 좀 더 이야기해보자. 보이저 1호 우주탐사선은 1977년 9월 5일, 그러니까 48년전 발사되었다. 13년 반이 지난 1990년 2월 14일 명왕성을 좀 지나간 곳, 그러니까 지구로부터 약 61억 km 거리에서 보이저 1호가 카메라를 지구쪽으로 돌려 촬영한 사진은 빛줄기 속에 희미한 점처럼 보이는 지구를 보여주고 있었고 칼 세이건은 이 사진속의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으로 불렀다. 총중량 722 킬로그램의 이 우주탐사선에는 지구의 바람소리, 물소리, 각국의 언어로 인사말을 담은 광디시크를 싣고 있으며 초속 17 km(음속의 50배) 속도로 하루에 약 147만 km(지구-달 거리의 4배 가까운 거리)를 날아 지금(2025년 9월 현재) 지구로부터 약 250억 킬로미터 거리에서 계속 날아가고 있다.

이 보이저 1호는 플루토늄 방사선 붕괴열을 전기로 바꾸어 만드는 470 와트의 약한 전력, 1970년대의 ‘포트란’ 코드를 사용하는 구닥다리 컴퓨터로 지금도 가끔씩 지구와 무선전파통신을 하고 있는데 전파를 보내는데 23시간, 받는데 또 23시간이 걸리고 있다. 보이저 1호는 2016년말, 2027년초에 지구로부터 1광일(1 Light-Day) 거리에까지 도달할 예정이다.

요즈음 치열한 군비경쟁 속에서 군사강국들이 만들어내 극초음속 미사일의 속도가 음속의 10배 정도이다. 지구궤도를 도는 인공위성들의 속도는 초속 8~9 km이고 우주선이 지구궤도를 벗어나는데 필요한 속도가 초속 11 km이다. 그런데 보이저 1호 우주선의 속도는 무려 초속 17 km다. 1977년에 1톤 가까운 무게의 우주선을 거대한 로켓에 실어 초속 17 km, 즉 음속의 50배 속도로 날려보낸 미국의 기술능력은 지금 보아도 놀라울 뿐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인간이 발사한 가장 빠른, 초속 17 km, 음속 50배의 보이저 1호 추주탐사선이 1광일 날아가는데 49년 2개월이 걸린 셈이다. 그렇다면 이 속도로 1광년 거리를 날아가려면 49.2년 곱하기 365광일 = 17,958년, 약 1만 8천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되고 태양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항성 센타우리 프로시마별까지 4.3광년 거리에 도달하려면 약 7만 7천년이 걸릴 것이라는 계산이 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발견된 다른 지구로 보이저 1호 우주탐사선의 속도로 날아가려면 얼마나 걸릴까? 20광년 거리의 글리제 581g, 600광년 거리의 케플러 22b, 1,200 광년 거리의 케플러 442b 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20광년까지는 36만년, 600광년까지는 1천 77만년, 1,200 광년까지는 2,150만년이 걸릴 것이라는 계산이 된다. 우주의 티끌 같은 작은 지구에 사는 인간들이 망원경으로 우주를 살펴 다른 지구를 아무리 찾은들 무순 재주로 그리로 날아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