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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 '사치재'가 된 미국의 비극… 미국 교회의 '중도' 붕괴와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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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3ㆍ2026-01-1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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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데이터 사회학자 라이언 버지는 신간《사라지는 교회》에서 미국 교회의 '중도' 붕괴와 양극화 실태를 고발한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신앙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면서 메인라인 교단이 몰락하고, 종교가 고학력·고소득층의 전유물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해 크리스채너티 투데이(CT)는 "교회의 목적은 민주주의 수호가 아닌 진리 선포"라는 신학적 반론을 제기하며 논쟁을 점화했다.1131237bc52046219cff827b2cc82a96_1768589841_3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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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교회에도 큰 도전을 주는 라이언 버지의 신간 <사라지는 교회> (AI사진)

 

1993년, 미국 복음주의는 정점에 있었다. 당시 미국인의 30%가 자신을 복음주의자로 정체화했고, 그들 안에는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이 공존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대의 교회는 정치적 이념을 넘어선 '영적 용광로'였다. 그러나 30여 년이 흐른 2026년 1월, 맨해튼의 서점에서 마주한 라이언 버지의 신간 《사라지는 교회(The Vanishing Church)》는 그 시절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선고한다.

 

데이터 사회학자이자 현장 목회자인 버지는 차가운 통계 수치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오늘날 미국 교회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 단순한 '교인 감소'가 아닌, 사회를 지탱하던 거대한 '중도(Moderate)의 증발'에 있다고 진단한다.

 

1990년대, 거대한 균열의 시작

 

버지는 모든 변화의 기점을 1990년대로 지목한다. 냉전의 종식은 역설적으로 미국 기독교에 독이 되었다. "무신론 공산주의에 맞서 기독교적 가치를 수호한다"는 국가적 명분이 사라지자, 신앙은 급격히 사적 영역으로, 더 나아가 정치적 당파성의 영역으로 축소되었다.

 

데이터는 잔혹하리만큼 명확하다. 1991년에서 1998년 사이, 종교가 없다고 답한 18~35세 청년층은 8.1%에서 20.5%로 폭증했다. 같은 기간 기독교인 비율은 87%에서 73%로 급락했다. 버지가 "거대한 교회 분류(The Big Church Sort)"라고 명명한 현상이 이때 시작됐다.

 

사람들은 이제 신학적 깨달음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교회를 찾아 이동하거나 아예 교회를 떠나버렸다. 그 결과 오늘날 미국 종교 시장은 '보수적 복음주의' 아니면 '종교 없음(Nones)'이라는 극단적 양자택일의 전장이 되었다.

 

'메인라인'의 멸종과 가톨릭의 착시

 

미국 사회의 허리였던 주류 개신교(Mainline Protestant)의 몰락은 처참하다. 1950년대 미국인의 절반 이상을 포용했던 이들은 2016년 10%대로 추락했고, 버지의 분석에 따르면 향후 20년 내에 사실상 '멸종' 단계에 진입할 위기다. 너무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려다 누구에게도 매력을 주지 못하는 색깔 없는 집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가톨릭의 상황은 기묘한 착시를 보여준다. 1970년 28%에서 현재 21%로 교세가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이는 전적으로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유입 덕분이다. 미사 참석률은 반토막 났다. 더욱이 백인 가톨릭 평신도들이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고 사제들마저 보수화되면서, 가톨릭 내부에서도 중도층의 설 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가난한 자들은 왜 교회를 떠나는가

 

이번 저서에서 버지가 던진 가장 아픈 통찰은 '신앙의 계급화'다. 통계에 따르면, 오늘날 정기적으로 교회에 출석하는 이들은 고학력, 고소득, 그리고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계층에 집중되어 있다.

 

과거의 교회는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고, 가정불화를 겪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피난처였다. "믿기 전에 소속될 수 있는(Belong before believing)"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종교 활동은 시간과 정서적 여유가 있는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재(Luxury Good)'가 되어가고 있다.

 

버지는 이 현상을 "공동체의 공동화(Hollowing out)"라고 부르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회적 자본을 갉아먹고 있다고 경고한다. 사회적 약자들이 교회마저 떠나며 고립되는 현실, 이것이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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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교회에도 큰 도전을 주는 라이언 버지의 신간 <사라지는 교회> (AI사진)

 

"민주주의를 위해 예배하라?" vs "진리 없는 중도는 허상"

 

버지의 해법은 사회학적 절박함에 닿아 있다. 그는 교회가 여전히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오프라인 커뮤니티임을 강조하며,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다시 종교 공동체로 돌아가야 한다고 호소한다. '정치적 부족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곳은 결국 교회뿐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교계의 반론은 날카롭다. 크리스채너티 투데이(CT)에서 마이클 웨어는 서평을 통해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교회에 나가는 미국인은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고 일갈한다. 교회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자본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진리에 뿌리박은 결과물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

 

웨어는 중도 교회가 무너진 원인을 그들이 "너무 합리적이어서" 실패했다고 분석한다. 의심을 품은 자들을 환대하는 것과 의심 자체를 장려하는 것은 다르다. 명확한 진리 없이 사회적 기능만을 강조한 교회는 결국 정치적 광풍 앞에서 무기력하게 찢겨나갔다.

 

남겨진 자들의 과제

 

버지는 책의 말미에 "극단적 소수의견(fringe beliefs)을 거부하라"고 조언한다. 정치적 선동에 휘둘리지 말고, 나와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이들이 함께 앉아 있는 불편함을 견디라는 것이다.

 

뉴욕의 화려한 마천루 뒤편, 텅 빈 장의자가 늘어가는 현실 속에서 《사라지는 교회》는 묻는다. 우리는 정치적 동지를 만나기 위해 교회에 가는가, 아니면 죄인 된 나를 만나기 위해 가는가. 교회가 잃어버린 것은 숫자가 아니라, 타인을 향한 '거룩한 인내심'일지도 모른다. 2026년, 미국 교회는 정치적 요새가 될 것인가, 아니면 다시 영혼의 병원이 될 것인가. 그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성공한 한인 이민자의 '사교 클럽'을 넘어

 

버지의 경고장은 비단 미국 백인 교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과 미국의 정치 지형 사이에서 이중으로 분열된 한인 이민 교회에 더 치명적인 예언일 수 있다.

 

'단톡방'을 떠도는 정치적 확증 편향이 강단마저 침범할 때, 합리적 사고를 지닌 2세들은 조용히 교회를 떠나는 '조용한 탈출(Silent Exodus)'을 감행한다. 또한, 이민 사회에서 교회 직분이 곧 사회적 성공의 훈장처럼 여겨지는 풍토는 가난하고 실패한 이민자들을 교회 밖으로 내모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되고 있다.

 

한인교회가 살아남을 길은 명확하다. 정치적 이념이나 이민 성공 신화를 확인받는 '동호회'가 되기를 거부하고, 실패한 자와 생각이 다른 자가 십자가 아래서 공존하는 '불편한 거룩함'을 회복하는 것이다. 교회의 문턱은 낮아져야 하고, 복음의 기준은 높아져야 한다.

 

ⓒ 아멘넷 뉴스(USAam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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