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고시에 넣자" 뉴욕노회가 쏘아 올린 개혁 신학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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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3ㆍ2026-03-11 06:26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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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 뉴욕노회가 100년 넘게 사용된 '12신조'의 신학적 한계를 지적하며 수정보완 연구위원회 구성을 총회에 헌의했다. 이와 함께 목사·장로 고시 과목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추가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개혁주의 신학의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노회의 치밀한 행보가 총회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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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PC 뉴욕노회 정기노회 현장에서 이윤석 목사가 개혁주의 신학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헌의안을 발제하고 있다.
100년 전 선교사들이 임시로 채택했던 신앙 기준이 21세기 장로교회의 단단한 뼈대가 될 수 있을까.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 뉴욕노회가 교단 헌법의 머릿돌 역할을 해온 '12신조'의 신학적 틈새를 정면으로 지적하며 개혁주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KAPC 뉴욕노회 제98회 정기노회가 2026년 3월 10일 오전 10시 뉴욕중앙산정현교회에서 열렸다. 목사안수식과 신안건 처리를 포함한 주요 회무는 퀸즈장로교회에서 이어졌다.
"서약은 하면서 시험은 안 본다?" 목사 고시의 모순
신안건 처리 시간에 발언대에 선 이윤석 목사는 두 가지 헌의안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노회 목사·장로 고시 과목에 추가하자는 안건이다. 이 목사는 KAPC 교단 헌법이 목사 임직과 유아세례 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성실히 믿고 따르도록 하나님 앞에서 엄숙하게 서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
현실은 교단 헌법의 서약과 거리가 멀었다. 이 목사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실제로 가르치거나 배우는 교회는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목사는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서약한 것을 무시하고 있는 셈"이라며 "목사가 먼저 알고 성도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고시 과목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로어의 노회원들은 동의와 제창으로 화답했다.
두 번째 헌의안은 교단의 신앙적 기초인 12신조를 수정하고 보완할 연구위원회를 총회 차원에서 구성하자는 제안이다. 이 목사는 12신조가 성경 영감설이나 제한 속죄설 같은 개혁주의 핵심 교리를 미흡하게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1903년 인도 선교부에서 임시로 채용한 조항을 21세기에도 고수하는 것은 발전된 개혁 신앙을 스스로 격하시키는 일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1907년의 유산, 절차에 발목 잡혔던 개정의 꿈
회중석에서 구체적인 질문이 나왔다. 이영상 목사는 1907년 채택된 12신조를 한국 합동 총회에서도 여러 차례 수정하려 했으나 전통 유지라는 명목 아래 번번이 부결된 역사를 언급했다. 이 목사는 총회 차원의 긴 논의와 투표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노회가 헌의안을 올릴 때 더 치밀한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윤석 목사는 과거의 실패 원인이 신학적 이견이 아닌 '절차'에 있었다고 답했다. 약 5~7년 전 KAPC 교단 내에서도 권성수 교수를 비롯한 학자들이 12신조의 보완점을 깊이 연구해 올렸으나, 헌법 수정 위원회에 장로 4인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규정을 누락해 기각됐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내용이 아무리 정당해도 절차를 무시하면 위법이 된다"며 이번 뉴욕노회의 헌의가 총회 신학 협의체를 자극하는 강력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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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PC 뉴욕노회 정기노회 현장에서 이윤석 목사가 개혁주의 신학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헌의안을 발제하고 있다.
인도에서 온 12신조, 칼빈주의 궤도를 이탈하다
이윤석 목사가 노회에 제출한 설명문은 12신조의 역사적 맹점을 치밀하게 파고든다. 신조는 공동의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약이다. KAPC 교단 헌법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는 12신조는 그 뒤에 따르는 정치, 권징조례, 예배 모범 등 모든 교단 법의 기초 원리가 된다.
장로교 정체성의 최고봉은 단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다. 1643년부터 5년 넘게 151명의 신학자와 대표들이 오직 성경만을 근거로 삼아 작성한 기념비적 문서다. 칼빈의 '기독교 강요'보다 장로교 신학에 더 깊은 영향을 끼친 이 문서는 개혁주의 교리가 낳은 최상의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반면 한국 교회가 사용하는 12신조의 태생은 결이 다르다. 1907년 한국 장로교회는 독노회를 조직하며 인도 장로교회가 1904년에 채택한 12신조를 그대로 들여왔다. 초기 선교사들이 파송 배경이 달랐던 4개 장로교 선교부를 연합시키고 신생 교회를 하나로 묶기 위해 타협 가능한 공통분모를 선택한 결과다.
타협의 흔적은 교리 곳곳에 남았다. 12신조의 바탕이 된 '웨일즈 칼빈주의 신앙고백'은 전통 칼빈주의에 웨슬리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형태다. 곽안련 선교사는 12신조가 칼빈주의와 웨슬리주의를 모두 내포하고 있어 한국 내 장로교와 감리교 연합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치명적인 신학적 공백도 존재한다. 12신조 제1조에는 가장 중요한 '성경이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되었다'는 명확한 고백이 빠져 있다. 자유주의 신학이나 지나친 성령체험주의로부터 성경의 권위를 방어할 필수적인 진술이 시작부터 누락된 것.
성경 영감설 부재와 보편구원론적 표현의 위험성
역사적 칼빈주의의 척도인 이중예정론과 제한속죄에 대한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 1903년 미국 북장로교회가 부흥운동의 흐름을 타며 이중예정 교리를 희석했던 시대적 배경이 인도 선교부를 거쳐 한국 장로교회의 12신조에 고스란히 이식됐다.
칼빈주의의 뼈대인 행위언약과 은혜언약 등 언약 사상 역시 불분명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보고서에서도 기존 12신조가 칼빈주의의 중요 교리인 '성도의 견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교회론의 빈약함은 더 큰 숙제를 남긴다. 12신조는 교회의 3대 표지나 그리스도의 삼중 직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성만찬에 있어서도 칼빈주의적 영적 임재설 대신 기념설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며, 제9조에는 "그리스도를 믿고 순종하는 자는 누구든지 구원받는다"는 다분히 웨슬리주의적인 표현까지 등장한다.
개혁 신앙의 뼈대를 다시 세울 때
선교 초기라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에서 12신조는 간명하고 유용했다. 선교지 교회의 자율성을 존중해 복잡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억지로 쥐여주지 않은 선교사들의 배려이기도 했다. 성숙기에 접어든 현대 교회가 직면한 복잡한 이단 문제나 신학적 논쟁을 방어하기에 12신조는 지나치게 헐겁다.
이윤석 목사는 12신조의 역사적 의의를 존중하되, 개혁주의 정체성에 맞춘 수정과 보완이 시급하다고 결론 맺는다. 12신조 연구를 교육 과정에 반영하고,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에 입각해 신조를 개정하며, 이중예정과 교회론 등 부족한 교리를 세밀하게 채워야 한다는 것.
노회의 목사·장로 고시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포함하자는 뉴욕노회의 헌의안은 개혁 신앙의 찬란한 유산을 후대에 정확히 물려주기 위한 실질적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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