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덫에 걸린 교회, 박성일 목사 "지금은 쇠퇴 아닌 성숙을 위한 진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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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1ㆍ2026-02-04 05:2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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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겨울'은 착시 현상… 껍데기 벗고 '품격' 입는 중이다"
이민교회 50년, 위기론의 실체는? "진짜 본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사요약] 동부개혁장로회신학교 개강부흥회 강단에 선 박성일 목사는 한국 교계에 만연한 '쇠퇴론'과 패배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1970~80년대의 폭발적 성장을 '비정상적 팽창'으로 규정하고, 현재의 숫자 감소를 거품이 빠지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박 목사는 산업화 이후 복지 사회로 나아가는 사회 모델을 교회에 대입하며, 이제야말로 신학적 깊이와 인격적 성숙을 갖춘 '진짜 교회'가 세워질 골든타임이라고 역설했다.
"오늘 날씨가 꽤 따뜻하지 않습니까?" 기록적인 한파가 뉴욕을 강타한 2월의 첫 주, 강단에 선 박성일 목사(필라 기쁨의교회)가 던진 첫 질문은 의외였다. 영하를 밑도는 날씨에도 따뜻함을 느낀 이유는 단 하나, 직전 며칠간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을 겪었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이 '기준점'의 원리를 현재 한국 교회가 겪고 있는 위기론에 그대로 대입했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교회가 쇠퇴하고 있다고 진단합니까? 과거의 비정상적인 '고점'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오늘의 현실은 영원히 비참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부개혁장로회신학교가 주최한 2026년 봄학기 개강부흥회가 '단번에 주신 믿음의 도를 위하여 힘써 싸우라(유 1:3)'를 주제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퀸즈장로교회에서 열렸다. 이번 집회는 첫날 조진모 목사의 '잘 싸우려면?'이라는 설교로 문을 열었다. 이어 3일과 4일은 박성일 목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인구 절벽과 교인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이민 교회의 현실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선지 동산에 부르신 이유"
집회 둘째 날인 3일, 학감 정기태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예배에서, 대표 기도를 맡은 이영만 학우는 "십자가와 부활의 은혜를 깊이 새기며, 배움의 과정 속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낮은 자세로 섬기게 하소서"라고 간구했다. 이영숙 학우가 학개서 2장 1~9절을 봉독했다.
학감 정기태 목사는 강사 소개를 통해 박성일 목사를 "필라델피아 기쁨의교회를 시무하며 웨스트민스터신학교(Ph.D. 조직신학) 겸임교수이자 게이트 신학교 원장으로 후학을 양성하는 학자적 목회자"라고 소개했다. 박 목사는 한국 총신대학교 개강부흥회 강사로도 초청받는 등 미주와 한국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강단에 선 그는 28년 목회 여정을 회고하며, 패배주의에 젖은 이민 교회의 멱살을 잡고 '관점의 전환'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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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일 목사는 “과거의 영광에 갇히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숫자가 아닌 본질을 세울 때다”고 외쳤다.
거품 낀 '7080 성장 신화'의 해체와 그 이면
박성일 목사는 한국 교회가 일종의 성역처럼 여기는 1970~80년대 부흥의 실체를 역사적·사회학적 메스로 해부했다. 그는 한국 교회의 이례적인 팽창이 순수한 복음의 능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시대적 특수성이 빚어낸 결과물임을 지적했다.
그 시작점은 아이러니하게도 1950년대 한국 교회의 대분열이었다. 고신, 기장, 예장 통합과 합동 등으로 교단이 쪼개지면서, 각 교단은 정통성을 입증하기 위해 치열한 '세력 불리기' 경쟁에 돌입했다. 분열의 상처를 가리기 위한 이 '경쟁적 배가 운동'은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거대한 파도를 만나며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 정착한 불안한 이들에게 교회는 유일한 공동체이자 피난처였기 때문.
"1970년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님은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던 대중에게 '삼박자 구원'과 '긍정적 사고'라는 희망의 언어를 설파했습니다. 당시 얼마나 뜨거웠던지, 점잖던 보수 장로교회조차 드럼을 치며 찬양 열기에 합류할 정도였습니다. 1973년 100만 명이 운집한 빌리 그레이엄 집회와 1974년 엑스플로 대회를 거치며 우리는 '처치 파워(Church Power)'에 완전히 도취되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옥한흠, 하용조, 홍정길, 이동원 목사 등 소위 '복음주의 4인방'이 등장해 세련된 매너와 지성으로 도시 중산층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냉정히 봅시다. 그때의 성장은 탁월한 리더 한 사람의 '개인기'와 시대적 불안이 맞물린 '물량적 팽창'에 의존한 취약한 구조였습니다."
박 목사는 그 시절의 '속도'와 '규모'를 교회의 정상적인 상태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초가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몸집만 불린 결과는 참혹했다. 21세기에 접어들며 터져 나온 대형교회 리더십의 도덕적 해이, 무리한 세습, 합리성을 상실한 권위주의는 예견된 참사였다.
박성일 목사는 "과거에는 교회가 근대화를 이끌며 문화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세상의 상식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꼴통 보수' 취급을 받으며 사회적 섬(Island)으로 고립됐다"고 꼬집었다. 교회에 실망해 떠난 '가나안 성도'가 300만에 육박한다는 통계는, 내용 없이 팽창만 추구했던 한국 교회가 받아 든 뼈아픈 청구서라는 것.
"후기독교 사회? 천만에, 우리는 꽃도 못 피워봤다"
그러나 박 목사의 진단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한국 교회가 쇠퇴하여 유럽과 같은 '후기독교(Post-Christian)' 사회로 진입했다"는 세간의 비관론을 단호히 거부했다. 유럽은 기독교 문명이 찬란하게 꽃을 피운 뒤 세속화되어 저무는 단계라면, 한국 교회는 아직 제대로 된 기독교 문명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미성숙 단계'라는 것이다. 즉, 쇠퇴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진통이라는 해석.
박성일 목사는 현재의 혼란을 국가 경제 발전 단계에 빗대어 설명했다. "국가 경제가 급격히 팽창하면 반드시 빈부 격차와 계급 갈등이라는 극심한 진통을 겪습니다. 하지만 그 혼란을 넘어 사회적 합의와 안전망이 갖춰질 때, 비로소 품격 있는 선진적 '복지 사회'가 도래합니다. 한국 교회가 딱 그 지점에 있습니다. 물량 위주로 밀어붙이던 거친 '야성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신학적 질서와 인격적 품격을 갖춘 '복지 교회'의 단계로 성숙해가는 중입니다."
박 목사는 지금의 숫자 감소를 '위기'가 아닌 '거품 제거'의 과정으로 정의했다. 팽창기의 와일드한 에너지가 정리된 자리에, 비로소 진정한 신학적·철학적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임계 질량'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
이어 희망의 근거를 다음 세대에서 찾았다. "요즘 젊은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을 보십시오. 그들의 지적 수준과 신학적 깊이, 그리고 치열한 고민은 과거 선배들을 능가합니다. 이들이야말로 거품이 빠진 자리에 세워질, 작지만 단단한 '진짜 교회'의 주역들입니다."
"단순한 빈말이 아니다… 30년 만에 맞이한 본론"
이날 설교의 제목인 '이제부터 본론입니다'는 단순히 청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필라델피아에서 28년간 한 교회를 섬겨온 목회자가 평생의 사역을 걸고 던지는 묵직한 고백이었다. 박 목사는 "30년 전 내 설교를 들었던 성도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은퇴를 앞둔 이제야 교회론과 목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다"며 자세를 낮췄다.
"과거에는 열정만 앞세워 무작정 던지는 설교였다면, 지금은 성도들의 삶 속에 신학적 뼈대가 잡히고 그들의 인격이 변화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행복입니다. 숫자는 줄어들지 모릅니다. 건물은 더 이상 과거처럼 웅장하게 짓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영혼의 깊이, 신앙의 질적 성숙도는 이제야말로 본궤도에 올랐습니다. 그러니 패배 의식을 버리십시오. 우리의 전성기는 지나간 80년대의 화려한 숫자가 아니라, 껍데기가 벗겨지고 알맹이만 남은 바로 오늘부터입니다."
박성일 목사의 메시지는 2026년의 신학생들과 이민 교회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졌다. 더 이상 '왕년의 숫자'를 그리워하며 울지 말라는 것. 대신 작지만 단단한, 세상이 흉내 낼 수 없는 '고품격 복음'으로 승부하라는 주문이었다.
이어지는 4일 수요일 저녁집회는 퀸즈장로교회 1일 부흥성회를 겸해 열리며, 허경화 장로의 기도와 찬양대의 특송 후 박성일 목사가 '십자가의 도'를 전하며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본문 내용을 통한 구체적인 통찰이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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